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홀로 서야만한다는 두려움과 외로움 때문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슬프다.
세상 여자들에게 박해받고 있다는 상상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그 슬픔이 너무 커서 술을 들이키고 싶다.
알코올로 이루어진 액체가 아닌, 영혼의 고통을 마비시키는 술을 벌컥벌컥 들이마시고 싶다.
그래서 나는 요즘 자주 주갤이라는 술집에 드나든다. 그 술집에서 설거지론이라는 글을 미친 듯이 읽는다. 주갤 설거지론을 마실 수록 내 영혼은 절여진다. 망가진다. 하지만 고통이 조금은 덜어진다.
계속 마신다. 이미 여러번 읽었던 주념글을 다시 한번 마신다.
그러나 디씨앱을 끄고 술에 깼을 때는 여전히 방 안에 혼자 앉아 사랑을 갈구하는 박해받고 있는 혹은 박해받는 상상을 하는 나만이 있다.
그래서 서둘러 다시 한번 디씨앱을 켠다. 술집으로 달려간다. 더 자극적이고 강력한 이론들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술기운을 빌어 나 자신에게 당당하게 소리친다.
‘네가 지금 옳게 살고 있는거다. 박해를 받기에 여자들로 부터의 착취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 사랑받는 가엾은 퐁퐁남들을 보라!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아닌지도 확실치 않은채 착취만 당하고 있는 알파메일들을 보란말이다! 너의 추한 얼굴과 무능력함이 널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준 것이다!’
주념글들은 이미 너무 배부르게 마셨다. 하지만 아직도 난 내 영혼을 마취시켜줄 술이 더 필요하다.
야갤로 달려간다. 다시 한번 술들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술기운이 점점 돌아 깔깔 웃어가며 나한테 또 외친다.
‘저 망해가는 우스꽝스러운 세상을 보라! 아무것도 성취하지 않은 채 이 세상을 비웃어가며 관망만하는 나는 이 시대의 현인이다! 무언가를 성취하기엔 이 세상은 너무나도 망가져있다! 나의 위대한 정신이 나를 끝없는 고독으로 이끈 것이다!’
밤이 너무 깊었다. 내 눈은 너무 피로하다. 하지만 내 뇌는 뽕이라도 맞은 것 마냥 매우 팔팔하다.
오늘 오후에 이미 읽었던 념글까지 내려갔다. 내 뇌는 한녀척살, 퐁퐁남, 노무현이란 단어들로 절여졌다. 하지만 난 내 고통을 더 마취시키고 싶다.
도갤이라는 술집으로 달려간다. 주갤엔 분노가 있다. 야갤엔 유머가 있다. 이곳엔 절망이 있다.
이곳에선 나의 고통을 각성시킨다.
끝없이 각성을 시킨다.
나의 고통이 크게 느껴져 뇌가 부어오르는 것 같다.
뇌가 부어올라 터져버릴 때까지 게이들이 만든 술들을 계속 읽는다.
‘학창시절 왕따 썰’ 이라는 위스키, ‘옆자리 여자애랑 짝이 되니까 쌍욕을 들었던 이야기’ 라는 브랜디, ‘못생기게 태어나면 노력해봤자 실패 뿐’ 이라는 보드카, ‘못생긴 도붕이의 인생 썰’ 이라는 럼주…
이곳에서 내가 피하고 싶어했던 나의 인생들을 마주한다.
나의 뇌는 너무 부어올라 신경이 망가져 고통이 쾌감으로 변해 괴롭게 즐거워하는 나에게 또 외친다.
‘보라! 나 처럼 박해받는 자들을! 너의 추한 얼굴과 무능함, 나태함과 나약함이 여기 너의 친구들에게로 이끌었다! 남편 설거지시키는 사악한 한녀가 아닌 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걱정해주는 친구들 곁으로 나를 이끌어주었다!’
눈은 더이상 뜨지 못할 정도로 아프다.
눈꼽이 덕지덕지 끼고 눈의 겉표면은 딱딱하게 매말라버렸다.
검정색 창문유리는 점점 파랗게 변해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더 많은 술들을 원한다.
나의 분노를 마시고 싶다. 유머와 조소를 마시고 싶다. 절망을 마시고 싶다.
박해받았던 기억을 생각할 수 없게, 박해받는 상상을 할 수 없게, 타인의 사랑을 갈구할 수 없게 계속 나는 술을 마셔야한다.
디씨메인화면은 쓸어내려본다. 이미 실베는 한참 전에 다 본 것들 뿐이다. 응우옌이 아직 자고 있는 듯하다.
나는 천천히 다시 주식갤러리 술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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