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대 음모론을 진지하게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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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미쳐버린 블라녀.jpg 작성자 : 태아령

나는 거대 음모론을 진지하게 믿지 않는다.

DUPE

2025.01.07 00:09:43

조회 138 추천 8 댓글 5

나는 거대 음모론에 등장하는 세계 정부, 이면에서 활동하는 강력한 집단이나 개인의 존재를 진지하게 믿지 않는다.

의도대로 세계를 조작하는 단체나 개인의 개념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미래 예측이란 능력이 필요하며, 이건 초월적 문명의 외계인이나 신과 같은 존재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초월적 문명의 외계인이나 전지전능한 신이란 개념은 속성 자체가 인간 수준을 초월한다. 존재하더라도 스스로 정체를 밝히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그것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내가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가 스스로 정체를 밝히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신이 초월적 능력으로 그것을 막고 있다면, 내가 무슨 수를 써도 알아낼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으므로 진지한 고민의 대상이 아니다. 심지어 그런 존재가 있다고 가정해도, 인류의 역사나 개인의 삶을 돌아보면 결코 신경을 써야 하는 수준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만약 초월적 문명의 외계인이나 전지전능한 신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코 세계 전체를 좌우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나 기업 수준이거나, 그보다 영향력이 약한 무언가다.

거대 음모론에서 나오는 단체나 개인은 정확한 미래 예측 능력을 전제로 한다. 전 세계를 휘두르며 의도대로 변화를 준다는 것은 다양한 변수를 모두 제어, 예측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는 이 세계가 복잡계이기 때문이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 폭풍을 일으킨다는 카오스 이론처럼, 초기의 미세한 오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거대한 변화로 나타난다. 이 미세한 영향이란 매우 작은 수준이라서, 거의 전자 수준에서 오차가 없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확한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데, 결코 전자 수준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자 한 개의 정확한 측정도 이러한데, 지구 전체 수준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지구 전체를 구성하는 원자와 전자, 그리고 우주에서 영향을 끼치는 중력이나 전자기파도 정확히 특정해야 한다. 그런 것이 가능한 존재라면 사실상 저항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단지 특정 분야의 기상 변화만 알려고 해도 슈퍼 컴퓨터가 필요하며, 그마저도 정확한 예측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주식 시장이란 특정 분야를 예측하려 해도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률은 제한된 지역 내에서 의도대로 변화를 주고자 정밀하게 예측해서 시행하는 것이지만, 결코 원래 의도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복잡도, 불확실성이 증가하여 예측하지 못하는 성질이다.

그런데 거대 음모론에서 의도대로 통제하는 범위는 이 모든 것, 나아가 훨씬 많은 범위를 포함한다. 그런 것이 가능한 존재라면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신에 해당하며, 미래를 예측하지 못함에도 단지 주사위를 던지는 존재라면 의도를 가지지 않는 자연적 요소에 해당한다. 어떤 경우에도 거대 음모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존재를 고민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며, 고민한다고 알게 되는 속성도 아니므로, 결코 진지하게 믿지 않는다.

물론, 소설 스토리와 같은, 생각의 저변을 넓히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사실관계로 여기며 진지하게 고민할 대상으로 여기기엔 부적절하다. 나에게는 마치 퀘이사에서 방출된 강력한 제트가 곧 지구에 도달할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것보다 현실성 있으면서 실제 예측도 가능한 개념은 사회적 신뢰다. 사회적 신뢰가 망가지면 매우 높은 확률로 공동체 전체 수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나 또한 그것을 결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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