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허름하게 차려 입은 홍콩 느와르 배우가 떠오른다.

잘 생긴 배우와 잘 빠진 정장 맵시에 주목하면 동경의 대상이 되리라. 그러나 조연의 소소한 연출에 주목하면 다른 지점이 보인다. 그들은 허례허식이 없다. 담배를 끝까지 빨아 대면서도 재가 떨어지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옷에 뭐 좀 묻는다고 신경 쓰지 않는다. 머리가 헝클어지고 지저분한 수염을 방치한 채, 극적인 표정과 강한 억양으로 말하지만(아마 한국에서 했다면 손가락질 당할), 결코 그런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영화라 최대한 배우를 멋지게 연출함에도 그러한 투박함이 튀어나온다. 표정이든 연출이든 허례허식을 버리고 망가지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예쁘게 보이려는 하찮은 노력이 없다.

그들의 중점은 언제나 자신의 감정, 생각이다. 자신의 외적 요인이 어떻든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상황인 것이다.

모든 게 배신과 거짓 신념인 상황에서 가족이 파괴되고 여성은 배신하며 선과 악은 거꾸로 돌아가고, 남성은 고뇌한다.

(영웅본색, 천장지구, 흑사회, 철협쌍웅, 무간도, 아비정전)

영화 안에 공통 패턴은 남성의 유대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신뢰가 붕괴한 시점에도 결국 남성들은 같은 남성끼리 '같은 입장'에 있다는 유대감을 기반으로 나아간다. 그것이 비록 금방 쓸려 나가는 초라한 것이라도, 나머지 모든 허상보다 상대적으로 믿을 만한 무언가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조직을 세우고 질서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냥 아비규환의 세상에서 다른 모든 것은 중요하지 않은 듯, 다른 외적 요인이 어떻든 개의치 않고 솔직한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해서 한 마디 하는 것이다.

자신이 얻어 맞거나, 세상이 불타거나, 총구가 겨눠진 상황에서도 그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 있다는 듯,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표정하게 묻는다.

冇事嗎(모시마)?

(괜찮나?)

여기는 주갤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