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한국 영화 중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손익분기점
돌파에 성공했다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추석 연휴 기간을 이용해 집에서 관람한 후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지난 8월 9일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거대한 지진이 건물을 쓸어버리고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고 남은 ‘황궁아파트’라고 하는, 현실에서는
‘저급’ 아파트 축에 속하는 이 아파트 안과 밖에 살아남은
이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재난영화로 분류되어 있지만 재난영화가 아닌 사회 비판 영화가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란 무엇일까? 라는 물음표를 던진 영화
개봉날짜: 2023년 8월 9일
장르: 드라마, 재난물, 디스토피아(멸망 후 사회)
원작: 웹툰 유쾌한 왕따
감독: 엄태화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30분
유토피아의 사전적
의미는 ‘이상적 국가’를 뜻하지만 어원을 따져보면 ‘어디에도 없는 곳’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 제목처럼 정말 콘크리트(아파트로 칭해짐)는 이상적일까? 영화에서 던지는 물음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종교집단과
정치개혁가들이 내세운 유토피아는 어디에서도 성공한 적이 없다. 이것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결론일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흔히 아파트 공화국이라고도 부른다. 대한민국에서 아파트가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어느 나라에서건 부동산(특히 집)에 대한 애착은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나라만큼 아파트에 대한
부심(집부심)이 강한 나라가 있을까 싶다. 필자 역시 한때 아파트가 ‘자가’
소유였다가 지금은 전세 세입자에 불과한데 이 나이 먹도록 집 하나 없이 떠돌아다닌다는 주변의 비아냥이 결코 그냥 웃어 넘길 정도로
유쾌하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영화와 현실이 전혀 다르지 않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주무대인 복도식 구식 아파트 ‘황궁아파트’에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주민 대표로 선출되어 영화를 이끌어 가는 영탁(이병헌)처럼 낡고 오래된 아파트에라도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던 사람, 비록
지금은 살기 위해 황궁아파트를 기웃거리지만 최고급 아파트였던 드림팰리스에 살고 있던 주민들, 그리고
그동안 열등감을 안고 살아왔던 황궁 아파트 주민들이 그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역시 세 부류다. 고급 아파트에 사는 사람, 저급 아파트에 사는 사람, 그리고 그런 아파트에서라도 살고 싶은 사람.
재난을 헤쳐갈 대표를 선출하는 자리에서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계급 사회인지를 보여준다. 자가(집주인)가 아닌
전세민에게는 후보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아파트는 주민의 것, 주민만이
살 수 있다는 황궁아파트 주민수칙은 영화가 아닌 지금 현실에서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차단기와 비밀번호로 외부인을 배척하는 영화 속 상황은 같은 아파트 단지임에도 임대아파트 건물에 철조망을 두르고
그 사람들은 단지 내로 통행할 수 없게 만든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영화에서 아파트 주민들은 재난을 피해 아파트로 찾아온 외부인들과 갈등이 벌어지자 바둑돌 투표를 통해 외부인들을
쫓아낸다. 외부인들은 ‘바퀴벌레’라고 부른다.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그 기저엔 기존 황궁아파트 주민들의 피해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외부인에 대한 추방을 결정한
주민회의에서 황궁아파트 옆 드림팰리스 사람들이 단지에 발도 못 붙이게 하고 학군도 섞이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 이들이 외부인을 배척하게 한 요인이었다. 그동안 받았던 피해를 복수로 되갚음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계급 외의 사람들을 배척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홀로 남은 황궁아파트 역시 풍족해진 먹거리로 축제를
벌이기도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라는 사실을 영화는 말해준다. 잔치를 벌이며 최고이자 최후가 되어버린
자신들의 위치를 축하하고 있지만 그것이 허상임이 드러나자 그들이 혐오하던 ‘바퀴벌레’가 되어 어둠으로 숨어버린다.
임대 아파트 주민들을 무시하던 강남의 고가 아파트, 학벌과 성별 등 서로에게
선을 긋고 싸우던 현실의 모습은 황궁아파트 주민들에게도 똑같이 답습되고 있다.
재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단순한 재난영화가 아니라고 보는 이유는 결말에 나온다. 꼿꼿하게
세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저급 황궁아파트와 지진으로 인해 가로로 누워버린 고급아파트가 대비되어 나온다. 첫
앵글에서는 정상적인 아파트 거실처럼 보이지만 카메라는 앵글을 90도로 돌리자 비정상적으로 누워있는 아파트의
모습이 보여진다. 그리고 외부인들을 차단하고 막는 꼿꼿한 황궁아파트와 달리 90도 누워버린 고급아파트 주민들은 박보영을 따뜻하게 맞아주며 따뜻한 주먹밥까지 대접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90도로 뒤틀어야 유토피아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영화의 메시지로 읽혀진다. 진정한 유토피아는 더 넓은 곳으로,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다는 '집부심'으로 가득 찬 현 사회가 아니라 90도 눕혀져 아무 쓸모자기 없는 곳일지라도 사람들이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사회이기를 감독은 바랐을지도
모른다. 단지를 지키기 위해 울타리를 세우고 규칙과 선을 중요시하는 현 사회가 아니라 함께 하며 가꿔
나가는 정이 진정한 유토피아라고 얘기하는 듯 보인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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