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요약
1. 정액은 인체유래물이지만 인체 바깥으로 벗어나면 그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게 된다.
2. 인체 바깥으로 벗어난 정액은 그것을 최초로 받아들이는 자에게로 소유권이 이전된다.
3. 한녀들은 정액의 소유권을 자발적으로 이전받았으므로(악의) 정액 공여자에게는 어떠한 책임도 물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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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종목에서는 공에 관한 대원칙이 존재한다. 공이 특정인이 점유하고 있는 상태(몸에 붙어 있어 조종 가능한 상태)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공이 하늘을 날고 있거나 굴러다니고 있다면 그 공은 어느 누구의 소유물, 점유물도 아니라는 뜻이다.

정액도 마찬가지다. 정액이 아무리 인체유래물이라고는 하나 정액이 인체 바깥으로 벗어나는 순간(발사) 정액의 소유권은 그 개체에게는 없게 된다. 물론 그 개체가 생산한만큼 최초로 처분 권한을 지니겠지만 이미 처분권이 행사된 이상 그 개체가 소유권을 지닌다고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게 된다.

정액이 발사(사정)되어 질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따져 보자. 발사되기 전의 정액은 제조자(공여자)에게 소유권이 있지만 발사 직후에는 제조자의 소유 범위에서 벗어난다. 제조자가 발사라는 행위로 자신의 처분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발사 직후의 정액은 그 발사된(처분권이 행사된) 정액을 수령하는 자에게로 넘어간다. 날리거나 굴러가게 한 공(처분권이 행사된 공)을 최초로 포착한 선수에게로 공의 소유권이 넘어가는 것과 같다.

제조자가 발사시킨 정액은 일반적으로 제조자(수컷)에게서 수령자(암컷)에게 전달되므로 수컷에서 암컷으로 소유권이전이 일어나는 것과 같아진다. 물리적으로 따져도 수컷의 몸에서 벗어난 정액은 암컷의 질(신체)에 닿았으므로 발사된 정액의 소유권은 암컷에게 있다.

그러니 한녀들이 주장하는 한남 책임론은 애초에 (물리적으로도) 성립되기 어렵다. 정액 못 받아서 환장하던 한녀들이 막상 낙태 위기에 처하자 한남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절차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아무런 하자가 없음에도 특정물채권에 의한 담보책임(한남이 자신의 자궁에 발사한 정액에 의하여 자궁에 잉태라는 하자가 발생하였음)을 주장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특정물채권에 의한 담보책임은 법리상 선의이면서 무과실일 것을 요하고(그래서 처녀일 경우 강간이라는 게 성립된다),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행사되어야 한다(제척기간). 하지만 악의일 경우 담보책임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한녀들의 한남에 대한 담보책임 주장은 이 담보책임 법리부터 충족시키지 못한다. 누가 칼 들이밀어 정액을 쑤셔넣은 것도 아니고(선의), 스스로 못 벌려서 환장해놓고(악의) 나중에 가서 (담보)책임을 묻는 것이니 한녀들의 한남 책임론은 전혀 온당치 않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한녀의 임신에 관한 한 한남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어야 타당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