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5월 중순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 ‘6월부터
국가통합인증마크(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 직접구매가 전면 금지된다’는 내용의 문서가 퍼지기 시작했다.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라는 문서가 그것이다. 여기엔
인천세관 실행 공지사항이라며 6월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KC 인증이
없는 전기, 생활용품 34개 품목에 대한 해외직구가 금지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부 발표보다 먼저 공개됐다.
정부가 발표한 해외직구 문제점 개선 문건
해외직구 금지가 적시된 문제의 정부 문건
이에 따르면, 2026년 구축되는 통관플랫폼에서 온라인 플랫폼 주문정보를
사전 입수하여 물건 구매내역을 관세청으로 통보해 해외직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해외 (쇼핑) 플랫폼에 대한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특허청·관세청 간 실시간 정보 교환 시스템
도입으로 개인통관부호 보호 조치가 강화되고 면세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소액 수입 물품 면세 제도 등이 개편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글이 확산되자 정부는 지난 5월 19일 KC(국가인증통합마크)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직구 금지 방안을 “법 개정 여부 자체를 다시 검토하겠다”며 사실상 철회했다. 이는 지난
16일 정부가 인천공항 세관에서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한 정부 14개 부처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발표한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3일 만에 번복, 철회한
것이다.
해외직구를 금지한다고 했던 34개 품목
정부는 당시 배포한 보도 자료에서도 “국민 안건·건강 위해성이 큰 해외 직구 제품은 안전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 직구가 금지된다”면서 “법률 개정 전까지는 관세법에 근거한 위해 제품 반입 차단을
실시할 예정이며 관세청과 소관 부처 준비를 거쳐 6월 중 시행한다”고
했었다.
다만 정부는 안전성 조사를 거쳐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의 경우에 한해 국내 반입을 제한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조사 이후 정부가 어떤 조치를 내놓느냐에 따라 논란에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있다.
해외직구 상품에 대한 다양한 문제는 예전부터 이미 예고되어 왔다. 현재
해외직구를 통한 상품 구매는 연간 6조7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마존이나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의 직구 사이트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처럼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해외직구 시장의
다양한 문제와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하며 수수방관해 오다가, 뒤늦게 KC 미인증을 이유로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자상거래를 통해 국내 반입된 통관
물량은 약 4,133만건 수준이다. 하루 약 46만건에 달하는 물량을 일일이 검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해외직구가
금지된 의약품조차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섣부르게 발표한 KC 인증이 현재 국내 법규로는 해외 판매자에게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KC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제품 종류에 따라 최소 수십만원에서 최대
수백만원이 소요된다. 이런 비용을 부담하며 해외 판매자가 한국 시장 판매를 위해 KC 인증을 받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KC인증은 해외 판매자에게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심지어 커뮤니티에서는 정부가 해외직구를 막고 KC인증을 민영화해서
특정 기업에 몰아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KC안전인증 제조자 시험소 지위를 획득한 모 기업이 정부의 발표를 전후로 주가가 급등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현재 해외직구 문제의 가장 큰 핵심은 알리나 테무와 같은 중국 사이트에서 초저가 상품과 광범위한 광고, 무료배송 등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유인‧유혹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그동안 이러한 상품의 문제에 대한 의혹이나 의심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를 방치‧방관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는 점이 이번 철회 사태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국무조정실 주관 아래 유관부처인 관세청, 산업부, 환경부, 식약처, 공정위, 특허청, 방통위, 개인정보위 등 14개 부처가
TF(팀장 : 국무2차장)를 구성하여 관련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내놓은 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직구 금지 방안은 현실적으로 실행이 불가능한
초라하기 짝이 없는 방안이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국내에 반입되는 제품의 안전을 꼼꼼히 챙기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이다. 앞으로 더 많은 해외직구 상품이 들어올 것이므로, 정부가 소비자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주권 국가로서 존엄성을 지키며 국내의 모든 제도와 법규를 적극적으로 적용하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플랫폼 사업자와 상품 판매자들에 대하여 단호하게 강력한 제재와 처벌을 가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준비도 대책도 없는 홍보성 방안으로 국민을 이해시키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해외직구 관련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나, 정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철회 사태를 살펴보면, 국민들을
보호하고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이고 치밀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이게 나라냐”는 볼멘소리가 댓글로 표출되고 있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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