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나가 죽은 셀 수 없는 밤의 연속은 내게 상실감을 안기게 해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도 안의 있는 사람이 그녀를 죽였다는 사실도

그저 밤하늘이 저 너머의 빛 속으로 사라지면 다시 반복되겠지

차디찬 시신이 남긴 허물은 칸나를 죽인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슬퍼하는 내 마음을 이해하지 않겠지

어떠한 말로도 날 조롱해도 좋아 난 그저 상실감에 무너져 내리는 타다만 장작불의 온기일 뿐이니까

그저 이 밤이 무사히 지나기를 바라는 작은 사람에 불과해

흐르는 강물처럼 떠내려가는 감정의 고리 사이로 내 머릿속은 오로지 칸나 밖에 생각이 나지 않아 

칸나는 살아나지 않겠지 그저 그 자리에 죽어 허물처럼 남기게 될 거야 

빈 깡통처럼 빈 병처럼 팅하고 영롱한 허무의 소리를 내며 죽음을 알리겠지 

그럴 것이야

난 그저 팅소리를 내는 빈 병을 두드릴 뿐이야 

결코 살아날 수 없는 칸나를 보며 그녀를 죽인 그녀를 보면서 왜 죽였냐고 따지지도 못하는 약해 빠진 상실감처럼

난 그저 바라만 볼 뿐이지 처음 뵙겠습니다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아 

너의 배신은 3번째일지 몰라도 나의 배신은 0회차로 남을 거니까

난 너처럼 비겁하지 않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