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늦은 밤에 오토바이 타고
대관령을 넘어갈 생각을 했을까


그날은 너무 심하게 밤안개가 자욱했었다

대관령 진입 전에도 컴컴해서
백미러는 아예 안보이고
주위에도 귀신 나올거 마냥 칠흑같은 어둠에 을씨년스러웠구

대관령 진입 후 안개구간에 들어가니
시야가 거의 1미터 정도 밖에 안됐어
차선이 안보이는거야

잘 안보이는게 아니라
눈 앞에 빼고는
아예 안보였음

라이트가 비춰도
안개에 차선이 눈 앞에까지만 보였구

차선도 안보이는데 꼬불거리는 길에
산에선 물이 흘러서 축축한 미끄러운 도로에
밤안개가 가득찬
그 산길은 걸어가도 위험한데
오토바이로 넘어 갔으니

가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거야
오토바이 퍼져버리면 어떡하지
라이트 끄면 완전히 칠흑같은 어둠이고
귀신이 그냥 옆에 와서 앉아도 안 이상한 상황인데
긴급견인서비스 올때까지 죽어도 못기다리겠다


경찰 불러서 졸졸 따라내려가야 하나
경찰 올때까지도 못기다려
기냥 해 지고난 뒤 산 속에 있는 상태야
때려죽여도 겁나서 못 멈추겠는거


어떡하냐 길도 안보이고 존나 무섭다
뭐야 왜 물이 흘러 산에서 내려오는 물인갑네
하지만 멈추면 죽는거다

인생짬밥 다 갈아넣고 탈출하는거다
별별 씹생각을 다 하면서

거의 머
놀이공원 귀신의 집 x 5조5억배 스릴을 맛보며
가다가

결국에 가드레일에 쳐박고 낭떠러지로 떨어질뻔한거

워우 씨발 욕질하면서 다시 인코스 타서
위기를 빠져나오고

이때 귀신 본거 같음
가드레일로 쳐박으려고 할때 레일 넘어로
뭐가 서 있는걸 봤어
내 몸이 즉시 닭살 돋으며 반응했었음

대관령 넘기 전에 오줌 마려 디질거 같았거든
얼마나 긴장을 했으면 쉬 마려운건 이미 잊혀진거임

존나게 꼬불거리는 내리막 길을 겨우빠져나와


미친 듯이 강릉 시내로 달리며
가로등이 보이고 인적이 보일 때

와
이 늦은밤에 대관령을 쳐 넘은
나는 진짜 미친새끼구나
싶더라


한국에서 쓴맛도 이겨냈으니
슬슬 해외 진출을 해야 할 때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