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그.. 음, 대대장이 오늘 이런 우천에도 실외 점호를 강행한 것은, 그.. 에... 음... 에... 그러니까 그것이... 에..."


개어시 대대장의 지루한 연설은 고장난 테이프가 반복 재생되듯이 도무지 진행 될 생각 없이

같은 자리를 링반데룽 처럼 맴도는 것 같았다.


그의 연설은 대대가 아닌 여단급 내에서도 깨나 정평이 나있었는데, 가끔 훈련을 나가 다른 예하대대 아저씨들을 만나 각자의 부대 사정에 관한 만담을 꽃 피울때면


꼭 가십거리로 나오는게 이 스갤 대대의 대대장 개어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생긴 것은 어디 좀도둑 처럼 비실비실하게 생겨선 얼굴은 또 얼마나 우악스러운지, 호랑말코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인물상이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악명이 자자했던 것은 물론 그의 지난한 연설이었다.


그의 연설 내용 자체도 골자가 없거니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불분명해서 영양가 없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었는데다


무슨 실어증이라도 걸린 상이군인마냥 꼭 말 중간중간 마다 '에, 음' 같은 듣기 싫은 의성어를 끼워넣곤 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무려 음절 단위로.


그렇기에 스갤 대대의 대대원들에게 있어선 그 무엇보다 두려운게 개어시 대대장의 비루한 연설이었다.


그런 숫제 괴물과 같은 연설을 곰팡내가 나는 판초우의를 뒤집어 쓰고 비를 맞으며 들어야 한다니,


병사들에겐 이보다 더 고역인 일이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었다.


"...아무턴, 다치지 말고 이 대대장 햄이 업다 해서 너거덜 사고치지 말어라. 알갯냐."


거기다 앞니가 빠진 듯한 저 쉰 소리도 그의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물론 그의 유별난 발음은 듣는 이로 하여금 우스꽝 스러운 인상도 주었기에 앞서 열거 된 단점들과 비견 될 것은 아니었다.




개어시햄 그렇게 안 봤는데 ㅈㄴ 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