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김종문의 진심합심] 베테랑의 욕심일까, 감독의 장악일까

바람돌이(210.220) 2024.09.30 07:52:30
조회 255 추천 0 댓글 4

서울 잠실야구장 원정팀 더그아웃 뒤에서 '우당탕'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경기를 마친 뒤 어느 베테랑 선수가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근 뒤 문을 부술 듯 격하게 고함치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그의 대기록 행진이 멈춘 날입니다. 

경기 후 여러 감정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꿋꿋하게 평상심을 지켜온듯 싶었지만 마음속은 복잡했던 것 같습니다. 힘이 떨어지면서 팀, 코칭스태프, 동료에게 마음의 빚이 있었습니다. 개인 기록도 소중하지만 야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밟아보지 않은 새 기록을 세운다는 자부심이 컸던 만큼 고민도 많아 보였습니다. 자리를 차지한다는 안팎의 눈총도 받았습니다. 막상 기록의 마침표가 찍히던 순간 그는 폭발했습니다. 한국 야구의 ‘철인’으로 평가받은 최태원 전 SK 와이번스 선수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때를 저 역시 기억합니다.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그가 과연 언제 나올지 지켜보는 모두가 원정팀 벤치를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라인업 카드의 대기선수 명단에 그의 이름은 마지막까지 그대로 남았습니다.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갔으나 벌겋게 상기된 그를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그날 밤 그의 인터뷰는 없었습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가방을 챙겨 나가는 그를 붙잡지 않았습니다. 그의 노고와 감정을 존중했습니다. 

던지지 못한 질문은 남았습니다. “마지막을 직접 선택할 수는 없었나요?”

당시 그는 1000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한 뒤 감독님과 면담에서 “결정에 따르겠다"라는 뜻을 미리 밝혔죠. 그렇지만 그 뒤 두 사람의 관계, 팀 분위기는 위태로웠다고 저는 기억합니다. 신기록에 팬과 미디어의 이목이 쏠리며 감독이 부담스러워했습니다.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지도, 편안하지도 않은 상태가 됐습니다. 만약 거기서 스스로 멈추기를 결정했다면 어땠을까요.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 저도 답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야구단에서 일하면서 그때의 기억은 여러모로 유용했습니다. 베테랑과 감독 또는 구단과의 보이지 않는 긴장 관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했습니다. 

기자로서, 프런트로서 지금까지 만난 여러 감독님 역시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감독님의 힘이 막강하던 과거에도 그랬습니다. 당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교체 지시에 불만을 품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보란 듯이 글러브를 패대기쳤지만 베테랑 감독은 못 본 척 넘깁니다. 그래 놓고 다음 경기에 감독은 그를 '콜' 했습니다. 독재자 같은 감독님도 그 선수의 선을 넘은 듯한 행동을 쉽게 제어하진 못했습니다.

다른 팀 감독님은 베테랑 선수 몇몇을 캠프에서 배제하는 결정으로 선 긋기를 선언합니다. 베테랑들의 헌신을 기대했는데 이에 못 미쳤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습니다. 느슨한 이들의 분위기 대신 젊은 선수들에게 더 기회를 줘 캠프를 팽팽한 긴장감으로 채우겠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달이 났습니다. 갑자기 이 소식을 통보받은 베테랑들은 불만 가득한 마음으로 마이너 캠프에 모였고, 다른 곳에서 훈련하던 후배들에게도 영향을 줬습니다. 분리하겠다는 계획과 달리 선배 선수들 영향이 컸습니다. 시즌에 들어가서 모두가 서로를 의식하는 불편한 관계가 됐습니다.

반대로 특정 선수에게 특혜를 주며 팀을 장악해 승승장구하던 어느 감독님의 리더십을 밖에서 보며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헷갈렸습니다. 저렇게 이기는 것이 최선인가 싶었습니다. 그들의 특별한 관계가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 또한 시간이 말해줬습니다. 결국 상처가 팀에 남더군요.

최근에도 여러 팀에서 베테랑 선수의 이슈가 보입니다. 개별 사정이 다르기에 쉽게 재단할 순 없습니다. 선수와 감독 어느 한쪽이 이기고 지는 문제처럼 돼선 곤란합니다. 베테랑의 도전이 욕심으로 읽히고, 감독의 리더십이 권력 장악으로 비쳐서는 결국 팀이 피해를 봅니다. 그간의 노력을 서로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이 양쪽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비시즌 같은 평화의 시기에 일찌감치 합의해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밥만 먹는 것으론 부족합니다. 시즌 중에도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고 조율해야 합니다. 주고받을 것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일종의 거래가 필요합니다. 중재와 타협의 기술이 우리 야구판에 좀 더 필요합니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손해 보기 싫어서 피해 입으면 반드시 되갚아 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1/18 - -
공지 9월 NC다이노스 잔여경기 일정 [4] NC갤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9.06 4575 13
공지 2024시즌 경기일정.PNG [14] 엔갤러(175.116) 24.01.03 25498 73
공지 타갤러를 위한 엔팍 예매/할인/주차 정보(2022) [19] ㅇㅇ(223.33) 22.03.30 54753 87
공지 창원 숙소 및 여행지, 여행코스 업뎃(2022) [43] ㅇㅇ(223.33) 22.03.21 44319 148
공지 엔팍인근 및 창원맛집 업뎃(2022) [58] ㅇㅇ(223.33) 22.03.21 64700 183
공지 NC 다이노스 갤러리 이용 안내 [219] 운영자 13.03.14 203677 139
8301624 현직 실무자들도 짜친다고 말나오는거 엔갤러(220.87) 05:15 27 0
8301623 날씨 미쳤네 [1] ㅇㅇ(211.235) 05:02 37 0
8301613 아우 주원시치 ㅇㅇ(125.128) 04:09 50 0
8301612 국대 한 경기도 안본 거 나뿐이냐 [2] ㅇㅇ(211.234) 04:07 37 0
8301605 국대 망하든 말든 알빠노 우리 팀만 잘하면 됨 [1] ㅇㅇ(115.41) 03:39 31 0
8301587 국대가 망했다고 슬퍼들마라 [1] ㅇㅇ(61.105) 03:08 68 0
8301575 퐈 슈발 언제뜸 [3] ㅇㅇ(211.234) 02:49 59 0
8301573 9번째 구단 창단이 국가대표 몰락의 시발점이 아닌가 싶음 [3] ㅇㅇ(223.39) 02:47 76 3
8301568 이새끼 ㄹㅇ 왜 욕먹은거임?ㅋㅋㅋㅋㅋㅋㅋ [2] ㅇㅇ(211.234) 02:36 153 9
8301552 리니지 홍보용으로 리 닝지 영입 못 하냐 엔갤러(218.239) 02:08 20 1
8301549 짤녀 이쁘면 자러감..jpg [3] 빙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6 64 1
8301546 회식장소머노 ㅋㅋㅋㅋㅋㅋ [1] ㅇㅇ(223.39) 01:59 72 0
8301537 살롱 3만포인트준다 믿고연락해 살롱(180.83) 01:47 11 0
8301534 오랜만에 23 포시 보는데 페디 존나그립네 [2] 엔갤러(211.243) 01:43 78 0
8301531 주원이 가슴크네 엔갤러(211.235) 01:40 150 1
8301528 하트야 떠나겠구나.. 엔갤러(118.235) 01:36 91 0
8301523 4김이라 안부르냐? 엔갤러(118.235) 01:28 47 2
8301514 칰) 너네 용병 이번주 발표 [2] 엔갤러(223.39) 01:14 232 0
8301496 타운홀 학생증 가능한가 [3] 엔갤러(106.101) 00:47 124 0
8301490 생각해보니 패션팬도 공생해야 함 엔갤러(211.235) 00:34 143 1
8301485 남자가 타운홀을감? [1] 엔갤러(168.115) 00:30 97 2
8301480 겆) 김휘집이 김주원 이주형보다 먼저 대주자로 기용된 거 이해됨? [2] 엔갤러(211.177) 00:25 213 3
8301478 내년엔 야구가 재밌겠지 엔갤러(210.182) 00:23 33 0
8301472 프리미어 12 내년부터 지역 예선 시작 , 2027년 16개팀 조별리그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허리케인담벼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7 117 0
8301470 이제 자선야구만 남았나 ㅇㅇ(222.110) 00:15 34 0
8301467 '야구'를 좋아하면 사실 타운홀에 크게 관심없지 [7] ㅇㅇ(211.220) 00:11 244 2
8301466 23시 59분까지 [1] ㅇㅇ(223.39) 00:11 129 1
8301462 타운홀 어쩌고 하는 자지들은 엔갤러(106.101) 00:07 108 4
8301461 김지찬은 4년에 얼마정도일까? [1] ㅇㅇ(180.69) 00:06 100 1
8301454 대한민국의 4강 도전은 아쉽게 멈췄지만…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7 806 35
8301453 이새기 대체 국대 왜 뽑힌거임? [12] 엔갤러(116.45) 11.17 480 4
8301452 야구 세계 랭킹 순위 [3] 엔갤러(223.38) 11.17 211 0
8301451 확실히 야구판에 아이돌유입 많아진게 [3] ㅇㅇ(115.40) 11.17 343 17
8301449 3김 진짜 올까? [1] 엔갤러(118.235) 11.17 214 0
8301448 니기미 좀 좆같네 ㅇㅇ(222.110) 11.17 46 0
8301447 삼김타훈올오겠제? 엔갤러(124.51) 11.17 71 1
8301444 겆) 내일 왠지 니네 애들 우리애들 다 쓸듯 ㅇㅇ(119.149) 11.17 72 0
8301441 ㄴ류중일 속마음 ㅇㅇ(118.47) 11.17 51 0
8301440 아우 대만전 주원시치 내고 경우의수 ㅇㅈㄹ [5] ㅇㅇ(106.101) 11.17 291 0
8301438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야구 국제대회 가지고 JTBC의 저주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허리케인담벼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7 30 0
8301436 1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탈락 확정임?? [2] 엔갤러(223.38) 11.17 219 0
8301434 wbc 프리미어 12 합쳐서 5연속 6연속? 광탈아님?? 엔갤러(61.79) 11.17 40 0
8301433 리그의 수준은 팀 수가 아니고 선수의 능력치가 더 높아져야 올라감 [1] ㅇㅇ(61.105) 11.17 66 2
8301427 이렇게 된 이상 ㅇㅇ(115.40) 11.17 102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