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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이 입김으로 밤하늘에 뿌려졌다. 태관은 허공에 부서지는 입김을 보며 제 마음도 이렇듯 흩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봤다. 다시금 한숨을 내뱉으려는 찰나에 자신을 부르는 윤성의 음성에 숨을 다시금 삼킨다.

"형, 뭐하세요? 추운데."

"아냐. 들어가자."

태관은 잠깐이지만 눈을 질끈 감으며 마음을 다져본다. 두 남자는 터벅터벅 숙소를 향해 걷는다.

요며칠 태관은 곧잘 진지해지고, 또 곧잘 한숨을 내뱉고는 했다. 윤성은 이런 태관이 걱정되어 무리에서 보이지 않을 때면 그를 찾아다녔다.

"레전드 미션이 코앞이라 너무 긴장되죠?"

걱정이 가득한 윤성의 질문에 태관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웅이 형이 요즘 형 걱정된대요."

뚝-

갑자기 태관이 걸음을 멈춘다. 이에 따라 멈춰선 윤성은 그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영웅이가...?"

"네. 지광이형도 그렇고, 저도 다들 걱정하고 있어요. 형 요즘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니. 그냥... 경연 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받아서."

윤성은 태관이 정말 경연스트레스가 심한가보다 여기고는 그의 어깨에 팔을 감싼다.

어쩐지... 태관은 숙소로 돌아가기 싫은 마음뿐이다.

미스터트롯 준결승자 2박3일 합숙훈련. 태관은 준결승진출이라는 위대한 타이틀을 얻었음에도 채 기쁠 수가 없었다.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바로...

"저희 왔어요~"

윤성이 숙소 문을 열자 영웅과 지광이 어디 다녀왔냐며 묻는다. 태관은 침대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자신을 쳐다보며 묻는 영웅의 얼굴을... 차마 쳐다볼 수 없어 시야를 떨어트린다.

"뭐 그냥. 답답해서 바깥 공기 좀 쐬고 왔어."

"나도 데려가지. 답답했는데."

낮은 영웅의 음성이 태관의 심장을 간질거리게 한다. 태관은 애써 영웅의 얼굴을 보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간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뽕따발팀은 한 방으로 배정이 되어 안 그래도 심란한 태관의 속내를 어지럽혔다.

"태관이 형. 이쪽으로 와봐."

"어? 아, 응."

자신을 부르는 영웅으로 인해 태관은 쭈뼛쭈뼛 그의 침대맡으로 다가선다. 영웅이 휴대폰을 들이민다.

"아까 보랏빛 옆서 부른 거 영상 찍은 건데 한 번 봐줘."

그러면서 한다는 게 자신의 엉덩이 옆을 손으로 툭툭 친다. 잠깐 망설이던 태관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이내 영웅의 옆에 자신의 엉덩이를 들이민다.

영웅의 허벅지와 맞닿은 제 골반으로부터 뜨거운 열기가 번지는 것만 같다. 태관은 잔뜩 긴장한 채 영웅이 내민 휴대폰을 건네받아 영상을 본다.

아니, 보려고 했지만 제대로 보이지도, 노래가 들리지도 않았다. 당장 영웅의 체향이 태관의 정신을 어지럽혔기에.

짧지만, 또 길었던 영웅의 촬영영상이 끝나고.

"어때?"

순간 영웅이 얼굴을 들이밀며 어떠냐고 묻는다. 태관은 자신의 귓가에 영웅의 숨결이 닿자 정신이 아득해져 급히 몸을 일으켜세운다.

갑자기 태관이 벌떡 일어나자 영웅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그를 올려본다.

"괜찮네."

"형 어디 아파?"

갑자기 영웅이 자리에서 따라 일어나 태관의 이마에 제 손을 얹는다. 뜨거울 열기가 영웅의 손에 전해진다. 놀란 영웅이 맞은편 침대에 앉아 휴대폰을 하던 지광에게 말한다.

"지광이 형. 지금 태관이형 열 나."

"그래? 태관아 감기 걸린 거야?"

태관은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시선이 주목되자 당황하여 손사레를 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도 눈치채서는 안 될 것이 있었다.

"체하면서 몸살이 왔나? 나 화장실 좀 갈게."

급하게 태관이 화장실로 들어간다. 아니, 피신이라고 해야 좋을 것이다.

찰칵-

화장실문을 잠근 태관은 경직되어 자신의 아랫도리를 내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