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낮에는 동아리방에서 동료들의 추천으로 여럿이 함께 자이언트로보 OVA 1~4화를 봤고, 밤에는 운동을 하면서 배트맨 TAS 1.5화 분량을 봤어.
물론 내 피부에 바로바로 와닿는 건 BTAS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 줄로 알았던 (실제로 최근 작품들은 거의 다 안 좋아하는) 내가 의외로 자이언트로보를 정말 재미있고 진지하게 보고 있더라고. 여기에 저번주에 봤던 일애덕후들의 2억달러짜리 덕질인 퍼시픽림도 있고, 일본과 미국의 만화가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르며 각각 어떤 개성들을 지니고 있는건지 꽤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했어.

자라난 시절이 2000년대다 보니까 일본 문화 하면 일드 특유의 손발퇴갤성과 조악함, 에반게리온 등의 중2스러움만 알고 있었는데, 계속해서 알아갈수록 서부극 시절부터 서구권과 일본의 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정말 좋은 작품들을 내놓은 걸 알게 되더라고.
헌데 영화에 경우에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작품들 일부가 세르지오 레오네 영화에서 배경만 바꾼거라고 할 정도로 실제로 비슷한 작품들이 참 많고, 배경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 뿐이지 의외로 정조나 코드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만화는 서로 영향을 받으면서도 절대로 넘어갈 수 없는 간극이 꼭 있어. 예컨대 미국 만화에서는 일본 로봇만화의 \'열혈\' 비슷한 걸 찾아볼 수가 없고, 일본 만화에서는 예컨대 뱃신에게서 볼 수 있는 쿨함을 찾아보긴 힘들고.  그게 그림체인지, 대본인지, 연기톤인지 모르겠어. 어쩌면 저 모든 것일 수도 있고. 더욱이 저 차이는 일본경제에 버블이 꺼지면서 더더욱 안드로메다로 가고 있고... 아무튼 만화에 있어서는 우열로 쉽게 치환할 수 없는 문화권 사이의 어떤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 같아. 내가 만화를 더 보기 전까지는 그걸 뭐라 집을수는 없겠지만...

쓰다보니까 어째 뻘글 된거 같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