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30대 중반 +  대위 전역 + 경시3년10개월 = 합격.

이렇게만 얘기해도 어쩌면 내가 누군지 아는 친구도 있을듯;;
면학에서 자주 언급된지라..

암튼 난 이렇게 합격했는데
결과적으로 합격이라 기분은 좋지만 참 힘들었어.
경시 이전까지 인생을 돌아보면 큰 노력 없이 살아왔다?
프로급은 아니지만 또래보다 좋았던 운동신경 덕분에
공부는 지지리못했어도 수도권 대학(체대) 갔고
친구따라 놀면서 끄적여서 장교로 임관 후
힘들다 지친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오지생활이든 훈련이든 잡스러운 행정업무든 때때로 불려가는 술자리든 뭐든 나에게는 그닥 어려움이 없어서 무난하게 군생활하다가 이제 흥미가 떨어지고 전역.
그리고 선배 추천으로 들어간 사기업에 잠시 머물다가
고민끝에 시작한 경찰 준비.

위에 언급했듯 경시는 내 인생 첫 노력을 하는 기간이었어.
누구에게는 순경시험쯤이야 6개월~1년이면 충분하겠지만
사실상 태어나서 공부라는걸 제대로 한적이 없었던
나에게는 마치 노역에 가까웠지.

나에게만은 지옥같은 기간을 보내는 도중에
권태기조차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됐고
20살 이후 최소 알바라도 하며 지내왔지만
처음으로 수입없이 자취하며 공부하는데
3년차가 되니까 경제적으로도 쪼들리기 시작하더라.
부모님께 손벌리기에는 죄송하고
이미 결혼한 여동생에게 부탁하기도 뭐하고
친구들에게도 말하기 창피하고..
내 유일한 목돈이나 마찬가지인 적금은 깰 수 없어서
최대한 아끼면서 지냈다.

30대에 할 행동들은 못되더라;;
20대에는 알바든 연애든 일이든 학교든 뭐든
막가파? 스러운 느낌이 있었는데
30대. 여기에 초반도 아닌 중반이라는 나이에
서글퍼서 눈물도 나더라 ㅋㅋㅋㅋㅋ

나에게 합격이란 합격 그 자체로도 기쁨이지만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진정한 노력의 대가를 알게한 과정이 스스로 뿌듯하더라.

ㅋㅋㅋㅋㅋㅋ
디씨에는 쓰고싶지 않았는데 ㅋㅋㅋㅋㅋㅋ
술들어가니까.. 꼴에 끄적끄적하고 싶었나봐.

이번 면접까지 경험하니까
순경시험이 타공무원시험보다 쉽게 보여도
결코 쉽지 않더라.
경쟁률이 약 10대1 안팍으로 낮아보여도
결국 10명 중 1명만 합격
100명 중 90명은 불합격.

그래서 난 너희에게 순경 합격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지금까지 내용과는 별개의 얘기를 하고싶다.
누군가는 비교적 수월하게 합격하겠지만
누군가는 내 수험처럼 공부해도 점수는 안오르고
점점 피폐해지는 느낌도 들고
등등.. 내가 뭘 위해 이러는지.. 이게 맞는지 의문이 드는 사람도 많을거야.
이 사람들에게 고작 나 따우가 해주고 싶은 얘기는
그걸 이겨내고 합격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
결국 시험이란 10명 중 9명의 절대다수가 떨어지는 것이라
그저 너가 이 시험이랑 맞지 않았을뿐.
그 외에 너가 아직 경험하지 못했을뿐인 너에게 더 잘 맞는 일들은 많다는 것.

포기하라고 바람넣는 건 아니고,
난 수험기간 돌아보면 힘들고 외롭고 불쌍한 내 모습만 주로 떠올라서 얘기해봤어.

나이드니까 이제 술마시면 12시를 못넘기겠다...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