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폰을 왜 떠났는지 추궁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다만 지금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대체 언제 말해줄 생각인가요?"
클루카이는 통신 단말에 이렇게 텍스트를 적고는 발송하기를 망설였다.
몇 년 동안 클루카이는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래도 404의 정보망을 통해 띄엄띄엄 상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상대가 별일 없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으면 초조한 마음을 가까스로 달랠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오염지대도, 404에게는 무효해 보이는 "협약"도 클루카이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 클루카이가 또다시 혼자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통신 화면을 바라보았다.
발신 일자가 수 년에 걸쳐 이어져 있어, 상대가 한 통도 발견하지 못했을 확률은 없었다.
클루카이는 잘 알고 있다. 시대가 그 사람에게 준 상처와, 시국의 변화가 옛 친구들에게 남긴 무력감을.
때로는 침묵이 꼭 싫증이나 소원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간섭하지 않거나 무해하다는 뜻은 아니다.
클루카이는 이제 404소대의 대장이다. 신분이 달라지자 더 많은 비밀과 위기가 눈에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사람과 같은 시야를 공유하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웠다.
"클루카이... 안 잘 거면... 조용히라도 해..." 미슈티(G11)가 반쯤 잠든 채로 불평을 토해냈다. 그제야 클루카이는 자신도 모르게 손에 쥐고 있던 물건들을 이리저리 흩뜨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클루카이는 조금 전 작성하던 메시지를 삭제하고 언제나처럼 짧은 한마디만 입력했다.
"어디인가요?"
다만 이번에는 자신의 위치를 첨부했다. 비밀 조직인 404에겐 분명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클루카이는 상대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했다.
"대답을 기다리고 있어요. 당신이 어디에 있든, 전 여기 있을 거예요."
"협약 배후에 뭐가 있든 상관 없어요. 저는 당신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암묵적인 비밀 약속이 언제나 전파와 함께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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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질문하기도 전에 클루카이가 단숨에 내 옷깃을 잡아 나를 끌어당겼다.)
계속 모르는 척한 건 지휘관이니까, 예의 없다고 뭐라 하지 마세요!
(말로는 클루카이를 위로하는 한편, 심기를 더 건드리지 않으면서 그녀의 손을 풀기 위한 방법을 궁리했다.)
지휘관, 설마 지금 도망칠 생각 하시는 건 아니겠죠?
내가... 그렇게 내버려둘 것 같아?!
(클루카이가 손에 더 세게 힘을 주어, 내 옷깃을 180도 돌아갈 정도로 꽉 움켜쥐었다.)
지휘관, 정말 설명 안 해주실 거예요?
수 년 동안 제 연락을 못 받았다고 하진 않으시겠죠? 제가 메시지를 얼마나 많이 보냈는데... 왜 답장 안 하셨어요?
(아, 그 얘기였구나...)
클루카이, 우리 말로 하자. 내가 다 설명할게... 이, 일단 이것 좀 놓고.
싫어... 싫어요!
지휘관은 제 메시지에 답장도 안 하는데, 왜 제가 지휘관 말을 들어야 해요?!
(클루카이가 나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클루카이와 나의 사이가 또 한 번 가까워져, 숨조차 쉬기 민망할 정도의 거리가 되었다.)
...지휘관, 왜 말이 없어요?
아직도 모르는 척하실 셈이에요? 지금 제가 이렇게 코앞에서 묻고 있는데, 아무 대답도 없네요?
...예전엔 분명 나만 있으면 된다더니, 이제 보니 전부 어린애 달래듯이 했던 거짓말이었어!
(클루카이의 감정이 완전히 엉망이 됐다. 클루카이를 더 화나게 하지 않으려면 신중하게 대답을 골라야 했다.)
(내가 대책을 고민하는 동안에도 클루카이는 계속해서 불만을 털어놓았다.)
겨우 다시 만나서, 이젠 지휘관이 날 필요로 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에, 엘모호에... 인형이 엄——청나게 많은 데다, 아주 시·끌·벅·적·하네요?!
그러니까 지휘관은 지금까지 계속, 계속 새 인형들만 잔뜩 모집하면서, 저한테 답장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는 거죠?
게다가, 절 완전히 남남 취급하질 않나, 협력이니 보수니 이런 소리나 하고 말이야. 404가 지휘관한테서 보수 받은 적이 언제 있었나요?
(클루카이가 마치 술에 취한 듯 점점 더 격앙된 말투로 이야기했다.)
지휘관이 처음부터 혼자 행동할 생각도 없고, 인형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내가... 내가 진작에 지휘관을 잡으러 왔을 텐데.
그런데 이게 뭐야? 난 협약이랑 404라는 입장 때문에 지휘관께 해가 될까봐 걱정만 했는데, 나만 완전 바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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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루카이가 잠시 망설이다, 무거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평화로움 역시... 언제나 손에 쥐고 있어야만 안심이 되거든요.
그 점은 지휘관이 저보다 더 잘 아시겠죠?
알고 있다면 더 어렵게 이야기할 필요 없겠네.
하지만 지휘관, 이젠 아니에요.
전 404 소대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지휘관도 절대 포기할 수 없어요. 그리고 그런 이유로 저를 피하시는 건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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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1때보다 얀데레 농도가 심해졌구나
맛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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