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 돋기 시작하는 상큼한 봄 제주의 컬러가 진한 노랑의 유채꽃이라면, 한겨울 제주를 대표하는 컬러는 단연 붉은 동백꽃이다. 특히 순백의 흰 눈이 내릴 때 동백꽃밭은 마치 천상의 꽃밭 같은 착각에까지 빠지게 만든다.
사실 제주의 동백꽃은 마을 곳곳, 길 곳곳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겨울 끝자락부터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는 토종 동백은 제주 어디에나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종 동백은 1월 말, 2월 초나 돼야 만개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전에도 만개한 동백꽃을 볼 수 있으니 바로 11월 중순부터 화려한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애기동백이다. 꽃봉오리째 툭툭 떨어지는 토종 동백과 달리 애기동백은 꽃잎이 낱장으로 흩날리며 떨어져 낙화까지도 예쁘게 카메라에 담긴다.
순백의 눈은 동백꽃을 더 아름답게 한다.
겨울 제주의 동백꽃 명소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1년 내내 다양한 꽃들이 유혹하는 테마형 정원과 동백꽃 하나에만 집중하는 동백 사진 명소들이다.
카멜리아힐, 한림공원, 휴애리자연생활공원 등과 같은 테마형 정원은 동백꽃뿐 아니라 1년 내내 다양한 꽃과 식물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고, 규모도 작지 않아 돌아보는데 2시간 정도는 족히 걸린다. 물론 입장료도 만만치 않다. (카멜리아힐 10,000원, 한림공원 15,000원, 휴애리자연생활공원 13,000원)
테마형 정원 스타일과 달리 동백꽃 하나에만 집중하는 사진 명소는 오롯이 동백나무만 즐기는 공간이다. 곳곳에 포토존이 있어 인생샷 몇 개쯤 건질 수 있지만 주말처럼 사람이 많을 때는 피하는 게 좋다.
1. 카멜리아힐, 동양에서 가장 큰 동백수목원
동양에서 가장 큰 동백수목원인
1979년에 개장한 카멜리아힐은 3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들여 가꿔온 동백 숲으로, 홈페이지에 따르면 동양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동백수목원이다. 부지 규모가 약 6만여 평이니 전체를 돌아보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유럽 동백숲, 애기동백숲, 아태 동백숲, 시크린가든 등 테마를 달리한 동백숲뿐 아니라 후박나무 숲길, 수국길, 전통올레, 유리온실, 가을정원 등 다양한 테마로 꾸며져 있다. 그중에서도 동백꽃 핫 스팟은 바로 시크릿가든이다. 시크릿가든으로 향하는 꽃길은 걷는 내내 향기롭다.
8kg 이하의 반려견은 함께 입장할 수 있다. 단체 관광객들을 실은 관광버스도 자주 찾는 곳이니 한적한 시간대에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암석인 용암석(현무암)에 풍란이나 야생초류를 착근시켜 만든 석부작 5만여점을 전시하던 공간인 ‘석부작박물관’이 2021년 ‘숨도’로 명칭을 바꿨다. ‘숨도’는 ‘숨이 모여 쉼이 되는 정원’을 의미한다고.
제주형 생태정원을 표방하는 만큼 1만여 평의 부지에 제주 정원이 아기자기하게 조성돼 있다. 동백정원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샛노랗고 탐스러운 하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다른 동백꽃 명소와 달리 색다른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 위치 : 서귀포시 일주동로 8941, 입장료 6,000원(숨도 카페 할인).
3. 동백수목원, 제주 겨울 여행 동백 성지
동백수목원
동백수목원이 자리한 남원읍은 오래 전부터 동백나무가 군락지를 이뤘던 곳이다. 동백수목원은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동백꽃 명소로 알려지기 시작한 곳. 2015년 즈음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겨울 여행 동백 성지가 됐다. 이곳의 애기동백 나무는 1977년부터 식재된 것이라는데,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높이 덕분에 다른 동백숲과는 다른 멋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2015년 제주의 숨겨진 핫플로 떠오를 때 방문했었는데(이때는 입장료 무료), 유료로 전환된 이후에는 한 번도 들어가보지 않았다. 2019년 첫 입장료 3,000원으로 시작해 다음해 4,000원, 2022년 5,000원, 2023년 8,000원으로 급격히 인상됐다. 입장료만 비교한다면 동백꽃뿐 아니라 다양한 테마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카멜리아힐이나 숨도에 더 마음이 간다. 주차장이 있지만 주변이 혼잡하니 버스를 타고 가는 걸 추천한다.
* 위치 :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929-2, 입장료 8,000원.
이번에 방문하니 동백수목원 바로 옆에 새로운 간판이 하나 들어섰다. ‘볼고롱 동백’. 정성스럽게 가꾼 동백 정원은 아니지만 동백수목원의 동백 나무와 비슷한 수령대의 나무들로 보인다.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사람이 거의 없어 오히려 호젓하게 클로즈업 사진을 찍기 좋을 것 같다. 입구에는 무인 매표소가 설치돼 있다. (입장료 3,000원)
4. 동박낭, 아기자기한 동백꽃과 함께하는 힐링 카페
동박낭 카페
동박낭은 동백수목원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작은 동백꽃 카페다. 3,000원 커피 한 종류만 파는 카페라 ‘카페’라는 이름이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카페 한쪽 공간에 동백나무 몇 그루가 멋지게 자리하고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클로즈업 인생샷 몇 컷 정도는 무리 없이 촬영할 수 있으니 동백수목원보다 나은 선택일 수 있다.
* 위치 :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275-2, 입장료 : 3,000원 (커피 포함)
5. 호젓하게 즐기는 여유, 동백포레스트
동백포레스트
동백수목원에서 나와 중산간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또다른 동백꽃 명소인 동백포레스트와 만난다. 2019년 11월에 오픈해 동백수목원과 더불어 비슷한 시기에 남원의 동백꽃 명소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곳의 동백나무도 상당히 큰 키를 자랑하며, 곳곳에 쉴 수 있는 의자가 비치돼 있어 사진과 더불어 여유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반려견은 10kg 이하일 경우 동반 가능하다. 주말이나 연휴 기간에는 지나치게 붐빌 수 있으니 가급적 평일에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 위치 : 서귀포시 남원읍 생기악로 53-38, 입장료 6,000원
6. 동백마을 원조, 신흥2리 동백마을
신흥2리 동백마을
서귀포의 중산간 마을인 신흥2리가 동백마을로 포지셔닝을 시작한 건 2010년대 초반부터다. 고유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는 동백기름의 상표 출원을 마친 게 지난 2014년부터이니 가히 동백마을 원조라고 할 만하다. 동백마을답게 마을 입구의 나무가 모두 오랜 수령의 동백나무인데, 이곳의 나무는 모두 토종 동백이라 꽃을 피우려면 좀더 기다려야 한다. 마을에서는 동백공예, 동백비누, 동백음식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니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방문한다면 한층 더 알찬 추억 여행을 즐길 수 있다.
* 위치 : 서귀포시 남원읍 한신로 531번길 22-1
7. 신흥리 폴개협동조합 근처의 동백나무
폴개협동조합 근처 동백숲
신흥2리 동백마을 외에도 신흥리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백꽃을 만날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더 있다. 관광지로 조성된 곳은 아니어서 편의시설 같은 건 없지만 동백나무들이 촘촘히 자리하고 있어 키 큰 나무들 사이에서 찍는 사진과는 또다른 매력적인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대설 이후 2-3일 정도 지났는데도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바닥에 눈이 쌓여 훨씬 더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사유지이니 사진을 촬영한다면 나무들에 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위치 :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2083
<lala_dimanch@hanmail.net>
<저작권자 ⓒ리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