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저축으로 서울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 86.4년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연합뉴스

[서울=서울미디어뉴스] 배진영 기자 = 젊은층의 내집 마련 실현 가능성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가파른 집값 상승세에 20대가 저축으로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사려면 86년이 넘게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민주노동연구원이 지난 3일 발표한 '부동산 폭등기(2014~2023) 청년가구 재정변화 분석'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연평균 매매가격은 2014년 4억8720만원에서 2022년 12억7380만원으로 2.6배 상승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연평균 매매 가격은 11억9957만원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20대가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구주가 29세 이하인 20대 가구의 연소득은 평균 4123만원이었다. 20대 가구는 이중 소비지출과 비소비지출로 각각 2136만원, 598만원을 썼다. 20대 가구의 '저축 가능금액'이 1389만원이었다는 거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20대가 서울 아파트를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은 86.4년이었다. 2014년 39.5년에서 46.9년 늘어난 수치다. 10년 만에 아파트 구입에 필요한 시간이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 연평균 매매가가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던 2021년엔 92.8년까지 치솟았다.

연구원은 20대의 노동소득 의존도가 가장 높았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소득 여건이 악화하고 소비지출 여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4년 대비 2023년 연령대별 소득증가율은 전체 평균 45.17%를 기록했지만 20대는 21.02%로 가장 낮았다. 이는 30대(45.52%), 40대(51.9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게다가 노동소득 연평균 증가율은 20대가 1.87%로 30대(4.16%), 40대(5.54%), 50대(5.39%)보다 크게 낮았다.

반면, 경상소득 대비 노동소득 비중은 20대가 가장 높았다. 연령대로 살펴보면 20대(82.50%), 30대(79.30%), 40대(70.85%), 50대(67.81%), 60대 이상(41.06%)을 기록했고, 전체 평균은 64.37%였다. 월급 인상 속도가 집값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연구원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경쟁이 심화하면서 소득 여건도 악화하고 있다"며 "문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고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청년세대 내 자산 불평등 확대는 소득 격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의 대물림이 근저에서 작용하고 있다"며 "주택가격을 하향 안정화하고 중소형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 청년세대 주거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