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은 나와 내 여자친구에게 행복이고
담배는 나만의 행복이다


집앞에 무인 아이스크림점에서 함께 아이스크림을 고르는건 연애의 일상 속 행복이고,
여자친구에게 먼저 집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하며 근처 골목에서 담배를 피는것은 내 일상의 행복이자, 연애 속의 배려이다.


그런 평범한 일주일의 마무리였을뻔했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내 또래쯤 남자가 열심히 통화중이였다. 정확히는 영상통화중이였고, 화면으로 열심히 아이스크림들을 비춰주고 있었다.

나와 내 연인이 웃으면서 이것저것 아이스크림을 담는 동안, 그 남자는 계속 왔다갔다하며 아이스크림들을 영상통화로 보여주고 있었다. 영어로 대화하는 우리가 시선을 끌었는지, 이국인의 외모가 호기심을 끌었는지, 남자는 잠깐씩 나와 내 연인을 바라봤다. 그 시선이 왠지 서글퍼 보였던건 내 착각일 것이다. 우리가 계산하는 도중, 남자의 핸드폰에서 여자의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월드콘이랑 뭐, 뭐...."

할말만 하고 끊어진 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남자는 말없이 아이스크림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슬쩍 곁눈질로 본 그 남자의 얼굴은 외로워 보였고, 땀방울들이 옆얼굴에 흘러내렸다.


계산을 마치고 여느때와 같이 여자친구를 먼저 집으로 보내고, 나는 골목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남자 역시 담배를 피려는지 아이스크림 봉투를 들며 내 근처로 걸어왔다. 서로 호흡만 주고 받는 긴 침묵 중, 내가 말을 걸었다.

"아내분이 임신하셨나봐요?"
"아뇨, 그냥 여친 심부름이에요."
"아......."

긴 침묵 끝에 꽁초를 밟아 끄며 나는 집으로 발걸음으로 옮겼다. 문뜩 뒤돌아본 그자리엔, 남자는 여전히 담배를 피고 있었다, 오랫동안.


더운 여름밤,
검은 봉투 속 녹아가는 저 남자의 아이스크림이 참 씁쓸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