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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찐녀랑11(완)

판다가짱좋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12 04:13:26
조회 417 추천 0 댓글 0

 이른 아침, 일찐녀 집에 갔음.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전 날 자느라 못 본 일찐녀의 문자 메시지 때문이었음. 메시지는 사진이었음. 나와 일찐녀의 나체로 있는 사진..... 내가 주섬주섬 옷을 입는 모습가 일찐녀가 포즈를 취한채 셀카로 찍은 사진이었음. 아침에 일어나고 사진을 처음 확인했을때, 피가 차갑게 식은 감감을 느꼈음. 그리고 전날 들었던 소문들이 떠올랐음.


 일찐녀 집에 왔는데, 문제는 상하방이라 그런지 초인종이 없었음...... 생각해보니 너무 대책없이 찾아갔던듯;; 일찐녀한테 전화를 걸었지만 자는지 전화를 받지 않음. 어떡하지, 어떡하지하며 아침에 본 문자 내용이 머리를 가득 채운 상태로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음.


 한 2,30분 정도 의미 없이 전화만 계속 걸고 있으면서 안절부절하는데 갑자기 대문이 열렸음. 1층 주인집 아줌마였던거 같음. 대문 앞에 서있는 나를 보더니 누구니....? 이럼.  나는 말끝을 흐리며 이층 상하방......이랬음. 아줌마가 일찐녀 남자친구.......?하면서 물어봄. 당황해서 호흡이 꼬였던것같음. 이상한 말투와 억약으로 아, 아니요! 이랬던거같음.  나는 친,친구에요라고 말하고 2층으로 뛰다시피 올라갔음.


 상하방 문을 두들겼음. 반응이 없어 방금 전 보다 크게, 다시 문을 두드렸음. 누구세요...... 잠에 목이 잠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렸음. 일찐녀였음. 이윽고 문이 열렸음. 일찐녀 나를 보더니 별다른 감흥 없다는 반응이었음. 뭐야, 아침부터...... 이러면서 안으로 들어오게 해줌.


 일찐녀는 그대로 침대로 다이빙했음. 나는 집에 들어오기 전만해도 하고싶은 말 수십 수백가지를 생각해놨지만, 막상 일찐녀 앞에선 다시 찐따새끼가 되었음. 속으로 피곤한 상태로 말하는것보다 멀쩡한 상태에서 말하는게 더 남자답다고 자기합리화하고 일찐녀가 일어나길 기다렸음.


 5시간 뒤에야 일어났음. 그사이 나도 식탁에 엎드려 잠깐 잠들었음. 일찐녀 일어나더니 나보고 언제왔냐 그럼ㅋㅋㅋㅋㅋㅋㅋ. 또 입을 열려했는데 배고프다고 밥먹자고함. 일찐녀가 밥해줌. 이번엔 북어국에 소시지전 해줌. 맛있게먹음.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일찐녀 공부 가르쳐주고있음. 밥 먹은 뒤 사진에 대해 이야기할려했는데 일찐녀가 짠! 하면서 노트를 보여주는거임. 어제 내가 내준 숙제 밤새서했다고 자랑하는데 그 순간 공부 스위치에 불 들어온듯......


 일찐녀 진짜 열심히 집중해서 내 수업 따라옴. 뭔가 내가 생각했던 부정적인 생각이랑 이질감이 들어 떨떠름하는데 일찐녀가 내 상태가 이상한걸 눈치챔. 뭐야? 왜 그래? 이러길래 아무 말 없이 일찐녀를 쳐다보니 일찐녀가 뭔가 깨달았다는듯 연필을 내려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벗기 시작함.


 나는 그게 아니야, 라고 말하려했지만 그 짧은 사이 나의 뇌는 또 ㄱㅊ에 지배를 당해버림.


 또 함.


 나도 시발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음. 알면서도, 찝찝하면서도, 위험하다 느끼면서도, 망할놈의 이차성징 때문에, 나의 ㅇㄷ를 때준 일찐녀에게 이성을 유지할 수 없었음......


 한바탕(?) 한 뒤에 현자타임 덕에 이성을 찾을 수 있었음. 둘 다 끝나고 숨을 고르며 누워있는데, 나 스스로 놀랄정도로 아무렇지 않다는듯이 그 사진에대해 자연스럽게 물어봤음. 일찐녀 아무 생각없이 찍었다고했음. 그러면서 자기 나체 사진 찍어서 나한테 문자로 보내줌.


 일찐녀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왠지 일찐녀가 거짓말 하는건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찝찝하니까 지워달라했더니 알겠다고 하면서 내가 보는 앞에서 사진을 지웠음.


 왜그런지 모르겠음. 씻겠다고 화장실에 들어가려는 일찐녀를 멈춰세우고 왜 전학왔냐고 물어봄. 또 왜 학교에 나오지 않았냐고 물어봄. 일찐녀 땀이랑 내가 싼거 때문에 찝찝하니 씻는다고 말한 뒤 화장실에 들어감.


 나는 물티슈로 대충 그 부분만 닦고 옷을 입었음.  식탁 의자에 앉아 기다리니 일찐녀 화장실에서 나옴. 일찐녀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더니 내 맞은편에 앉았음. 나한테도 맥주 한 캔을 건냄;; 살면서 술 한 번도 마시지 않았지만, 괜히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 캔을 따고 한 모금 마셨음. 종이 담근 물에 탄산이 들어간 느낌이었음;;;


 일찐녀 한 캔 거의 원샷하더니 입을 열었음. 속으로 소문을 되내였음. 일찐녀가 학폭을하고, 여자와 선생님을 성매매를 시켰다는.....


 그러나 일찐녀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음. 

 

 일찐녀는 전에 다니던 학교 선생님이랑 사귀었다는거임. 학교 선생님이랑 사귀는 와중에 그 선생님이 다른 여학생과 바람이 났고 그 과정에서 그 셋의 관계를 다른 선생님들한테 발각이되었다는거임. 


 일찐녀 멘탈 나간 상태인데 다른 여학생이 그 틈에 거짓말해서 선동 해버렸다는거임. 일찐녀가 자기를 괴롭히고 강제로 그 선생님과 성매매를 시켰다는거임. 그여자애는 모범생이어서인지, 그 선생님이 침묵해서인지 일찐녀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일찐녀의 부모님은 학교에 나오셔야할 것 같다는 선생님의 전화에 일하느라 바빠서 못간다고 말했다고함;;


 일찐녀는 자포자기 한 상태였다고함. 다행인지 불행인지 전학조치로 상황은 마무리 되었고, 징계가 나온 그 날 일찐녀는 집 장농에서 돈을 훔친 뒤 집에서 뛰쳐 나왔다고함. 모텔을 전전하며 거처를 찾다가 전봇대에 붙은 10만원짜리 월세 전단지를 보고 이곳으로 왔다고함. 그제야 일찐녀 가방에 왜 모텔 파우치와 콘돔이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음. 생각해보니, 사용하지 않았으니 콘돔이 그만큼 있는것도 맞았음.


 그당시의 나한테는 너무 스케일이 큰 이야기였음. 너무 충격이었음. 일찐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음. 그 여자애 때문인지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했음. 공부를 하려고해도, 주머니에 돈 한 푼 없어서 먼저 돈부터 벌어야하는 상황이었다고함. 근데 중학생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고함ㅠㅠ


 수소문 끝에 일자리를 찾았는데 술집이었다고 함;;; 돈도 많이 주고 숙소도 제공해주고 공부하는 시간도 보장해주겠다고, 스킨십도 없다는 이야기에 눈감고 딱 기말고사 전까지만 하자 생각하고 했다고함. 근데 알만한 애들도 다 알겠지만 저거 다 거짓말임...... 숙소비, 식대 명목으로 돈 뜯고, 스킨십도...... 그나마 다행인게 일찐녀는 다른 언니들이 막아줘서 큰일까지는 없었다고함.


 처음 들었던 이야기에 한참 못미치는 금액과 너무 다른 상황들 때문에 도망쳐 나왔다는거임. 도망쳐 나오는데 시간이 걸려 기말고사도 놓쳤다고;; 일찐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궁금증이 생김. 일찐녀는 한 달하고 보름만에 돌아왔음. 그럼 나머지 보름 기간동안은?


 일찐녀에게 물어보니 그 기간동안 전의 학교 '그 선생님'한테서 돈을 뜯어냈다는거임;; 알고보니 일찐녀한테 나체 사진을 보낸 사람이 그 사람이었음. 이 새끼도 골때리는게 일찐녀랑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꾸준히 일찐녀한테 연락을 했다는거임. 이야기를 듣다보니 일찐녀의 가방 속에 있던 남자 지갑이 누구꺼인지 예측이갔음.


 내친김에 핸드폰도 물어봤음. 일찐녀가 핸드폰에 대해 어떻게 알았냐 묻길래 솔직하게 말했음. 일찐녀가 학교에 돌아왔을 때 반에서 일어났던일을.......

 

 일찐녀 박장대소했음. 애들 놀랐겠다고. 알고보니 그 핸드폰은 일찐녀 엄마 남자친구 가게에서 훔친거라고;;; 내가 괜찮은거야? 하고 물으니 예전에 자신한테 손대려 한적 있어서 괜찮을거라고함;;


 나 아무한테나 막 몸 대주는 그런 여자 아니야.


 내가 얼타는 표정으로 일찐녀를 쳐다보자 갑자기 일찐녀가 말했음. 나는 필사적으로 아니야 이러며 말했지만 속으로는 뜨끔했음.


 처음이야


 놀라서 일찐녀를 쳐다봤음. 그랬더닐 말꼬리를 붇였음. 내 또래랑은....... 괜히 얼굴이 빨개졌음. 일찐녀가 귀엽다면서 내 얼굴을 꼬집었음. 


 집에 돌아왔음. 머리가 복잡했지만 정리가된 이상한 느낌이었음. 담임 선생님의 행동과 소문, 일찐녀의 가방 등 궁금증이 말끔히 해결되었음. 다만, 이제부터는 또 다른 문제가 남았음.


 다음날 아침, 돼지 저금통 깼음.(내 돼지......ㅠㅠㅠㅠ) 20살까지  모아서 자동차 살려고 3년간 열심히 모아둔거였음.....(그때 자동차가 그렇게 비싼지 몰랐음;;) 한 30만원? 조금 안되었던거같음.


 그 돈들고 서점에 감. 중1,중2, 중3 수학, 영어 학습지와 수학의 정석까지 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놈 맞는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없는 독서대랑 노트 수십장을 샀음. 살면서 내 최대 결제 금액 나옴;;;

 

 일찐녀 집에 감. 일찐녀 전화 안받음;;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이 1층 주인집 벨 누름. 주인집 아줌마가 나 알아보고 문 열어줌ㅋㅋㅋㅋㅋㅋㅋㅋ

일찐녀 문 두들기니 일찐녀 또 기어나옴. 내 양손 가득 들어있는 공부와 관련되는것들을 보고 경악을 함. 일찐녀한테 너꺼야하면서 열심히 공부하자고 함. 그리고 책이랑 독서대 사고 남은 돈 전부 건내줌. 일찐녀 감동받은 표정지음.


 그날부터였음. 매일 일찐녀 집에서 밥먹고 공부했음. 그리고 그것도...ㅎㅎ








 시간이 흘러 어느새 2학기 중간고사 성적표 나오는날이 되었음. 사실 중3 2학기되면 너희도 알겠지만 뭔가 풀어지는 느낌, 인문계 갈 애들 특성화 갈 애들 거의 나눠지고 분위기가 붕 뜨고 서로 마지막 중학교 학기 추억으로 보내자 그런 느낌임. 우리학교는 그 분위기가 좀더 강했던듯.


 나는 전교권에 들었던거같음. 아마 일찐녀 덕분에 더 잘본거 같음. 가르치는 입장을 유지하려보니 진짜 공부 빡세게 할 수 밖에 없더라;;


  그리고 일찐녀는 전교 40등, 반에서 5등 안에 들었던거같음. 일찐녀 성적에 모두가 놀랐음. 일찐녀 그 날 엄청 울었음. 울면서 나랑 ㅅㅅ 엄청했음. 기특하기도했고, 대견스럽기도했음. 그리고 ㅅㅅ할때 주도권이 맨날 일찐녀한테 있었는데 그 날만큼은 내가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음.......ㅎㅎ


 일찐녀 공부하는 재미 제대로 맛들림. 애들 고등학교 간다고 송별회 분위기인데 매일 나랑 같이 열심히 공부함.


 중3 2학기 기말고사. 일찌녀 전교 20등 안까지 올라갔음. 기말고사 성적 나온 날, 담임선생님이 나랑 일찐녀 데리고 그 때 그 중국집 데려갔음. 그 날 살면서 코스요리 처음 먹어봄. 담임쌤일 그 때 나 데려다 준 선생님까지 데려옴. 분위기 좋게 잘 먹는데, 잘 먹다가 갑자기 일찐녀 울기 시작함. 여자 선생님도 울기 시작함. 담임쌤도 눈시울 붉어짐. 괜히 나도 코가 시큰했는데 크림 새우 먹는데 좀더 집중했는듯.







 겨울 방학 중이었음. 고등학교 배정 결과 나오는 날이었음. 같이 확인하기로해서 일찐녀의 집에서 시계를 바라보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음. 방학 전, 희망 학교 원서 쓸 때 담임쌤이랑 일찐녀에대해 이야기했었음. 선생님 솔직히 확답하기 어렵다고 했음.


 그 당시 성적 반영 비율이 중1,2,3 학년이 각각 20/30/50프로 비율로 반영된다 했는데 일찐녀 중 1,2 3학년 1학기 성적이 사실상 하위 20퍼센트였고 중3 2학기가 상위 10퍼센트 안쪽;; 이게 너무 드문 케이스라 선생님들 끼리도 걱정이 많다고. 듣다보니 3학년 1학기 기말고사 시험을 못본게 너무 타격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음.


 어느새 시간이 되었음. 일찐녀 학교 홈페이지 들어가서 인적사항을 적기 시작했음. 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걱정이 앞섰음. 일찐녀가 도저히 못보겠다고, 나보고 대신 확인해달라고 했음. 심장이 너무 떨렸음. 처음느끼는 종류의 긴장감이었던거 같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느끼는 이런 종류의 긴장감, 이게 선생님의 마음인가? 그런 생각까지했던거 같음. 확인 버튼을 눌렀음. 


 소리 질렀음. 일찐녀 고등학교 1지망으로 쓴 곳 붙었음. 그때까지도 일찐녀 양손으로 눈 가리고 있었음. 내가 붙었어! 붙었다고!!! 하면서 껴안자 그제야 손을 내리더니 모니터를 봤음. 일찐녀도 소리 지르기 시작했음. 서로 껴안고 난리도 아니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 좀 진정이되고 담임쌤한테 전화했음. 담임쌤도 나이스!!! 했음. 뒤에서 여자 선생님 목소리도 얼핏들렸음. 담임쌤이 일찐녀 바꿔달라해서 바꿔줬는데 한참 통화하다 일찐녀가 갑자기 나를 쳐다봄. 생각해보니 내꺼를 확인 안함.


 어차피 나는 무조건 합격이었음. 근데 뭔가 이상했음. 지망했던곳 맨 마지막, 빈 칸 채울려고 셨던, 우리 지역에서 명문이지만 너무 심각하게 공부 빡세게 시키기로 유명한 학교에 붙어버렸음.;;;


 선생님들 반응은 역시..... 하면서 잘되었다고 했지만 나는 절망했음. 왜냐하면 두발 자유화가 한참 보급되던 그 시기에도 그 학교는 지역에서 거의 유일하다 시피 반삭 시키는 학교였음.......(나중에 알고 보니 이학교 붙은 사람이 전교생 중 나 포함해서 두 명;;)


 나는 멘붕 온 상태였음. 그러거나 말거나 일찐녀는 너무 행복해보였음.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에라 모르겠다하고 밤새 일찐녀랑 술먹으면서 ㅅㅅ하고 tv로 영화보고 놀았던듯.


 일찐녀는 기숙사에 들어간다고 했음. 담임쌤이 일찐녀가 붙은 학교에 잘 이야기해서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해준다고했음.


 곧 일찐녀와 헤어져야했음. 우리는 그 날이 점점 다가왔지만 우리는 덤덤히 공부했던거 같음. 나는 복습 개념으로, 일찐녀는 예습 개념으로 수학의 정석으로 공부했음. 확실히 일찐녀는 빡대가리가 아니었음. 처음에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노력에 비해) 이제는 확실히 공부 머리, 시험 머리가 어느정도 잡힌거같았음.


 뭐되고싶어?


 일찐녀랑 헤어지기 삼일 전쯤이었던거같음. 일찐녀는 뜬끔없다는 말을 했지만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 했음. 한참을 고민하더니 아직은 모르겠다고했음. 지금은 그냥 공부하는게 재밌다고, 내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이된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다고 이야기했음. 내가 대학교는 어디가고 싶어하고 물었더니(다들 알지? 원래 이때는 개나소나 서울대 이야기하잖아ㅋㅋㅋ) 돈 없어서 못가...... 이럼...... 


 일찐녀와의 생활(?)이 익숙해져 한 번씩 일찐녀가 처한 처지를 망각할때가 있었음. 그 시기에는 목표였던 일찐녀의 인문계 합격을 달성해서 그런가 그게 더 심했던거같음. 일찐녀의 가정환경을 까먹고 있었음;; 뭐라 조언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음. 아는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 날은 ㅅㅅ하지 않았음.일찍가야한다는 말을 하고 밥도 먹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음. 그리고 그 날 밤새도록 컴퓨터 웹서핑을하면서 정보를 긁어모았음.


 다음 날 아침, 밤을 센 상태로 담임쌤한테 전화함. 근데 여자선생님이 받음(이정도면 안숨기는거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 급하다고 담임쌤 바꿔달라고하니 바꿔줌. 자초지종 상황 설명을 하니 담임쌤이 알겠다고함. 전화끊고 바로 일찐녀 집으로 향함.


 그때쯤에는 일찐녀 집 열쇠도 하나 가지고 있었음. 문따고 바고 일찐녀 집에 들어감. 일찐녀가 침대에서 오늘은 일찍왔네 이러는데  침대에 누어있는 일찐녀를 앉히고 준비한 자료를 보여줌. 대학교 장학금 제도에 대한거였음. 성적 장학금부터 국가 장학금까지, 상황별 받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장학금 제도를 다 알아봤던거같음.


 일찐녀 떨떠름하다가 이윽고 씨익 웃더니 이거 찾으려고 어제 일찍 들어간거냐고 물음.나를 향해 웃는 모습이, 그동안의 웃음과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음. 일찐녀 안그래도 방금 선생님한테 전화왔다고, 대학교 문제로 오늘 보자고했다고. 하면서 남자새끼가 왜 이렇게 입이 싸냐 그럼. 말은 거칠었지만 뉘앙스는 전에 본적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음. 나를 보는 일찐녀의 표정이, 말투가 전과 다르다는걸 느꼈고 이미 그녀와 ㅅㅅ까지 한 상태였지만 처음으로 부끄럽기도하고 민망하기도하고 창피하기도하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꼈음. 일찐녀는 선생님을 만나기위해 씻는다고 했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음.


  전날 잠을 못자서인지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음. 꿈에서 일찐녀가 나옴. 전과 같은 야한 꿈이 아니었음. 그저 일찐녀와 같이 밥먹고 tv보고 데이트하는 그런 꿈이었음. 꿈에서 깨고 왠지 모르게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음. 핸드폰 시계를 보았음. 아침 시간이었음.  꼬박 하루를 잤거였음. 내일이 일찐녀가 떠나기로 한 날이었음.


 일찐녀 내일 이사 간다며?


 혼자 아침밥을 차려 먹는데 엄마가 부엌에 들어왔음. 나는 놀란 표정으로 엄마를 쳐다봄. 나는 엄마에게 일찐녀에대해 아무것도 말한적이 없었음. 내 표정에 엄마가 몰랐을것 같았냐 으이구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음. 그 때 처음 알았음. 동네 사람들끼리 비밀이 없다는 것을. 일찐녀 집주인이랑 엄마랑 같은 계모임인 사실을;; 괜히 민망해 후다닥 밥 먹고 집을 나섰음.


 일찐녀 집에 갔더니 일찐녀가 짐을 정리하고 있었음. 짐을 싸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실감이 났음. 나도 거들어서 같이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음. 생각보다 짐이 많이 없었지만 나도, 일찐녀도 일하는게 서툴러 시간이 많이 걸렸던거같음. 다끝나고 보니 점심 때가 꽤 지났던거 같았음. 일찐녀가 이사가니까 짜장면 먹자고함. 짜장면에 소주먹음. 일찐녀한테 고등학교 가서도 술 마실거야? 이랬더니 공부해야하니까 오늘이 마지막이야 이럼. 나도 일찐녀 아니면 술 마실일이 없었기 때문에 오늘이 마지막이겠구나 속으로 생각함.  그래서인지 나도 그렇고 일찐녀도 그렇고 평상시보다 술을 많이 마심. 둘 다 취하고 영화보고 이야기하고 재밌게 놀았던거같음.


 어느새 시간이 10시 가까이된것 같음. 뭔가 집에 가기 싫었음. 평상시에 이 시간쯤되면 집에 안가? 이러던 일찐녀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음. 최대한 밍기적거리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옴. 엄마였음.


 자고 올려면 자고 와라.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음. 엄마는 다 알고 있었던거였음.(어쩐지 어느 순간부터 피임에 관련된 이야기를 이따금씩하셨던거 같음.) 나는 일찐녀를 바라봤음. 일찐녀를 좋아하냐 묻는다면 좋아하는게 맞는거같음. 근데 그게 이성으로써와 인간으로써의 좋아하는 감정의 중간 느낌인것 같았음. 일찐녀의 개인사를 알게되고, 같이 노력하고, 목표를 이루기도하고, 같이 웃기도, 울기도 했던 그 과정 속에 서로의 개인이라는 범위가 겹쳐진 그러한 느낌이었음. 그러나 그날만큼은


일찐녀야 나 오늘 여기서 잘래.


 일찐녀도 안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음. 일찐녀 옆에 누웠음. 어느새 평소처럼 서로 알몸이 되었지만 평소처럼 ㅅㅅ하지 않았음. 그날 밤새 알몸인채로 서로 끌어안기만했음. 서로의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잠이 들었던거같음.




 그렇게 일찐녀는 떠나갔음. 서로 말은 안했지만, 서로 마지막임을 직감할 수 있었음. 연락할게, 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잘가, 잘있어 이렇게 인사만 했던거 같음. 담임쌤이 일찐녀를 기숙사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왔었음. 선생님이 차타고 같이 가자 했지만 괜찮다고 했음. 이사짐차가 출발하고 일찐녀를 태운 선생님의 차도 따라 출발했음. 차들이 이미 저 멀리 사라져  보이지 않게되었지만, 나는 그자리에 한참을 서있었음. 그게 그시절 일찐녀랑의 마지막이었음.




 일찐녀랑 끝



  


일찐녀랑1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sul&no=4994&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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