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전세대출 규제 완화 추세
2월 금리인하 예고… 대출금리 내려가
입주물량도 1년 전보다 10만가구 줄어

시중은행들이 새해 들어 대출 문턱을 낮추자 수도권 일대 전세매물이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전세매물이 한 달 만에 3700건 넘게 감소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향후 전세대출 금리로 낮아질 예정인 데다 입주물량도 줄어 매물 감소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부동산빅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전세매물은 3만570건으로 한 달 전(3만2925건)보다 2355건(7.2%)나 줄었다. 서울의 전세매물은 지난해 12월초 3만3000건을 넘어섰으나 올해 들어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경기 전세매물은 같은 기간 3만1864건에서 3만466건으로 1398건(4.4%) 줄었다. 한 달 새 수도권 전세매물이 3753건 줄어든 것이다.

전세매물이 준 건 무엇보다 대출환경이 변화한 영향이 크다.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전세대출에 적용됐던 규제를 풀고 있어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유주택자를 대상으로 수도권 전세대출을 중단했지만 올해 들어 이를 재개했다. 국민, 하나, 우리은행은 전세대출 갈아타기를 올해 일부 해제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로만 전세대출 한도를 제한했지만 올해 들어 이 규제를 풀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꾸준한 월세화와 더불어 가산금리 인하 등 연초 금융권의 가계대출 재개되면서 전세매물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하된 것도 시간차를 두고 시장금리에 반영되면서 전세대출의 금리도 낮아지는 추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는 연 3.22%로 전월대비 0.13%포인트(p) 하락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 변동금리 대출상품의 기준이 된다. 이에 신규코픽스를 기준으로 한 전세자금대출금리(6개월)은 4.48~5.88%에서 4.35~5.75%로 내려갔다.

내달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예고된 만큼 향후 전세대출 금리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기준금리가 내려오면, 대출금리도 반영이 돼야 한다”고 했다.

올해 입주물량이 감소한다는 점도 전세매물 소진을 가속화 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26만3330가구로 지난해 36만4058가구 대비 약 28%(10만728가구) 감소했다. 이는 2014년(27만4943가구) 이후 11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존 매물에다가 입주물량이 더해져야 전세 매물이 늘어나는데 올해는 입주물량 자체가 줄어든다”면서 “올해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