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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40대 미혼 아재가 생각하는 남녀갈등...

KULUSEPHSKI(175.198) 2024.11.24 13:32:21
조회 91 추천 5 댓글 1


본인은 80년생 아재로 자발적 미혼이다. 비혼이란 단어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난 결혼을 하기 싫었다.

1남2녀 그냥 흔한 서민집안에서 나고자란 내가 일찌감치 혼자 살기로 결심한건 내 타고난 성격과 가정환경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는 전형적인 옛날 경상도 남자였다. 가부장적이고 고집이 셌다. 하지만, 책임감은 그 어떤 아버지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어머니 역시 전형적인 그 시절 어머니로 생활력이 강했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하지만, 역시 자식 셋을 키우면서 사는건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았고, 1년에 한두번은 크게 부부싸움이 있었다. 아버지의 고함과 그에 지지않는 어머니의 대응.. 그때마다 우리는 방에서 안절부절했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수 밖에 없었다. 아마 이런 기억들이 쌓이면서 내가 비혼을 결정하는 씨앗이 된게 아닐까한다.

아무튼 그러면서도 여느 가정들처럼 자라왔다. 

우리집에서 남녀의 역할분담은 매우 확실했다. 아버지와 나는 밥, 설거지, 청소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다. 어머니와 누이들이 집안일을 전담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들이 집에서 놀고먹진 않았다. 저런 집안일 외의 일들은 모두 남자의 몫이었다. 아버지는 만능 기술자였다. 보일러가 고장나도 수도관이 파열돼도, 물이 새도 뭐든 직접 고쳤다. 사람쓰면 다 돈이라 생각해서 뭐든 직접하셨다. 어떻게든 원인을 찾아내고 손품 발품을 팔아서 부품을 구해서 자기손으로 해내고야 만다. 난 그옆에서 보조역할을 했고 그 덕분에 어릴때부터 온갖 잡다한 지식과 간접경험을 했다. 아버지가 한겨울 파열된 수도관을 잘라내고 토치로 파이프 녹여서 끼우고 하는걸 몇시간동안 옆에서 거들고 아버지 심부름으로 30분 넘는 철물점을 왔다갔다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절대 이런일을 딸들에겐 시키지 않았다. 이런건 오롯이 내 몫이었고 나도 이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또하나 내 일은 약수터에 물 길어오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약수터물을 먹는게 유행처럼 퍼져있던 시절이라 약수터에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줄을서서 물을 퍼갔는데 우리집 물담당이 나였다. 다섯식구가 먹는물을 대는건 생각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주에 한번은 편도 한시간 거리에 있던 약수터에 말통을 구루마에 싣고 왔다갔다했다. 이걸 초등학생때부터 했고, 덜컹거리는 구루마 끌고가는 나를 아는 사람이 볼까봐 쪽팔렸던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때의 경험들이 나중에 나에게 큰 재산이 됐다는걸 알게됐다. 하기싫은 일이든 쪽팔리든 내가 해야할거면 해야한다는 책임감을 이때 체득한거같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남매들은 자랐고, 자매들 역시 이런 역할분담에 불만이 없었다. 매일 청소하고 설거지 하는게 싫었겠지만, 한겨울 맹추위에 아버지 옆에서 보조역할하고 매주 구루마 끌고 약수터 가는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가 커가면서 사회분위기가 빠르게 바껴가기 시작했다. 어느때부터 티비에선 남녀차별에 대한 주제가 자주 등장했고, 그 내용은 항상 여자들이 피해자고 차별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런 방송들이 긍정적인걸 넘어서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것을..

우리집도 이런 사회분위기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고, 우리집 자매들도 머리가 커갈수록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어머니 vs 아버지의 부부싸움보다 아버지 vs 자매들의 다툼이 늘어났다. 그리고 이 갈등은 자매들이 대학생이 되면서 절정에 이르게 됐다. 당시 대학문화는 말그대로 술판이었다. 동아리, CC, 술 이게 대학생들의 상징같은 단어들이었고 이로인한 갈등이 심했다. 

아버지는 가시나들이 술먹고 늦게 들어온다고 버럭버럭하셨고, 자매들은 아버지의 그런 잔소리를 시대에 뒤떨어진 꼰대라 여겼다. 그리고 이런 갈등은 부부싸움에서 자매들이 일방적으로 어머니 편을 드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한번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투셨는데 자매들이 어머니편에 서서 아버지를 같이 몰아세웠다. 어릴때같으면 상상도 못할 장면이었지만, 이미 머리가 클대로 큰 딸들앞에 50대에 접어든 아버지는 예전같은 권위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때 아버지의 충격받은 표정을 난 똑똑히 봤고, 내가 나서서 상황을 종료시켰지만, 아버지는 말없이 나가셨다. 잠시후 돌아온 아버지는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옥상으로 올라가셨고 손에는 끊었던 담배가 들려있었다.

한없이 넓어보이기만 하던 아버지의 등이 그렇게 외롭고 작아 보일수가 없었다. 그뒤로 아버지는 부쩍 말수가 줄었고, 자매들의 늦은 귀가나 술, 연애에 대해 잔소리를 하지 않으셨다.

 

영포티...

90~00년대 초반 학번들.

요즘 대학생들이 어떤 문화, 어떤 연애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때의 대학생활과 연애는 앞에도 언급했듯이 술과 CC로 대변됐다. 

나역시 학창시절 몇번의 연애를 했고, 일반적으론 여자애들이 남자들보다 많은 연애를 했다. 쉽게쉽게 남자를 갈아치우는 여자애들도 많았고, 그게 흠으로 여겨지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연애에서 여자가 갑이었고, 별의별 연애 가이드라인이 판을 치는 시절이었다. 

엽기적인 그녀같은 영화들이 메가히트를 기록하며 기센 여자와 순정적인 남자가 대세처럼 자리를 잡았고, 남자에겐 온갖 스윗한 요구사항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자를 찻길 쪽으로 걷게하면 안된다거나 편한 자리는 당연히 여자에게 양보해야한다 여자앞에 무릎꿇은 남자 사진들처럼 지금 세대들이 보면 아이구 씨발 당뇨 걸리겠네하는 일들이 일상처럼 일어났다. 

연애따로 결혼따로라는게 상식처럼 퍼졌고, 심지어 이런걸 똑똑한 여자로 미화하기까지 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여자들이 남자의 조건만 보고 결혼하진 않았지만, 사회전반에 퍼진 이런 가치관들은 작금의 수많은 사회문제들을 잉태하고 있었다.

조건을 보고 결혼하는 여자든 사랑으로 결혼하는 여자든 생각은 비슷했다. 내가 결혼을 해주는거고 고로 내가 이 결혼에서 주도권을 잡고 갑이 되는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결혼 허락을 받기위해 남자는 여자집에 찾아가 무릎꿇고 따님을 제게 주십시오~를 시전해야했고 압박면접을 통과해야했다. 우리집도 딱히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벌도 누나보다 못하고 편모에 쥐뿔도 가진거없던 매형은 이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큰 시련을 감내해야했다. 그나마 아버지는 사람은 성실하고 괜찮아보인다하셨지만, 어머니 눈엔 전혀 차지 않았기에 수차례 면박을 당하고 결국 누나가 울고불고 난리를 친 후에야 간신히 결혼허락을 받아낼수 있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까지해서 결혼이란걸 해야하는건가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거기다 남들과 부대끼는걸 좋아하지 않는 내 천성까지 더해서 난 그냥 혼자살기로 마음을 정했다.

 

난 지금 2030남자들이 싫어하고 조롱하는 영포티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들이 혐오해 마지않는 대한민국 결혼문화, 페미를 극혐하기도 하는 아재이기도 하다. 가부장 문화, 82김지영과 90~00년대 스윗한 대학 연애문화를 동시에 겪어본 경험으로 보건데 여자들 쪽으로 한참 기울어져있던 가치관들이 조금씩 균형을 맞춰가면서 지금의 남녀갈등은 조만간 새로운 형태의 수많은 사회문화를 만들어낼거라 본다. 

개인이나 가정이나 사회나 비슷하다. 갈등하고 바뀌고 또 갈등하고 바뀐다. 규모가 커질수록 그 변화의 속도가 느릴뿐. 문화는 개인을 바꾸고 개인은 사회를 바꾼다. 그리고 그 사회는 또다른 문화를 만드는 순환관계가 만들어진다. 

지금의 문화가 싫다고 너무 비관하고 포기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내가 바뀌면 세상은 또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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