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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칼럼] 송현동 이승만기념관 건립 왜 멈칫했나?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6.05 09:15:04
조회 155 추천 2 댓글 0
														


조우석 평론가

이미 아시겠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종로구 송현광장에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던 게 지난 2월이다. 당시 서울시의회에서 그걸 공식화했다. "이승만기념관이 건립돼야 하느냐"는 한 시의원의 질의에 "송현광장이 건립 장소로 많이 거론되는 게 사실이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민 대다수가 그걸 환영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후 진척이 없다는 점이다. 부지를 송현동 땅으로 확정하는 후속조치가 관건인데, 그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는 게 현 상황이다. 이 부지는 서울시의 소유다. 따라서 송현동 땅을 이건희 컬랙션과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서울시 내부의 추가 결심이 있으면 되는데 그런 마무리 조치가 없는 것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탄신 149주년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 이화장 앞에서 26일


그렇게 해야 설계안이 나오고 진척이 이뤄질텐데 현재는 귀한 시간만 낭비한 채 관망만 하는 것이다. 상황이 그러하니 자유우파 쪽에서는 이게 뭐냐는 목소리가 서서히 흘러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서 취했던 가장 가시적인 조치의 하나가 바로 이 이승만기념관 건립이고 이 정부의 정통성을 뒷받침해줄 일인데, 이렇게 방치할 수 없다는 항의다.

우리는 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뜻밖에도 불교계의 반대가 있다. 불교계는 이승만기념관 건립이 종교 간 갈등을 부추긴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한마디로 터무니없다. 그건 불교계가 길을 잘못 접어든 모양새다. 지금도 저들은 이승만 대통령이 1950년대 군종 장교 제도 도입 등에서 기독교에만 특혜를 주고 불교와 천도교 등 민족종교를 차별했다고 근거없이 주장한다.

한국 불교가 현대사를 모른 채 좌파의 인식에 오염됐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대목이다. 상황이 그러하니 실권을 쥐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도 관망만 한다. 대국을 보면서 "그게 아니다"라며 불교계 전체를 이끌어가야할 할 어른이 눈치를 보고 앉아 있는 모양새다.

대통령실도 걱정이다. 그래서 "엔간하면 불교계 요구를 다 들어주라"를 전향적 자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정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실은 불교계가 이승만 대통령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건 이유가 있다. 무려 70년 전인 1954년 이승만이 했던 불교개혁의 진의를 잘못 파악한 채 지금도 괜한 피해의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만이 1918년 하와이에 설립한 한인기독학원 ⓒ이승만기념관


역사를 재확인하자.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대처승이 주류인 불교계의 상황을 일제의 잔재라고 파악했다. 일본식 대처승이 한국 불교에 들어왔다는 파악인데, 정확한 인식이었다. 그래서 "대처승은 절을 떠나라"라며 이른바 왜색 불교 척결을 외치는 담화를   6~7차례 발표했다. 당시 스님 중에서 대처승은 무려 7000명이고, 비구승은 40명 밖에 안된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있는 개혁을 시도한 것이다.

불교 개혁을 하면 자칫 정치적 인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주변에서 조언을 해도 이승만은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한국 불교는 화엄이야"라는 게 그의 정확한 문화사 인식이었다. 그에 더해 그해 5월 외국인들과 함께 서울 정릉의 한 사찰에 갔다가 절 빨랫줄에 여성의 치맛자락과 아이들 지저귀가 걸려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 받아 불교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는 말도 있다.

중요한 건 이승만은 기독교의 사람이 맞지만 그의 피에는 불교도 없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소년 이승만은 어릴 적부터 어머니 손에 이끌려 서울 옥수동에 있던 미타사나 북한산 문수사에 찾았던 기억도 있었고 불교에 대한 애정이 살아있었다. 그런 게 개혁이 분기점이 되었고, 2000년대 지금 대처승의 전통을 가진 태고종이 있지만, 결혼하지 않은 비구와 비구니로 채워진 조계종이 불교의 새로운 주류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 불교계는 이승만에 대해 오늘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준 걸 높이 평가해야 한다. 안 그러냐? 이승만 대통령이 군종 장교 제도 도입 등에서 기독교에만 특혜를 주었다는 말도 있지만, 그곳도 6.25 직후 상황에서 어쩔 수가 없었다. 사실 20세기 대한민국 현대사를 이끌어온 힘은 당시 힘이 다했던 불교가 아니고, 새로운 정신을 가진 기독교였다는 불교계가 인정하는 게 좋다. 자기 혁신을 위해 노력하라는 지적이다.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 부산광역시 추진위원회 발족식이 5일 오후 2시 부산 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 서울미디어뉴스


반복하지만 이승만기념관 건립이 국민화합을 저해하고 종교간 갈등을 부추긴다는 불교계의 태도는 명백한 잘못이다. 보다 큰 시야로 송현공원에 들어설 이승만기념관을 찬성해야 하는 게 불교계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실력이다. 기념관을 짓겠다고 선언한다고 세상이 돌아가는 게 아니라면 발로 뛰고 섬세한 조정작업이 필수다.

오세훈 시장의 기회주의적 태도도 걱정이다. 이승만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가 송현공원을 원하니까 마지못해 찬성만 하다가 뒤로 나자빠진 게 현 상황이다. 그렇게 해서는 백년하청이다. 최악의 경우 부지 선정도 못하고, 국민모금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 정부의 남은 임기 3년이 끝날 수도 있으며, 오세훈은 대권 주자로 뒤쳐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마침 지난 3일 대불총(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상임대표 박희도)이 근사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불교계가 국가적, 대승적 차원에서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이해하고 협력하도록 요청한다"는 내용이다. 그걸 위해 서울시와 이승만기념재단이 불교계와 적극 소통하라고 요구했다. 그게 백 번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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