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최봉애 기자] 장 건강보조식품으로 흔희 알려진 장내 이로운 미생물 '프로바이오틱스'가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 감염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평상시 꾸준히 섭취하면 독감을 비롯해 코로나19(COVID-19) 등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미생물학과 권미나 교수, 김승일 박사 연구팀은 사람 유래의 프로바이오틱스를 생쥐에게 경구 투여했더니 항바이러스 물질이 증가했고 그 결과 폐 면역성이 증진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프로바이오틱스에서 유래한 지방산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폐 손상 완화에 효과적임을 증명해 장내 미생물을 매개로 장과 폐가 상호작용한다는 '장-폐 연결축(Gut-lung axis) 이론'까지 규명해냈다.
프로바이오틱스 항바이러스 작용 모식도 (서울아산병원 제공)
프로바이오틱스는 장 건강보조식품으로 코로나19를 겪으며 시장 규모가 급속히 성장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2023 건강기능식품 시장 현황 및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프로바이오틱스 구매액은 8520억원으로 홍삼, 비타민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은 후 면역력 저하로 독감, 백일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의 호흡기 질환이 확산하면서 감염병 예방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은 그간 다양하게 밝혀졌지만, 폐와의 상호작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기전을 밝힌 연구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을 입증하는 근거로, 지방산에 의한 폐의 면역성 조절 작용을 정확히 밝혀낸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팀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생쥐 모델을 대상으로 프로바이오틱스를 주입한 생쥐와 그렇지 않은 생쥐를 나누어 관찰했다. 그 결과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생쥐는 감염에 의한 폐 손상이 완화됐으며 항바이러스 물질인 1형 인터페론이 증가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1형 인터페론은 숙주가 생성하는 사이토카인(면역조절 물질)의 일종으로, 몸에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면역계의 방어 활성을 돕는다. 생성된 1형 인터페론은 인터페론 수용체에 결합한 후, 인터페론 자극 유전자와 같이 항바이러스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물질의 생성을 유도한다.
반면, 프로바이오틱스를 아예 섭취하지 않은 생쥐에게서는 항바이러스 물질이 상대적으로 적게 생산됐으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모습이 관찰됐다.
또한 인터페론 수용체를 인위적으로 결손시킨 생쥐의 경우에도 프로바이오틱스에 의해 활성화된 인터페론 신호를 받지 못하다보니 항바이러스 효과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생쥐의 장과 폐를 면밀히 관찰해 프로바이오틱스 유래의 지방산(팔미트산)이 많이 생성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지방산이 폐에서 항바이러스 물질의 생성을 촉진시키는 사실을 파악해 연구팀은 장-폐 연결축 개념을 규명해낼 수 있었다.
또한 지방산 수용체를 차단한 생쥐에서는 팔미트산에 의한 신호를 받지 못해 1형 인터페론의 생성이 줄어든 점이 확인되면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지방산이 항바이러스 작용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임을 재차 입증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우수성을 인정 받아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피인용지수 15.5)' 최근호에 게재됐다.
<bachoi@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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