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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만으로 충분한 日노인…100년 튼튼, 연금개혁 비결 셋

빌라월세(112.214) 2024.09.16 12:13:24
조회 127 추천 1 댓글 5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29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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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연금이 꽤 안정돼 있기 때문에 이제 연금으로 생활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실버인재센터(노인일자리센터) 등록자는 사회에 나가 뭔가를 하고, 다른 이와 어울리려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노가미 히로시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청 보건복지과장은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미나토구 노인인구가 4만4000명이고 일자리가 있는 이가 1450명밖에 없는데, 나머지는 어떻게 사는가"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일본에서 남편이 40년 직장생활(월 소득 347만원)을 한 홑벌이 부부는 월 274만원(기초연금 포함)의 연금을 받는데, 이를 두고 '꽤 안정된 연금'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연금개혁이 연일 논란이 되지만 일본은 느긋한 편이다. 노인인구 29%(한국 17%)의 세계 최고령 국가인데도 그렇다. 비결이 뭘까. 중앙일보는 지난 18~21일 이기일 차관·박재만 연금정책과장·방영식 기초연금과장 등 복지부 일행의 일본 출장에 동행 취재했다. 일본은 우리처럼 1층 기초연금(일본명 국민연금), 2층 후생연금(우리식 국민연금)으로 돼 있다. 기초연금은 국고와 보험료(한국은 전액 국고)로, 후생연금은 보험료로 운영한다. 기초연금 보험료는 모든 가입자가 월 16만여원을 낸다. 국민연금은 소득의 18.3%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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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산·고령화·저성장 때문에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던 일본은 2004년 획기적 개혁을 단행해 '100년 튼튼 연금'을 만들었다. 가장 강력한 조치가 출산율·기대수명 변화에 맞춰 연금액이 삭감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이다. 99년 스웨덴에 이어 세계 두번째였다. 또 후생연금 보험료를 13.93%에서 2017년 18.3%로 올리되 더는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초연금 보험료도 월 약 13만원에서 16만원으로 올렸다. 대신 두 연금을 더한 소득대체율(생애소득대비 연금액의 비율) 50.1%를 유지하기로 했다. 기초연금의 국고 지원 비율을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확대하되 소비세를 올려 조달하기로 했다. 2012년에는 후생연금-공무원연금 통합을 결정했다(실제 통합은 2015년). 이렇게 해서 '100년 후 1년치 지급액 보유'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어떻게 이런 개혁이 가능했을까.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야노 마사에 기획부장은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두려움 없이 개혁을 했다. 그 전에 파격적인 개혁들로 지지를 많이 얻었다"며 "국민의 아픔을 고려하기보다 힘이 강했고, 힘이 있어서 리더십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야스히로 하시모토 연금국장도 "고이즈미 총리의 리더십과 결단이 주효했다"고 이기일 차관에게 말했다고 한다. 하야시 레이코 부소장은 "젊은 정치인들이어서 가능했다. 정치적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투명한 정보 공개로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하야시 부소장은 "그 전까지만 해도 회계를 비롯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고이즈미 총리가 다 공개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5년마다 연금재정 재계산을 할 때 회의 상황을 유튜브로 생중계할 정도다. 한국은 최근에서야 문서 형태로 부분 공개할 뿐이다.



겐조 요시카즈 일본 게오오대 상학부 교수가 20일 일본 도쿄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과 연금개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단계적 보험료 인상도 효과를 발휘했다. 2004년부터 13년 간 매년 0.354%p를 올렸다. 겐조 요시카즈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는 "그리 올리니 티가 안 났다.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었다. 이런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90년대부터 연금개혁 논의가 있었고, 2004년엔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려면 보험료가 20% 넘어야 한다'는 계산 결과가 나왔다. 겐조 교수는 "'그건 너무 심하지 않나'라는 여론이 일었고, 18%대로 내리면서 안심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노후연금액에 맞춰 보험료를 정하던 방식을 반대로 뒤집었다. 보험료를 먼저 정하고 연금액을 맞췄다. 그리하여 50.1%의 소득대체율(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32%)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게 40년 직장인 홑벌이 부부 연금 274만원이다. 일본은 당시 소비세를 올리되 인상분 1%p를 기초연금 재원으로 쓰기로 했다(5%이던 소비세는 실제 2014년 8%, 2019년 10%로 인상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본 전문가가 꼽은 가장 큰 성공요인은 강한 리더십이다. 지도자의 힘은 지지율이 뒷받침돼야 한다. 2001년 취임한 고이즈미 총리는 내각 지지율이 역대 최고인 87%까지 오른 적이 있다. 2004년엔 40%대로 떨어졌다가 54~58%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완수하려면 지지율이 좀 더 받쳐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 인상 관련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리서치의 8월 여론조사를 보면 기금 소진을 막기 위한 개혁 조치로 수급개시연령(내년 63세, 2033년 65세) 상향이 50%, 보험료 인상 27%, 소득대체율 인하 23%이다.


 일본은 소비세를 올렸지만 한국 정부나 정치인의 대다수는 증세를 얘기하지 않는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도 일본과 형편이 다르다. 일본은 둘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2015년 어렵지 않게 통합했다. 하지만 한국은 연금액·보험료에 차이가 매우 큰 편이라 제도 통합까지는 가시밭길을 가야 한다.


 겐조 교수는 "현재 사회구조에서 고령자들에게 계속해서 많은 연금을 지급할 것인지, 다음 세대에게 더 물려줄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며 "당장 연금액은 줄겠지만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필요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겐조 교수는 "일본 개혁으로 연금이 적어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 "개혁 덕분에 지속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이 안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오오시마 카즈히로 사무차관도 "연금개혁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이지만,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면 신뢰가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이기일 차관에게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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