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원이나 사회적 자원을 능력에 따라 분배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만, 능력에 따라 분배하는 건 사실 공정하지 않고 공정할 수가 없다. 그리고 운도 실력이라고 많이들 말하는데 운도 실력이 아니라 실력도 운인거다.



당장 복잡하게 갈 것도 없이 능력에 대해서 말해보면,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주어지는 유전적 조건과 신체적 조건, 성장하는 환경부터 자신의 의지로 결정한 게 아니라 세상에 태어나서 눈을 떠보니 특정한 조건들이 주어져 있을 뿐인거지


학습능력이나 운동능력 등의 여러 분야에서 천부적인 재능이 주어져도 그것이 현생에 자신이 그러한 조건으로 태어나기 위해 전생에서 노력한 대가로 얻은 결과물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무작위적으로 거저 주어진 것으므로 운이기 때문에 출발점부터 공평하지 않잖아?


그리고 능력에 대한 천부적인 특성을 제쳐두고 보더라도 능력주의는 또 다른 방식대로 공정하지 않다. 능력에 비례해서 경제적 자원과 사회적 자원을 분배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주장의 문제점은 능력이 반드시 기여도와 비례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만약 A가 기업 회장인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윤극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능력이 좋은 직원을 선발해서 뽑는다고 가정해보자.

A가 기업의 미래를 위해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재 B를 뽑았는데 문제는 B가 자신이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그 능력으로 자신의 이익만 챙기고 기업을 위해서는 능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A와 기업 조직 입장에서는 B가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아무 의미가 없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는데?


위의 경우는 정말 단순하고 특수한 상황을 비유로 들어서 설명하긴 했지만 이러한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를 고려해보면 경제적 자원이나 사회적 자원을 분배할 때 능력에 비례해서 분배하는 것과 기여도나 업적에 비례해서 분배하는 것이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음.

그렇다면 능력만이 아니라 능력과 기여도 두 조건을 포괄적으로 반영한 기준에 따라 분배하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능력이 기여도에 비례하게 일치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여도의 차이가 발생한 경우에는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 지의 문제에 당면하게 됨.


능력의 크기와 기여도의 크기 사이의 상대적 비율은 완전히 일치하는데 비율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절대적 크기 자체는 어느 한쪽이 더 크고 다른 한쪽이 더 작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A는 능력이 5, 기여도가 5이고 B는 능력이 10, 기여도가 10이면 A와 B 모두 능력과 기여도의 상대적 조건(비율)은 동일하지만 절대적 조건(크기)은 5와 10으로 동일하지 않은데 그 이유가 천부적으로 주어진 능력과 조건이 공평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라면 능력과 기여도를 포괄적으로 반영한 기준으로 분배한다고 해도 공평하지 못함.
B가 A와 비교해서 2배 더 유리하고 뛰어난 능력과 조건이 주어진 상태로 태어났다면 B가 A보다 2배나 더 유리한 조건으로 태어나기 위해 그것에 상응 또는 비례한 어떤 대가를 지불한 덕분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천부적으로 주어지는 가정환경이나 신체적 특징,유전적 특성, 능력이 동등하지 않은데 이러한 점은 덮어두고 그저 능력과 기여도에 비례해서 경제적 자원이나 사회적 자원을 분배하는 게 공정하다고 말 할 수 있을까?

평등이나 공평, 공정이란 단어를 통념에 기반해서 인식론적 차원으로 접근해서 본다면 서로 다른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진리에 기반해서 존재론적 차원으로 접근해서 본다면 서로 동일한 개념이라고 나는 생각함. 평등해야 공정할 수 있고, 공정해야 평등할 수 있기 때문임.
너희들은 어떻게 해야 공평하다고 말할 수 있다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