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에서의 인종지도는 오족협화라는 이념과는 달리 '일본인/ 조선인/ 만주인, 몽고인, 백계 러시아인'이라는 권력관계로 형성되어 있었다. 요모타가 설명하는 현대 한국 사회의 인종지도는, 서양인을 일본인으로 대체하면 그대로 만주국, 혹은 '대동아공영권'의 인종지도가 되는 것이다. 아시아의 피압박민족들을 제국주의와의 투쟁에서 연대해야 할 자들이 아니라, 제국주의에 편승해 착취하고 이용해야 할 자들로 인식하는 것은 만주 경험을 통해서, 혹은 일본 신민으로 지냈던 1940년대 초반기의 경험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항일의용군의 존재도 있었다). 그 때문에 만주를 통치하던 관동군 장교 출신의 대통령이 민족해방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베트남에 군대를 파견한 것도,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중소기업 사장이 동남아시아 출신의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우리는 일본의 '그늘' 속에 있는 것이다."

-윤대석, <식민지 국민문학론>, 도서출판 역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