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한거냐 이거?

내가 잘못한거냐 이거?앱에서 작성

갱생실패리카

2024.09.03 17:29:58

조회 60 추천 0 댓글 1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카운터에 앉아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을 읽고 있었는데 손님이 들어왔다. 60대 정도의 아저씨였고 말보로 미디엄 한 보루를 달라고 했다. 나는 서랍을 뒤졌지만 보루는 없었다. 보루가 없다고 말하니 그냥 10갑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진열된 말보로 미디엄을 다 내놨더니 9갑이었다. 손님은 9갑만 달라고 했다. 나는 “봉투 필요하세요?” 하고 물었고 그렇다고 해서 “네, 봉투 50원입니다.” 하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인상을 팍 쓰더니 이런 건 그냥 줘야 되는 거 아니냐, 보루가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낱개로 달라한 건데 왜 봉투 값까지 받냐, 하며 짜증을 냈다. 나는 잠깐 고민하다 “그냥 드릴게요.” 하고 봉투 값을 뺐다.

흠흠. 나와 아저씨, 두 개의 입장에 대해서 짧게 생각해본다.

먼저 나의 입장. 말할 것도 없이 ‘봉투 값 50원’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내가 정한 게 아니라 나의 고용주가 정한 것이다. 물론 50원 더 받아봤자 점장님이 득이 되는 것도 딱히 없겠지만, 그렇다고 알바생이 어길 것도 못된다. 내 생각으론 고작 50원일뿐일지라도 이곳에서 돈과 관련된 호의를 베풀 권한은 점장님에게만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고작 50원일뿐이라면 손님이 내지 못할 게 또 뭐가 있는가? 또 만약 뒤에 다른 손님이 있었다면? 그 손님이 자기도 봉투 하나 그냥 달라고 한다면? 그 뒤에 손님도 그냥 달라고 한다면?

그리고 아저씨의 입장. 먼저 답배 9갑 = 40,500원이라는 거금(편의점 기준)을 썼다. 보루를 사서 손에 들고 가려 했으나 보루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낱개로 9갑을 샀다. 손에 들고 가기엔 무리가 있다. 당연히 봉투에 담아주겠거니 했는데 융통성 없는 점원이 봉투 값을 받으려 한다. 그 때문에 화가 났다.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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