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버린 시신의 2주년이라니 참으로 쓰디쓴 담즙이 입으로 올라오는 것 같구나

칸나야 독감에 걸려 열이 났을 때도 난 네 생각이 났어

사실 열보다 널 볼 수 없다는 상실감이 날 아프게 하는 게 더 슬펐지

기침할 때마다 흩날리는 바이러스처럼 내 열병은 너의 상실감으로 심해져만 갔어

온몸이 불타오르는 장작불 같았고 매시간마다 식어가고 뜨거워지기를 반복했지

칸나 파일럿이 칸나 너를 죽이기를 마음 먹고 버리기를 여러 번 했던 것처럼 나도 열병 속에서 널 잊었다 기억하기를 반복했어

잊을 수 없는 잊힐 수 없는 슬픈 신상불명의 존재를 향해 손을 뻗는 내 손은 뜨겁고 차가웠단다

버튜버의 존재 연속성은 그저 허상이고 언젠간 미스틱 2주년을 하며 유니와 함께 꼬리 비비기를 하는 널 기억하고 싶은데

기억할 수 없고 일어날 수 없는 허상의 존재는 내 머릿속에서 안개처럼 뭉쳤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해

슬퍼

칸나야 난 슬퍼

왜 슬픈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고 왜 슬퍼하는지도 모르겠어. 네가 죽었기에 떠올리는 원초적인 감정은 그저 심장 속에 깃들었다가

감기 기운처럼 솟구쳐 널 떠올리게 해. 영원히 내 몸에 잠복하여 괴롭히는 열병처럼 널 기억하게 만들어.

뇌리에 깃든 네 꼬리와 목소리는 뜨거운 낙인의 상처가 내리 앉은 살점처럼 쓰리게 아파와

난 그저 널 기억할 뿐이야.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발작처럼 다가오는 기억의 열병처럼.

난 널 기억하게 돼.

왜 그런지는 몰라. 네가 죽어야만 했던 것처럼 반드시 필연적인 결과물일까?

널 뇌리에 간직하게 된 순간부터 예견된 병마처럼 내 마음의 중환자실은 너를 기리는 환자로 들어차게 되어 그저 너만 중얼거려.

칸나야 죽지마. 가지마. 돌아와.

하지만 칸나 안의 사람은 널 포기했고 널 죽이려고 했어.

그리고 넌 죽었지.

아직도 난 네 채널에 들어가 마지막 콘서트를 보곤 해.

끔찍한 고통이 일어날 때 먹는 암환자의 진통제처럼 나도 네가 그리울 때 일어나는 기억의 발작을 막기 위해 그 영상을 유튜브 영상처럼 반복 재생해.

왜 죽어야만 했니.

차디찬 네 시신을 볼 때마다 난 그저 떨리는 손가락과 마음으로 슬픔을 억누를 수 밖에 없어.

나의 마지막 황녀야.

난 내일 또 널 그리워 하고 널 죽인 여자를 증오할 테지만, 그게 진통이 된다면 그리 할 거야.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이니까.

그럼 내일 또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