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문화유산 리뷰] 사람들이 잘 모르는 ‘독립문’의 실체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01 08:36:25
조회 2183 추천 8 댓글 4
[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길 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독립문하면 떠오르는 게 뭐냐고 말이다. 열이면 열 모두 독립운동이나 대한독립 만세와 같은 걸 말한다. 백퍼센트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독립문이 처음 세워질 당시로 보자면 틀린 말이다. 독립문은 일본으로부터의 자주 독립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무실이 경복궁역에 있는 관계로 출퇴근길에 금화터널로 연결되는 현저고가차도 위를 달리는 버스에서 항상 독립문을 바라보며 지나친다. 독립문은 역사책에서만 본 사진으로 기억 속에 있었지만 고가차도 위에서 본 독립문은 볼수록 신기하다. 왜 파리 개선문처럼 만들었을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왜 저 자리에 독립문을 세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저고가차도 위에서 바라본 독립문


 

그러다 우연찮게 독립문역에 내릴 일이 있어 독립문을 직접 볼 기회가 생겼다. 3호선 독립문역에서 5번 출구로 나가면 서대문형무소 방향이고 4번 출구로 나가면 독립문 방향이다. 서대문형무소는 아이들과 한번 가봤던 곳이기에 패스하고 독립문 방향 출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4번 출구 나오자마자 오른편에 3.1 독립선언 기념탑이 있다. 그리고 그 안쪽으로 독립관이라는 한옥건물이 하나 있다. 유관순 동상이 보이고 서재필 동상 그 뒤쪽으로 독립문이 우뚝 서있다. 서대문형무소에서부터 3.1 독립선언 기념탑, 유관순, 서재필 동상 등이 잇따라 있는 걸 보면 사람들은 필시 독립문 역시도 그 연장선상에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독립문역 4번 출구에서 나와서 바라본 독립문. 뒤에 있는 게 현저고가차도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독립문 건립을 추진하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독립문이 세워진 건 조선말에서 대한제국으로 넘어가는1896년에서 1898년 무렵이다. 당시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아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외세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주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 건축물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독립문은 청나라의 간섭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니 독립문의 독립은 일제로부터의 독립이 아닌 청나라로부터의 독립을 뜻한다.

 

양식은 유럽식 개선문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개선문처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문이 아닌 기념비적인 의미로 만들었다. 독립문이 원래 있던 자리는 중국에서 오는 사신을 맞이하기 위해 세웠던 영은문(迎恩門)이 있던 곳이다. 영은문은 중국 사신들이 묵었던 숙소 모화관의 정문으로 1536년에 만들어졌다. 청나라가 망하고 유럽 열강들에 의해 반식민지화되면서 대한제국도 청의 지배에서 벗어나자는 의미에서 영은문을 헐고 그 자리에 독립문을 세운 것이다.


 


영은문의 주춧돌이 앞에 세워져 있다.


 

그래서 독립문 앞에는 아직도 영은문의 주춧돌이었던 두 돌기둥이 오벨리스크처럼 우뚝 서있다. 그걸 서울 영은문 주초라고 부른다. 웃긴 건 청나라와의 단절도 스스로 결정한 게 아니었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패하고 두 나라 간에 시모노세키 조약이 체결되었는데 여기서 청이 조선의 완전 무결한 자주 독립국임을 확인하고 이를 훼손하는 일체의 것, 조선이 청에 납부했던 공헌, 전례 등을 모두 폐지한다는 조항이 큰 역할을 했다.  

 

독립문의 디자인은 서재필이 개선문을 본떠 스케치했고 독일 공사관 출신 스위스인이 설계를 했으며 독립신문과 독립협회가 모금운동을 벌여 얻은 성금과 조선 왕실의 기금을 지원받아 건축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896년 조선의 지원금 4400원을 받아 서재필, 박영효 등에 의해 친정부 신문인 독립신문이 창간되었고 독립문 건립추진위원회도 함께 만들어지는데, 이 위원회가 훗날 독립협회가 된다. 독립협회가 독립문을 만든 게 아니고 독립문을 만들기 위해 독립협회가 생겨난 것이다.


 


앞에는 한자로, 뒤에는 한글로 독립문 글자가 새겨져 있다.


 

더 웃긴 건 이 독립협회에 매국노 이완용이 들어있는 것이다. 독립협회 회장에는 안경수, 위원장은 이완용, 서재필은 고문이었다. 친정부 어용단체였던 독립신문, 독립협회가 주관이 되고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지원을 받아 1897 11월 완공된 독립문은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문이 되었고 한글과 한문으로 적힌 현판 아래에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이화문과 태극기가 함께 새겨졌다. 이 독립문 현판 편액에 적힌 독립문이라는 세 글자는 이완용이 썼다는 설이 유력하게 받아들여진다. 이완용이 남긴 한문 서예 자료는 지금까지 후세에 전해지고 있을 만큼 명필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하나 사람들이 잘 못 알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독립문이 순수 석조 건축물인 것 같지만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라는 점이다. 1917년에 수리공사를 하고, 1928년 기초가 무너질 위험이 있어 당시 조선총독부가 공사비 4000원을 들여 벽체 안쪽을 철근 콘크리트로 보강했다는 것이다. 석굴암처럼 시멘트로 땜빵을 했다.


 


일제가 철근콘크리트로 보강공사를 해놨다.


 

아무튼 독립문은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일본의 도움으로 조선이 청의 속국에서 벗어났다'는 조선총독부의 프로파간다에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다 훗날에는 일본 제국으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염원을 상징하는 문으로도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한국의 독립운동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1900년대 초반에 독립문 앞에서 독립운동 집회와 시위가 열렸고,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에서 독립을 위한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특히, 3·1운동과 같은 대규모 독립운동의 중심지 중 하나로 기능했으며, 오늘날까지도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는 상징적인 장소로 남아 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독립문의 독립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 독립이 아니었음을 알았으면 한다.

 

<ansonny@reviewtimes.co.kr>
<저작권자 ⓒ리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view_times

추천 비추천

8

고정닉 0

2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오픈 마인드로 이성을 만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2/02 - -
3063 [식품] 오설록, 홀리데이 한정 에디션 출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24 0
3062 [환경] 서울연구원, 서울시 자동차 환경정책을 주제로 ‘제9회 정책포럼’ 개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24 0
3061 [반도체] 인텔 구원투수 팻 겔싱어 CEO, 4년 만에 물러나 [7]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1705 0
3060 [여행] 일본 골프 여행, 동계 시즌 온천과 골프 결합한 ‘온골프’ 상품 선보여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1396 0
3059 [트레킹 리뷰] 케이블카로 쉽게 만나는 겨울왕국! 발왕산 천년주목숲길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2 486 3
3058 [AI] 삼성전자 ‘AI 구독클럽’ 시작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2 76 0
3057 [여행 리뷰] 추운 겨울엔 따뜻한 곳에서 독서 삼매경...경기도 내 '독립서점’ 탐방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2 302 0
3056 [제품 리뷰] 인테리어용 레트로스피커, 휴라이즈 HR-NT120 블루투스 스피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2 72 0
3055 [요리 리뷰] 몸보신에 좋다고 소문난 한우 요리 레시피 ‘한우 마라 뽁작장•한우 우족 국물 파스타’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 103 0
3054 [식품] 산양유 1.5%에 우유 98.5% 섞어 ‘산양유 100%’로 속여 판 SELTH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 108 0
3053 [자동차 리뷰] 중국산 소형 상용차, 국내 시장 시나브로 잠식 중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 93 0
3052 [주류] 지평막걸리, 국내 최대 막걸리 제조 ‘천안공장’ 견학 코스 여행상품 선보여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 109 0
3051 [앱 리뷰] 르노자동차 QM6, 순정 네비게이션•안드로이드 오토•애플 카플레이에 적용된 3색 티맵 비교 [7]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 6130 2
3050 [식당 리뷰] 순천만에서 만나는 전라도밥상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9 184 0
3049 [보안 트렌드] 전세계 기업 86% 사이버 보안 강화 위한 조직 별도 운영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8 4948 0
3048 [유통] NIQ 2024 혁신신제품대상에 먹태깡 등 선정 [4]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8 2030 0
3047 [여행] 환경재단, 겨울 환경 테마 크루즈 ‘그린보트’ 제안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8 195 0
3046 [모바일] 삼성전자 ‘갤럭시 A16 LTE’ 국내 출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8 196 0
3045 [영상 리뷰] 싫어하는 유튜브 썸네일 차단하는 4가지 방법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8 184 0
3044 [모바일] 모토로라, 프리미엄급 성능 보급형 스마트폰 ‘엑시 50 퓨전’ 국내 출시 [7]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8 2259 0
3043 [가상화] 다올티에스-씨티아이앤씨, 국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K8s 플랫폼 분야 협력 강화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8 162 0
3042 [방산 리뷰] ‘신의 방패’ 현존 최강 이지스함 ‘정조대왕함’ 실전 배치 [3]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8 2027 2
3040 청국장찌개가 맛있는 냉삼맛집, 낙원식당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7 204 0
3039 [인사]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7 197 0
3038 [전기차 리뷰] 겨울철 전기차 주행가능거리, 실제와 얼마나 차이가 날까? [5]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7 4995 2
3037 [뷰티] 윙크컴퍼니, 걸그룹 세이마이네임과 손잡고 컬러렌즈 3종 출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7 183 0
3036 [패션] 아비에무아, 일본 도쿄에 K패션 브랜드 선보였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7 179 0
3035 [조사] 2030이 응원하는 구단 1위는?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7 2311 4
3034 [영화] 소설 ‘열두 살의 임진왜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 [1]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7 2177 2
3033 [여행] 호주 럭셔리 호텔 특별 프로모션 실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6 213 0
3032 [박람회] "벌써 등록자 2만명 돌파"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6 217 1
3031 [요리] ‘마법의 가루’ 팔도 왕라면스프, 누적 판매 300만 개 돌파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6 215 0
3030 [항공사 리뷰] 올 상반기 운항신뢰성 최하위 국적사는 ‘에어서울’ [3]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6 2123 0
3029 [이슈 칼럼] 맥도날드는 한국 시장이 봉인가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6 241 1
3028 [교통 리뷰] 내년 3월 한강에 띄울 한강버스 진수…소요시간과 날씨가 변수 [1]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6 337 0
3027 [교통] 삼성카드, 후불형 기후동행 카드 출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6 176 0
3026 [식당 리뷰] 가성비 최고인 중국 만두집, 동방만두전문점 [1]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5 291 1
3025 [리뷰 만평] 서민 겨울 간식 붕어빵, 황금붕어빵으로 떡상했다 [1]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5 353 0
3024 [나들이 리뷰] 서울 근교의 메타세콰어어 숲길 '하남 당정 메타세콰이어길'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5 184 0
3023 [음식] 국내에서 가장 비싼 40만원짜리 특급호텔 케이크 [12]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5 5972 3
3022 [트레킹 리뷰] "휘바휘바~" 북유럽 핀란드 같은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숲 [4]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5 4757 4
3021 [보안] 플레이 랜섬웨어 그룹 배후에 북한 지원 해커조직이 있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5 164 0
3020 [기후] WWF ‘전 세계 300만 목소리,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협약 촉구’ [16]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5 2549 0
3019 [식품] 숙취해소제 수요 급증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5 171 0
3018 [음식]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시즌 프리미엄 케이크 예약 판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5 190 0
3017 [자동차] 기아, 고성능 전기차 EV9 GT 공개 [5]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5 2469 0
3016 [제품 리뷰] 운동에도 좋지만 업무용으로 더 좋은 '투키 골전도 이어폰'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5 163 0
3015 [식당 리뷰] 서울 돈가스 3대장, 긴자료코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3 459 0
3014 [의류 및 잡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서울의 낮과 밤을 담은 ‘데이 앤 나잇 서울’ 컬렉션 출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2 302 0
3013 [R&D 트렌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 배출한 국가&대학에 한국 ‘제로’ [12]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2 6877 3
뉴스 ‘Smoke’ 프로듀서 페디, 오늘(3일) 힙합 신곡 ‘MARSHMALLOW’ 발매 디시트렌드 12.0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