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A(트라이클로로아세트산) 필링은 피부에 작용하는 깊이에 따라 소프트 필, 미들 필, 딥 필로 구분된다. 이 분류는 단순히 피부 자극의 정도가 아니라, 표피와 진피의 어느 층까지 화학적 작용이 도달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며, 그 깊이에 따라 피부 재생의 강도와 치료 목적이 달라진다. 소프트 필은 주로 각질 제거나 얕은 색소 침착 개선을 목적으로 표피에만 작용하며, 미들 필은 진피 상부까지 침투하여 주름, 모공, 여드름 흉터 등을 개선할 수 있고, 딥 필은 진피 중간층 이상까지 도달하여 구조적 리모델링을 유도하지만 회복 기간과 리스크도 매우 크다.

TCA 필링의 침투 깊이는 단순히 농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같은 농도라도 몇 번 레이어링하느냐에 따라 피부에 도달하는 깊이가 달라지며, 이로 인해 시술 강도와 효과가 달라진다. 예컨대 TCA 15%를 한 번 바르면 소프트 필 수준에 그치지만, 두세 번 반복 도포하면 미들 필 수준의 깊이에 도달할 수 있다. 반대로 TCA 35%라도 얇게 한 번만 바르면 진피 침투 없이 끝날 수 있다. 즉, 농도와 레이어링 횟수의 조합이 피부 자극 깊이를 정밀하게 결정짓는 요소인 것이다.

이러한 원리 때문에 TCA 25%는 필링에 있어서 일종의 '황금 비율'로 평가된다. 이 농도는 단독으로 사용하면 미들 필 수준의 효과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력하지만, 동시에 피부 반응을 관찰하면서 레이어링 횟수를 조절하면 소프트 필부터 딥 필까지 자유롭게 시술 깊이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진다. 이로 인해 TCA 25%는 안전성과 효과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시술자의 판단에 따라 매우 다양한 임상적 목적에 맞춰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농도로 여겨진다.

하지만 TCA의 농도가 40%를 넘어서게 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40% 이상의 고농도 TCA는 전면적 필링용이 아니라, 국소 흉터(예: 아이스픽 흉터) 치료에 사용되는 ‘도트필(Dot Peel)’ 용도로 제한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 농도의 TCA는 피부에 바르는 순간 강력한 단백질 응고를 일으켜 진피 깊숙한 층까지 침투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피부의 기저막을 넘어 멜라닌세포나 혈관 구조에까지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이는 곧 색소탈실(백반), 영구적인 홍반, 표피재생 실패, 딱딱한 흉터조직 형성 등 복구가 어려운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한다.

게다가 40% 이상 TCA는 즉각적인 열 반응처럼 조직 파괴를 유발하기 때문에, 시술 깊이를 조절하거나 되돌릴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피부가 받아들이는 화학적 스트레스는 극대화되고, 회복 주기가 정상적인 재생 리듬을 초과하게 되며, 반복 시술 시 섬유화(fibrosis) 또는 만성염증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의학적으로도 40% 이상의 고농도 TCA는 전면적 박피용이 아니라, 극히 제한된 부위에 면봉으로 점적 도포하여 흉터 바닥을 재건하거나, 조직 파괴가 의도되는 국소 시술에만 적용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결국 TCA 필링의 핵심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정밀한 농도 조절과 깊이 설계에 따른 생리학적 회복의 유도에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기준을 만족시키며 유연하고 안전한 시술을 가능하게 하는 농도가 바로 TCA 25%이다. 이 농도는 피부를 회복 가능한 선에서 자극하고, 그 반응을 세심하게 조절할 수 있는 황금비율이자, 필링의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