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키가1하라 전투로 대세를 손에 쥐게 된 이에야스는 대마도주에게 명한다

"우리 꼬봉 조선왕도 조공사절을 보내 속히 축하하라!"

그러나 조선도 나름대로 자존심이 있어서 쉽게 응하지 않을걸 알았던

대마도는 난처해 하면서 결국 양국에 거짓말을 하는데...

조선측에는 이에야스가 중국에 조공하기 위해 조선과의 국교를 재개하기 원한다고 구라쳤고

일본측에는 조선국왕이 먼저 항복하고 화해하자고 서신을 보냈다고 위조한 것이다.

그런데 위 글에는 국서위조를 조선왕실이 몰랐다고 하는데 과연 사실일까?

정답은 no

이미 전후 포로가 되어서 일본에 끌려갔다 돌아온 사람들이

일본측의 내부사정을 잘 알려줘서 잘 알고 있었다.


즉, 이에야스가 원한건 조선측의 조공사절이지 화친이 아니며

이는 대마도의 구라질이란걸 조선측도 잘 알고 있었다.


덤으로 시게노부(대마도주 소씨의 가신)는 조선측이 온갖 사소한 일까지 중국 장수의 명을 따르고

털끝만큼도 스스로 정하는 일이 없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래도 조선은 우선 이에야스(가강)의 진의를 살피기 위해 정식 사신은 아니고

일개 중일 뿐인 유정(사명대사)을 정탐차 보내는데..

후시미 성에서 이에야스를 만나고 온 유정의 말을 듣고

조선 왕실은 이에야스의 본심을 정확히 파악한다.

유정이 돌아올때 국서를 주지도 않았고,

오히려 조선을 속국취급하면서 (조공)사신을 안보내면 좋지 않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을 한것이다.


이렇게 대마도의 구라질과 이에야스의 본심을 알아챈 상황에서

조선측에서는 과연 사신을 보낼것인가 말것인가 토론하게 되는데...

유영경의 말에 따르면 조선측의 의논은 대부분

조공사를 거절한다면 일본이 재침할지도 모르니 보내는 것이 낫다는 쪽이었다.

심희수는 원칙대로라면 우리가 군사력을 길러서 일본에게 복수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방비라도 잘해야 하는데

지금 꼬라지를 보니 절대 불가능하고

대마도가 우릴 업신 여기는건 당연하다고 말한다.

결국 주도권이 일본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제 경공이 오랑캐이지만 강대국인 오나라에게 수치를 무릅쓰고 딸을 시집보낸,

'약한 나라는 강한 나라를 섬길 수 밖에 없다;는 고사를 인용하며 사신을 보내자고 한다.

김제남 정창연 등은 사신을 보내면 선조가 예상했던 대로 항복사절 취급당할 것이 뻔할것이라고 말한다.

최소한 가강(이에야스)의 공식 서계라도 받아서 대등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보여

체면이라도 세우자고 주장한다.


결국 조선은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세우기 위해 

이에야스의 공식 서계를 보내고, 임진왜란 기간 동안 왕릉을 도굴한 범인을 압송하면

사신을 보내겠다고 말하는데..

조선측이 요구한대로 이에야스의 서계가 도착했으나

조선은 곧바로 이것이 대마도의 주작임을 눈치챈다.

이에야스가 보낼 리가 없는데 너무 손쉽게 보내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왕릉 도굴범이라고 대마도측에서 보낸 범인들도 임진왜란때 제대로 참전하지도 않은 대마도 잡범들임이 밝혀진다)

선조역시도 사신을 보내면 일본에선 조공사절 취급하고, 막부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서 이용할 것임을 정확히 간파한다.

그러나 이미 조선측은 진짜이든 아니든 어차피 사신보내는건 막을 수 없다는 자포자기 상태였다.

물론 선조가 우려했던대로 조선통신사는 에도 막부에서 공식적으로 "내방"이란 표현을 사용하여

류큐(오키나와) 사절과 함께 조공사절 취급당했고

중국 황제가 조공받는것처럼, 막부의 장군도 해외에서 조공을 받는다고 선전되어

에도 막부의 권위를 위해 사용되었다.

일본 민간에서는 히데요시가 조선을 정벌하여, 조선이 항복사절을 보내는 것이고

조공사를 멈추면 쇼군이 다시 한반도를 정벌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있었다.


에도막부 말 정한론의 명분에 있어서도,

조선이 조공사를 멈췄기 때문에 정벌해야 마땅하다는 의견이 있었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