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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또문학] 댄서의 순정 (찬또 + 장민호랑나비)

ㅇㅇ(175.124) 2020.02.16 22:25:57
조회 1223 추천 69 댓글 17


공연이 끝난 뒤 찬또가 출연자들의 대기실을 찾아간 이유는, 일차적으론 옆집 누님이 자기 대신 그들의 싸인을 받아오라고 닷새 전부터 성화였기 때문이었지만, 지금 그런건 찬또에게 아무래도 좋았다.


대기실 앞은 '호랑나비단'을 찾아온 팬들로 문전성시였다.


공연 뒤엔 그들을 만나지 못하리라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저마다 선물상자, 꽃다발, 편지 등등을 들고 서 있었다.

곧 경호원들이 나와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찬또는 그냥 돌아갈까 했다가 옆집 누님의 손바닥이 아주 매운 걸 상기하곤, 도로 쏟아져 나오는 인파를 피해 대기실 근처 복도 한켠으로 몸을 옹송그렸다.


벽에 기대어 찬또는 눈을 감았다.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 댄스, 댄스, 댄스, 춤을 춥시다 ...


대기실 안에선 남자 대여섯의 허허 하는 웃음소리가 나왔다.

그들은 그들의 공연이 방금 전 한 청년의 숨겨진 본능을 깨웠다는 사실을 짐작도 하지 못했다.




*




지금 지역에서 가장 인기있는 호랑나비단.

옆집 누님이 팬인건 알았지만, 찬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뭣하러 자신이 남정네들이 춤추는 거나 보러가야한단 말인가?

게다가 경호원들을 따돌리고 그들의 사인을 받아와야 한다니. 자기 급한 일 생겼다고 표를 덜컥 안겨준 것만 해도 민폐인데, 그런 불가능해보이는 일 따윈 절대로 맡고 싶지 않았다.


'고마운 줄이나 아렴! 호랑나비단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몸소 가서 그분들의 춤사위를 보면 너도 전율을 느낄 게다.'


그때는 코웃음이나 쳤더랬다.




*




그 결말이 이거였다.

공연이 끝난지 삼십 분쯤 되었는데 아직도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얼마나 아랫입술을 깨물었는지 그 부분이 따가웠다.

이제는 누님의 심부름보다도 그들의 얼굴을 직접 보고싶은 마음이 컸다.


"넌 뭐하는 녀석이냐?"


경호원이었다. 멍하니 있다가 바보 같이 발각된 것.그들은 쭈뼛쭈뼛거리는 찬또를 위아래로 흘겨보고 미심쩍은 눈초리를 했다. 경호원 중 덩치가 더 큰 쪽이 말을 이었다.


"공연에 온 건 아닌 것 같은데..."

"맞지. 옷이 촌스럽잖어."


내 옷이 그리 촌스럽나? 찬또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한다. 내가 무엇 때문에 여기 왔더라. 그래, 심부름. 그 뒤엔 말이 생각보다 빨리 튀어나왔다.


"예, 저는 심부름을 온 이찬또라고 합니다."

"누가 이름을 물어봤댔니?"


약간 어이없어 하는 경호원들이었다. 그게 더욱 미심쩍어 몇 번 더 대질을 해봤지만 그 수상한 청년은 이상하게 어디서 온 심부름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한편 대기실 안에 있던 호랑나비단은 바깥의 꽁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참지 못하고 단장인 장민호에게 나가보라 재촉했다.

못 이기는 척 슬쩍 대기실 문을 열었는데, 그 셋은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이상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장민호가 흠흠, 크게 헛기침을 하였다. 그제야 세 명이 장민호 쪽을 돌아보았다.


'멀끔하게 생긴 녀석인데.'


호랑나비단의 리더, 장민호는 청년의 얼굴이, 떡대 둘 - 장민호는 경호원들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 의 어깨 틈으로 빼꼼 나온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를 본 청년의 얼굴이 순간 밝아지는 것도.

마치 누군가의 과거를 보는 듯한 풋풋한 모습이었다.


"무슨 심부름이니?"


부드러운 말투로 장민호는 물었다.


"어, 그게..."


찬또는 여전히 무서운 기세인 두 떡대의 눈치를 보며 말꼬리를 흐렸다.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호랑나비단 단원 중 눈치가 빠른 신성이 "두 분, 극장 뒷문이 잠겼는지 확인해주시겠소?"라며 경호원을 물렸다.


그러고나서야, 그리고 그 사이에 얼굴이 더 붉어진, 청년이 꾸깃꾸깃한 종이를 내밀며 싸인을 요청했다. 결코 자신이 아니라 아는 누님의 것이라며 거듭 말하면서.


생각보다 재미없는 용건이었군 하고 장민호는 생각했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온 용기가 가상해 종이를 받아들었다.


펜을 꺼내려할때, 갑자기 찬또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저기,"


긴장했던 탓인지 갑자기 목소리가 크게 나와 호랑나비단 단원들의 눈이 다시 찬또에게 몰렸다.

그냥 입을 연 것일뿐인데 순간 복도를 울리는 발성. 심상치 않았다.

허나 더 가관인 것은 찬또가 곧바로 꺼낸 용건이었다.


"댄서는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습니까?"


순간 장민호의 표정이 흠칫 굳었다.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장민호를 포함해 단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인지, 찬또만이 짐작도 못했다.


끅끅거리는 소리는 멎었지만 여전히 웃음기 있는 목소리로 장민호가 물었다.


"댄서가 되고 싶니?"


"네." 찬또가 대답했다.


"그럼 무릎은 포기하렴."







----


춤 배우고 싶은 찬또와 무릎 드립 하나 떠올라서 써버린 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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