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에서, 그녀는 내 곁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내가 잠들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게 그녀를 안심시켰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깨어 있었다.

그녀의 숨결 사이로 울려 퍼지는 말, 그 말이 내 귓가를 찢고 심장을 할퀴었다.

그녀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그녀의 말 한마디, 그 단 한 번의 진실은 나를 허물고, 그 자리를 텅 빈 절망으로 채웠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숨죽였지만, 내 안에서는 무엇인가 무너지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그녀에게 실망할 일이 없을 거라 믿었다. 어리석게도.
하지만 두 번째 실망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그녀를 이해하려던 내 노력은 환상에 불과했다.

그녀는 허영으로 치장한 공허를 안고 살았다.

도파민에 의존하는 삶, 짧은 환희와 외로움의 틈새에서 불안을 감추려는 몸부림.

클럽이라는 화려한 무대에서, 그녀는 타인의 시선을 자존감으로 착각하며 춤을 추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사랑을 찾는 척했지만, 사실은 순간의 공허를 덮을 찰나의 위안을 구하고 있었다.
나는 점점 깨달았다.

그녀의 손짓과 미소는 진실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어딘가 부서져 있었다.

그녀는 거짓말로 자신을 감추려 했고, 그 거짓말은 천을 덮은 듯, 너무나 선명히 비쳤다.

그녀의 비밀은 나를 역겹게 했다.

사랑했던 기억조차 혐오로 물들게 했다.

그녀의 이름, 김은주, 그 이름마저 내 입술에 걸릴 때마다 헛구역질처럼 울컥하고 말았다.
그러나 어쩌면, 나는 그녀를 미워하는 척하며 나 자신을 책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녀를 사랑했던 그 시간, 그 감정, 그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내가 얼마나 한심했던가.

내가 얼마나 허망한 꿈에 속았던가.
이제 나는 그녀에게 바란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클럽이라는 무대에서 환호 속에 사라지길.

사랑을 갈구하며, 잠깐의 외로움을 달래줄 누군가를 찾길.

하지만 그녀가 알았으면 한다.

나처럼 그녀를 사랑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녀의 가장 추한 모습을 보고도 사랑했던 이는 나였으니.
나는 지금, 내 마음을 닫으며 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그녀를 생각하는 것조차 내게 독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기도한다.

그녀의 허상 속에서 그녀가 찾고자 했던 진실이 언젠가 그녀를 구원하길.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이 글을 던지고, 문을 닫는다.

씨발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