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김신혜가 완도에 내려간 날 밤, 아버지가 독살됐다. 김신혜는 새벽에 고향인 완도에 도착했으면서도 아버지집이나 할머니집에 들어가지 않고 차안에서 새벽 5시까지 와인을 마시면서 시나리오를 썼다거나 아니면 깜빡 잠이 들었다고 주장한다. 박상규 기자는 시나리오를 썼다는 쪽이고, 다른 방송들에서는 깜빡 잠이 들었다고 얘기한다. 술을 마신 아버지를 피하려고 아버지집에 가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되나, 왜 6시간 이상 운전을 한 김신혜가 할머니집에 가지 않고 차안에 아버지가 살해된 시간에 머물렀는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보통 술을 마신 아버지를 피하려고 아버지집에 가지 않았다는 식으로 얘기되는데 동생들도 할머니집에 있었고, 김신혜 본인도 새벽 5시에 할머니집으로 들어간다.

김신혜측은 여러 개의 생명보험을 가입했지만 아버지의 장애사실을 숨겨서 보험을 탈 수 없었다고 슬쩍 넘어가나, 박상규 기자는 <이박사의 이이제이>에서 이 보험들 중 뺑소니 사고를 당했을 경우 수령할 수 있는 보험들이 있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김신혜가 시나리오라고 주장하는 수첩에 뺑소니를 위장한 살해방법이 묘사되어 있다.

고모부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주장도 있으나 증거가 전무하다. 고모부가 김신혜가 완도에 온다는 것을 알고 김신혜에게 성공적으로 떠넘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범행을 저지르고 자수를 권했다는 것보다, 아버지 살해 당일, 서울에서 내려온, 알리바이가 없는 김신혜가 범인이라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김신혜와 그 동생이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했는지 당하지 안했는지 위키러들은 알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가진 착한 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부녀지간이었다고 한다"라는 서술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박상규 기자도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사람이 변한다고 얘기했고, 김신혜도 술에 취한 아버지를 피하려고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김신혜의 주장에 따라도, 아버지는 살해되던 날 할머니집에 가서 싸우고, 전화로 고모네와 또 싸웠다고 한다. 한마디로 김신혜의 아버지는 상습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이고, 술을 마시면 주사를 부려 주위에 폐를 끼치는 사람이었다. 김신혜의 새어머니(김신혜 동생들의 친모)도 김신혜 아버지와 2-3년 살다가 같이 살기 힘들어서 헤어졌고, 정식으로 이혼했다고 박상규 기자가 다음연재분에서 밝혔다. 아버지가 이정도의 문제가 있는 사람인데 김신혜를 마냥 "연민과 애정을 가진 착한 딸"이라고 서술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그리고 김신혜는 자수했다가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며칠내 번복했다. 1, 2, 3심을 거치면서 현재까지 나온 주장들을 재판부도 이미 다 검토했다는 얘기다. 사실 언론에 공개된 주장들은 모두 김신혜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재판부가 실제 재판에서 검증한 주장들 중 결정적인 증거들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재심을 결정한 법원도 무죄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구속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이 강압수사를 했다고 해서 유죄판결을 받은 수감자를 항상 석방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이 강압수사로 이끌어낸 증거는 재판과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재판결과는 여러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경찰이 이영학을 폭행했다고 해도 이영학을 폭행한 경찰이 처벌을 받을지언정, 다른 증거들이 이영학을 범인으로 가르킨다면 이영학이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