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여부 판단은 알아서


이석배는 4년 전에 lk99 샘플 가지고
당시 초전도학회장이었던 김찬중 교수 찾아가서
본인 샘플이 초전도체라고 주장하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한 것 같다고 조언을 구했음

김찬중 교수는 그 샘플이 왜 초전도체가 아닌지
초전도체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검증을 거쳐야 하는지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자세히 알려줬고
이석배가 그런 데이터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없다니까
본인 인맥 중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소개도 해줬었음

그런데도 아무런 샘플 개선이 안 되고
퀀연 자금도 떨어져 가니까
연구 분야를 배터리 쪽으로 옮기려고 했었음
배터리 회사에서 구조조정 당하고 퀀연에 합류했던 김지훈도 이미 이 땐 투잡 뛰고 있었음
퀀연에서 돈이 없어서 월급을 안 줬거든

그러다가 3년 전에 새통사 강의에서 김현탁을 만났고
김현탁에게 본인의 부족한 데이터를 보여줬었음
근데 김현탁은 그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히 초전도체라면서 이석배에게 바람을 넣었음

그래서 본인도 부족하다고 인정을 했었고 김찬중도 아니라고 했던
그 데이터를 그대로 들고 나와서 KCI 논문도 쓰고 특허도 신청하기 시작했던 거임
그러다가 김현탁이 원래 있던 연구소에서 정년으로 퇴임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퀀연에 관여하기 시작했음
그런데 퀀연에 이사로 있었고 퀀연의 데이터 중에서 그나마 제일 볼만하다는 SQUID 데이터를 뽑은 권영완과 마찰이 생김

김현탁과 권영완의 의견 차이를 대충 요약하자면
권영완은 최초에 네이처에 제출했던 논문이 리젝되고, 데이터를 보완해서 네이처에 다시 도전하자고 함
김현탁은 그 데이터만으로도 상상초가 충분하니까 빨리 APLM 같은 저널에 제출하고 상용화에 힘쓰자고 함
당연하게도 사업가인 이석배는 김현탁 쪽의 제안이 더 솔깃했음
그렇게 김현탁이 APLM에 제출할 논문의 초고를 짰고 의견 충돌이 있었던 권영완의 이름을 저자에서 빼버림
심지어 실험에 전혀 참여를 안 했던 퀀연의 파트타임 사무직 직원 이름조차도 넣을 정도였는데 치졸함의 끝이었음
그리고 APLM에 제출함과 동시에 아카이브에 제출하려고 했고, 아카이브에 올리기 며칠 전에 그 사실을 권영완에게 통보했음

권영완은 지금까지 자기가 한 노력이 물거품이 될 기세니까
네이처에 리젝된 본인 버전의 논문을 이석배가 아카이브에 올린다고 한 날짜보다 2일 앞서서 제출했음
즉 어차피 2일 뒤에 아카이브에 논문이 올라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권영완이 기습게재를 해서 퀀연에서 아직 대중에 공개할 생각이 없었는데 급하게 논문을 낸 게 아님
그 석사따리만도 못 한 논문이 급하게 만들어서 퀄리티가 부족했던 게 아니라 APLM에 제출한 버전 그대로임
이후 김현탁은 권영완이랑 아예 갈라서고 애초에 월급을 안 줘서 투잡 뛰고 있던 김지훈도 권영완 쪽으로 붙음

APLM은 당연하게도 그 수준 낮은 논문을 최초 리젝 때렸지만
퀀연이 새로 만든 샘플이 있다고 그 샘플의 데이터를 추가한다면서 다시 리뷰해달라고 어필했음
물론 새로 만든 샘플따위는 없었기 때문에 시간만 끌리는 와중에
퀀연은 김인기를 통해서 대마왕을 소개받았음

김현탁은 대마왕의 샘플을 보더니
이번에도 그 샘플은 상상초가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다면서 대마왕한테 샘플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함
당장 새 샘플 데이터를 준다고 APLM에 말해놨는데 샘플이 없어서 곤란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물불 가릴 때가 아니었음
김현탁과 퀀연이 본인의 샘플에 매달리니까 그게 진짜 초전도체라고 생각하게 됨
참고로 그 당시 대마왕의 샘플은 법인이 없어서 제대로 된 재료를 못 사서 몇몇 재료를 빼넣고 구웠던 건데도
김현탁은 그게 초전도체라고 말했음

그래서 대마왕은 본인 여유금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순도 높은 재료를 구매해서 지금의 대마왕체들을 만들기 시작함
그렇게 만들어진 대마왕체를 가지고 여러 데이터들을 얻은 다음에 APLM에 제출했음
APLM에선 당연하게도 그딴 수준 낮은 데이터를 인정해줄 리가 없었고 최종 리젝을 때려버림

최종 리젝이 된 이후엔 대마왕체에 별 관심을 안 가졌는데
대마왕의 사과문에서 측정과 제작을 대마왕 혼자서 하고 있다고 한 게 그거 때문임
김현탁은 당초 약속과 다르게 아카이브에 교신저자로 본인의 이름을 쓰는 것도 거절했고
그게 대마왕이 아카이브에 논문을 제출해도 안 받아주고 빅스라에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임

애초에 대마왕의 용도가 APLM 통과를 위한 거였기 때문에 리젝된 이후엔 필요가 없어서 팽 해버림
퀀연은 이제 어디에 샘플 데이터를 제출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에
다시 본인들의 방법으로 샘플을 만들기 위해서 이제와서 장비도 구매하고 직원도 뽑기 시작한 게 현 상황임


요약하자면 김현탁이
이석배와 대마왕의 말도 안 되는 빈약한 샘플을 죄다 초전도체라고 해버린 게 이 사태의 원흉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