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동진 기자] 글로벌 탄소배출 규제에 발맞춰 각 산업은 친환경 행보에 여념이 없다. 자동차 업계는 내연기관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제조업도 친환경 생산 공정을 속속 적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농축산업의 더딘 탄소중립 행보에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축산 분야 탄소배출량은 2018년 940만톤, 2019년 950만톤 등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농축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항생제 오남용 등의 문제는 환경은 물론, 이를 섭취하는 인간의 건강에도 위협을 가한다. 이를 조기에 인식한 주요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은 농축산업의 탄소중립을 유도할 정책과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농축산업 선진국, 탄소중립 적극 실천
농축산업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은 자국 정책에 농축산업 탄소중립을 달성할 방안을 반영, 탄소 배출 저감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각 농가는 땅을 갈지 않는 농법인 무경운(no-till) 농법을 일찌감치 적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 농작물을 수확한 후 남은 잔류물을 그대로 토양에 두고, 작물을 심을 최소한의 구멍만 파 다시 파종하는 방식이다. 땅을 갈지 않아 탄소를 배출하는 농기계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땅을 뒤집지 않기 때문에 땅속 탄소도 공기 중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6월, 탄소 배출을 줄인 농가를 대상으로 탄소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이같은 움직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축산대국으로 불리는 호주에는 육류용 소(Beef cattle)만 약 2,100만 마리가 있다. 이 때문에 호주의 총 탄소배출량 중 10%는 축산업에서 발생한다. 호주 정부가 해초 사료 등 가축 사료 분야에 탄소 저감 기술을 적용하는 기업에 적극 투자하는 이유다. 호주는 2011년부터 ‘탄소농업 협의체(Carbon Farming Initiative)’를 개설해 농업인의 탄소배출권 거래를 장려할 뿐 아니라 가축분을 유기성 폐자원으로 분류해 에너지화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2025년부터 세계 최초로 소가 배출하는 메탄, 가축 소변으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 등 가축 배설물에 온실가스 배출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가축 배설물에 배출세를 부과하는 방안으로 농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주도할 것”이라며 “거둬들인 세금은 농업 분야 신기술 연구 등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업분야 유니콘 기업 등장…해초 사료 개발 기업도 나와
농축산업 분야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특히 미국에는 세계 최초로 농업 분야 유니콘 기업도 나왔다. ‘인디고 애그리컬처(Indigo Agriculture)’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지칭하는 말이다.
인디고 애그리컬처는 친환경 재배 방식을 적용해 작물을 키우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 기업은 작물 재배 관련 빅데이터 확보와 종자 연구를 위해 ‘인디고 리서치 파트너스(Indigo Research Partners)’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여러 해에 걸쳐 확보한 작물 재배 빅데이터를 연구한 결과, 화학 비료 대신 작물마다 필요한 각기 다른 미생물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 덕분에 밀 생산량이 기존보다 8.3% 증가하는 등 친환경 재배법과 생산성 모두를 확보할 수 있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The 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sation)는 호주축산공사 (MLA, Meat and Livestock Australia)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축산업의 메탄가스를 줄일 해초 사료 개발 기업, 퓨처피드(FutureFeed)를 설립했다.
퓨처피드는 약 20가지 해초를 연구하던 중 바다고리풀(Asparagopsis)에 브로모포름(Bromoform)이라는 유기화합물이 메탄가스 발생을 크게 줄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와 양 등 반추동물(되새김질하는 동물)에 바다고리풀을 건조해 만든 사료첨가제를 먹이면, 소화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80% 이상 감소하는 방식이다. 이에 호주 정부도 바다고리풀 사료첨가제 상용화에 적극 투자해 축산업계 탄소중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바다고리풀의 모습. 출처=CSIRO, KOTRA
스위스 기업 무트럴(Mootral)도 사료첨가제에 마늘, 시트러스 등을 섞어 만든 저메탄 사료를 개발하는 등 글로벌 농축산업 기업들은 탄소배출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 농축산업 탄소중립 걸음마 단계…저메탄사료 제조 기업 등장
농축산업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 농가의 탄소중립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전기 트랙터 등 친환경 농기계 개발 소식은 들려오지만, 호주처럼 가축이 먹는 사료로 탄소 배출 저감을 돕는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 가운데 기능성 사료 제조 스타트업, ‘가야바이오’가 성과를 보인다. 가야바이오는 젖소와 육우, 한우 등 반추동물이 메탄을 생성하는 원리에 집중해 메탄과 아산화질소를 저감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가축 사료에 메탄 생성 미생물을 억제하는 천연 원재료(마늘부산물, 녹차추출물, 규산염 등등)를 섞어 동물이 더 적은 메탄가스를 내뿜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메탄 배출량 측정 실험 현장. 출처=가야바이오
가야바이오는 2020년 농업기술실용화재단(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농식품 벤처육성 지원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등에 이어 올해 금융위원회와 12개 정부부처가 발굴하는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에 환경·지속가능 부문 기업으로 선정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기업은 개발한 저메탄사료를 중국과 호주 등지에서 실험하며, 해외 진출도 모색 중이다.
김희겸 가야바이오 대표는 “개발을 마친 저메탄사료와 아산화질소 저감솔루션을 적극 공급해 우리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앞장서겠다”며 “우리 축산업도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탄소배출 저감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시장 형성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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