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한만혁 기자]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이용자보호법)’의 시행령을 발표했다.
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이용자 자산 보호, 불공정 거래 행위 규제, 금융당국 감독 및 제재 권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가상자산의 정의와 가상자산 제외 항목을 규정하고 이용자 자산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의 의무를 강화했다.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시세 조종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 및 과징금 부과 등 제재 근거도 제시했다.
이번에 발표한 시행령은 이용자보호법의 세부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가상자산 제외 대상 ▲이용자 예치금 관리 기관 및 운용 방법 ▲콜드월렛(Cold Wallet) 보관 비율 ▲보험·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 적립 기준 ▲미공개 중요 정보 공개 기준 ▲가상자산 관련 입·출금 차단 허용 사유 ▲과징금 부과 절차 및 부당 이득 산정 방식 등 7가지다.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령을 발표했다 / 출처=셔터스톡
가상자산 제외 대상
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써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한다. 단 교환가치가 없고 사용처와 용도가 제한된 전자적 증표, 게임산업법상 게임머니, 선불전자지급수단인 전자화폐, 전자증권법상 전자 등록 주식, 전자어음법상 전자어음, 상법상 전자선하증권 등은 가상자산 범위에서 제외했다.
시행령은 가상자산 제외 대상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연계되는 예금 토큰, 대체불가토큰(NFT)을 추가했다. 예금 토큰은 예금에 대한 규제를 적용받게 되는 것으로 한국은행이 관리하는 CBDC 네트워크에서 발행되는 것을 말한다.
NFT는 고유성을 갖고 있어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토큰이다. 금융위원회는 NFT의 경우 수집 목적 등으로 거래되어 보유자 및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위험 요소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제외 대상에 추가했다. 단 명칭이 NFT라 하더라도 대량으로 발행되어 대체 및 거래 가능하거나 특정 재화, 서비스 지급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가상자산 범위에 포함된다.
이용자 예치금 관리 기관 및 운용 방법
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가상자산의 매매, 중개 등과 관련해 이용자로부터 받은 예치금을 가상자산 사업자의 고유 재산과 분리 후 공신력 있는 관리 기관에 예치 또는 신탁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또한 예치금에 대한 상계·압류 등을 금지하고 가상자산 사업자의 사업자 신고가 말소되거나 파산 선고받은 경우 관리 기관이 예치금을 이용자에게 우선하여 지급하도록 했다.
시행령에서는 예치금 관리 기관을 금융사의 공신력과 안정성, 현행 예치금 운영체계 등을 고려해 은행으로 지정했다. 관리기관인 은행은 예치 또는 신탁받은 이용자 예치금을 자기 재산과 구분한 후, 자본시장의 투자자예탁금과 동일하게 국채증권·지방채증권의 매수,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지급 보증한 채무증권의 매수 등 안전한 자산에만 운용할 수 있다.
또한 가상자산 사업자는 운용 수익과 발생 비용 등을 고려해 예치금 이용료를 이용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용자가 맡긴 예치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가상자산 예치 및 운용업은 금지된다. 이용자보호법에 가상자산 예치 및 운용업 관련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용자로부터 위탁받은 가상자산과 동종, 동량의 가상자산을 가상자산 사업자가 실제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제 3자에게 가상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형태의 예치 및 운용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고 시장 질서를 확립할 것으로 기대된다 / 출처=금융위원회
콜드월렛 보관 비율
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이용자의 가상자산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했다. 콜드월렛은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은 저장장치에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방법으로, 해킹 등 사고로 가상자산을 분실할 위험이 적다.
시행령은 콜드월렛 보관 비율을 이용자 가상자산 경제적 가치의 80%로 정했다. 이는 가상자산 전체 수량의 70%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하는 현행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보다 강화된 기준이다.
80%의 기준은 이용자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로, 가상자산 종류별 총 수량에 최근 1년간 1일 평균 원화 환산액을 곱한 금액의 총합이다. 그러니까 가상자산 사업자는 매월 이용자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고 그중 80%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
보험·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 적립 기준
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해킹, 전산장애 등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시행령은 보험·공제 가입 시 보상 한도 또는 준비금 적립액을 핫월렛에 보관 중인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의 5% 이상으로 정했다. 핫월렛은 인터넷과 연결된 상태에서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방법으로, 해킹 등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상 한도 또는 준비금은 매월 산정하며, 다음 영업일까지 보상 한도 상향 또는 추가 적립 등 필요한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보상 한도 또는 준비금을 가상자산 경제적 가치의 5% 이상으로 정했지만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운영하는 가상자산 사업자는 최소 30억 원, 그 외 가상자산 사업자는 최소 5억 원 이상을 보상하는 보험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이용자보호법은 오는 2024년 7월 시행 예정이다 / 출처=금융위원회
미공개 중요 정보 공개 기준
이용자보호법의 불공정 거래 행위 규율 체계는 기본적으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체계를 따르고 있다. 자본시장법에서 내부자 거래를 금지하는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금지 조항은 금융감독원 또는 한국거래소 공시 시스템에 중요 정보가 공개되고 3시간이 지나면 해당 정보가 공개된 것으로 본다. 그 이후에는 내부자 거래가 허용된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공시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가상자산 거래가 24시간 운영된다. 이에 이용자보호법 시행령은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내부자 거래가 가능한 시점의 기준을 규정했다.
가상자산 사업자가 가상자산거래소에 중요 정보를 공개한 경우 6시간이 경과하면 해당 정보가 공개된 것으로 본다. 또한 18시 이후 공개한 경우 다음날 오전 9시 이후에 공개된 것으로 본다. 이때 정보 공개 주체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된다. 허위 정보가 게재될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가상자산 발행자 등이 온라인상에 공개한 경우에는 1일이 지난 후 공개된 것으로 본다. 단 해당 사이트는 불특정 다수의 접근이 가능해야 하며 최근 6개월 동안 가상자산 중요 정보를 지속적으로 게재한 경우에만 인정된다.
가상자산 관련 입출금 차단 허용 사유
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 예치금 및 가상자산에 대한 입출금을 정당한 사유 없이 임의로 차단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이용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도록 했다. 정당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도 그 사유를 미리 통지해야 한다.
시행령은 입출금 차단이 허용되는 경우를 규정했다. 예치금 관리기관, 실명 확인 계정 발급 은행, 블록체인 메인넷 등에 전산 장애가 발생한 경우, 특금법상 신규 거래 거절 또는 거래 관계 종료 사유가 발생한 경우, 법원·수사기관·국세청·금융당국 등에서 관련 법령에 따라 요청한 경우, 해킹이나 전산 장애 등 사고가 발생해 이용자 보호 및 보안상의 이유로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 입출금 차단이 허용된다.
물론 정당한 사유로 입출금을 차단한 경우에도 그 사유를 미리 이용자에게 통지하고, 해당 내용은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 보고 누락 또는 거짓 보고 시 과태료 최대 1억 원이 부과된다.
과징금 부과 절차 및 부당 이득 산정 방식
시행령은 이상거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절차를 마련했다. 이용자 보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는 가상자산 시세나 거래량에 뚜렷한 변동이 있는 경우, 가상자산 시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풍문이나 소문이 있는 경우 등 이상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불공정 거래 행위 의심 사항 발견 시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에 즉시 통보하고 해당하는 혐의가 충분히 증명된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통보받은 이상거래에 대해 조사하고, 시세 조종 등 불공정 거래 행위 혐의가 발견되면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통보한다. 해당 사건에 대해 검찰 처분 결과가 나오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검찰과 사전에 협의가 완료되거나 수사 기관 고발 또는 통보 후 1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처분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이번에 발표한 시행령은 오는 1월 22일까지 입법 예고를 실시한다 / 출처=셔터스톡
시행령은 11일부터 오는 2024년 1월 22일까지 42일간 입법 예고를 실시한다. 입법예고 기간에는 관계 부처, 전문가, 업계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 내용을 보완할 계획이다. 일반인의 경우 의견과 함께 소속 기관,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기재해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에 일반 우편이나 이메일로 전달하면 된다.
입법 예고 기간 이후에는 법제처 심사, 차관 및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거쳐 2024년 7월 19일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법 시행 전 이용자보호법 적용 기준과 내용을 명확히 안내하는 가이드라인 또는 Q&A 배포, 설명회 개최 등을 통해 법률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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