“젊은 패기, 저한테는 그거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직은 얼굴에 앳된 티가 남아 있다. 여타 다른 포수들과 비교했을 때 체구도 작다. 그러나 다부지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졌다. 호랑이 군단이 주목하는 차세대 안방마님 한승택(23)이다.

‘짧지만 굵게’ 한승택은 지난 시즌 많은 야구팬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특히 생애 첫 가을야구였던 와일드카드결정전에서 주전 포수로 깜짝 발탁, ‘에이스’ 헥터 노에시, 양현종과의 찰떡궁합 호흡을 선보였다. 번트 파울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내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승택은 “(가을야구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더라”며 “마지막 경기까지 뛰고 나니 그래도 한 시즌의 마무리는 제대로 한 것 같아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2017년 ‘우승’을 노리는 KIA에게도 취약점은 있으니, 바로 ‘안방’이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당시 마스크를 썼던 김상훈(은퇴)과 차일목(한화)은 이미 팀을 떠났다. 백용환은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고 수술대에 올랐다. 전반기 복귀가 불투명하다.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주전 마스크 후보는 한승택과 이홍구다. 한승택은 “다른 팀에 비해 확실한 주전-백업 포수 체제가 갖춰지지 않아 약점으로 지목받은 것 같다”면서 “무조건 더 잘하는 수밖에 없다. 자신감은 있다”고 전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 했던가. ‘무한경쟁’을 앞두고 있지만 불안감은 머릿속에서 지웠다. 한승택은 “전혀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부담을 갖고 있으면 오히려 더 야구가 안 되더라. 그저 의욕적으로, 즐기면서 열심히 하려 한다”고 밝혔다. 팀 내 포수자원들 가운데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점을 묻자 “일단 내가 가장 젊다. 그것이 무기 아니겠는가”라며 “경험적인 부분에서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젊은 패기 하나 믿고 있다”고 웃었다.

“몸이 저절로 움직여진다.” 2017시즌 한승택의 목표는 분명하다. 아프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이미 한승택은 3주 전부터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다른 무엇보다 체력적인 부분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승택은 “스프링캠프 일정이 예년보다 늦어져 함께 운동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 전에 확실하게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가능성’ 면에서 합격점을 받은 한승택, 다가올 새 시즌을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벌써부터 많은 기대가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