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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단편소설)모바일에서 작성

최도사(220.83) 2024.07.26 22:26:00
조회 162 추천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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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날 아침, 석가모니가 극락에서 연못가를 혼자 걷고 있었습니다. 연못에는 백옥 같은 연꽃이 피어 있었고, 연꽃의 황금색 꽃술은 널리 아름다운 향기를 퍼뜨리고 있었습니다.



  석가모니는 발걸음을 멈추고, 연꽃잎 사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극락 연못 밑은 지옥이어서 수정 같은 맑은 물을 통해 삼도천 (三途川 : 저승 가는 길에 있는 큰 내)과 바늘산 (針山 : 칼침이 나무처럼 들어선 지옥의 산)이 훤히 보였습니다.



  칸다타라는 남자가 다른 죄인과 함께 비명을 지르고 있는 모습이 석가모니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칸다타는 사람을 죽이고 남의 집에 불을 지르는 등 나쁜 짓을 일삼은 도둑이지만, 단 하나 좋은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남자가 숲 속을 지나다 작은 거미 한 마리가 기어가는 것을 보고 재빨리 발을 들어 밟아 죽이려 하다가



“아니야. 이것도 작지만 생명이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어. 그런 생명이 이유 없이 죽는 것은 너무 가엾은 일이지.”



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바꿔 살려 주었던 일입니다.


니 멀리서 한 줄기 은빛 거미줄이 다른 사람 눈에 띄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 가늘게 빛을 내며 자기가 있는 곳으로 내려오는 아닙니까. 칸다타는 손뼉을 치고 기뻐했습니다.



  ‘줄에 매달리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야. 아니, 잘 되면 극락에 들어갈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바늘산에 꽂히는 일도 피의 연못에 빠뜨려지는 일도 없을 테지.’



   칸다타는 재빨리 거미줄을 움켜쥐고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부터 도둑질에는 선수였으므로 이런 일은 식은 죽 먹기였습니다.



   그러나 극락과 지옥은 몇 만리나 떨어져 있어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간단히 갈 수 없습니다. 한동안 오르던 칸다타는 몹시 지쳐 잠시 쉬면서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조금 전 자기가 있던 피의 연못이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어렴풋이 빛나는 바늘산도 다리 밑 저 멀리에 있습니다. 지옥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꿈만은 아닐 것입니다.



   칸다타는 양손으로 거미줄을 잡고 몇 년 동안이나 내 본 적이 없는 목소리로 “됐다, 됐어.” 하며 웃음 지었습니다. 그런데 거미줄 끝에 셀 수 없이 많은 죄인들이 뒤를 따라 개미 행렬처럼 열심히 기어 올라오는 것이 아닙니까. 칸다타는 놀랍고 두려워 잠시 큰 입을 벌린 채 눈만 움직였습니다.



   ‘나 한 사람만으로도 끊어질 것 같은 가느다란 이 거미줄이 저 많은 사람들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끊어진다면 여기까지 올라온 나는 다시 지옥으로 거꾸로 떨어져 버릴 것이야. 큰일이야.’



   죄인들은 몇 천이 넘게 어두운 피의 연못 밑바닥에서 슬금슬금 기어 올라와 가늘게 빛나고 있는 거미줄에 한 줄로 늘어서 부지런히 기어오르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하지 않으면 거미줄은 중간에서 두 갈래로 끊어져 떨어져 버릴 것입니다.



   칸다타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야, 이 죄인들아. 이 거미줄은 내꺼야. 네놈들은 대체 누구의 허락을 받고 기어오르는 거냐. 내려 가.”



   그 순간,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던 거미줄이 갑자기 툭 소리를 내며 끊어졌습니다. 칸다타는 바람을 가르며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어둠 속으로 거꾸로 떨어져버렸습니다.
  3.

석가모니는 극락의 연못 속을 내려다보다가 칸다타가 피의 연못 밑바닥으로 돌처럼 가라앉아 버리자 슬픈 얼굴을 들어 올리고 다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자기만 지옥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칸다타의 무자비한 마음이, 그리고 그런 마음에 상응하는 벌을 받고 다시 지옥으로 떨어져버린 것이, 보기에 무척 한심했습니다.

    극락 연못의 연꽃은 그러한 일에는 무관심했습니다. 구슬 같은 하얀 꽃은 석가모니의 다리 주위에서 산들산들 꽃받침을 흔들며 한가운데 있는 꽃술에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아름다운 향기를 끊임없이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극락도 벌써 한낮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 일본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芥川龍之介,  1892∼1927)의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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