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 중앙첨단소재의 주가가 석 달 만에 3배 넘게 급등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인 엔켐과 투자조합들은 전환사채(CB) 전환청구권 행사를 통해 대박을 터뜨렸다. FI는 약 350억원 규모의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최소 수배에서 최대 수십배의 수익률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CB(12·13·14회차)의 전환청구 시작 기간이 주가가 단기 급등한 5~7월 시기와 맞물린 것으로 나타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중앙첨단소재의 주가 상승을 이끈 2차전지는 매출이 아직 전무해 미래 성장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주가 상승은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앙첨단소재의 주가는 전날 1만2480원에 마감하며 3개월 만에 세 배 가량 급등했다. 지난 10월5일 저점(1333원)과 비교해서는 9개월 만에 무려 아홉 배나 뛰었다.

그동안 중앙첨단소재의 주가가 폭등한 원인은 지난해 5월 글로벌 전해액 전문기업 엔켐과 합작법인(JV) 이디엘(EDL) 설립을 통해 리튬염(LiPF6) 사업에 진출한 영향이다. 리튬염은 이차전지 4대 소재 중 하나인 전해액의 핵심 원료다. 중앙첨단소재는 지난해 5월 이디엘에 50억원을 투자해 지분 50%를 확보했다.

다만 이번 주가 급등이 석연치 않은 점은 CB 전환권행사 시기가 도래한 5월부터 뚜렷한 이유없이 중앙첨단소재의 주가가 2차 급등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특히 주가 급등과 CB 전환청구 가능 시기가 맞물리면서 다수의 CB투자자들은 투자한지 1년 만에 높은 수익률로 투자금 엑시트(회수) 기회를 얻게 됐다.

이에 대해 중앙첨단소재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인 엔켐과의 2차전지 관련 사업 협력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급등하자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앙첨단소재는 5~7월 사이 총 350억원 규모의 CB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했다. 주가가 급등하기 전 중앙첨단소재는 12회차 100억원, 13회차 100억원, 14회차 220억원 등 총 420억원 규모의 CB잔액(10·11회차 제외)을 보유하고 있었다.

12회차 CB는 5월초부터 전환청구가 가능했고, 투자한 비엔엠솔루션 투자조합은 5~6월 여덜 차례에 걸쳐 약 94억4590만원(682만4395주) 규모의 보통주 전환청구에 나섰다. 특히 이 CB의 전환가액은 70억원에 불과해 고점에서 처분했을 경우 최대 20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2일부터 전환이 가능했던 13회차 CB는 그달 25~26일 약 95억원(312만7494주) 규모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 라크나가조합을 상대로 발행된 CB의 전환가액은 3052원으로 현 주가에서 처분할 경우 3~4배 수익률이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에는 220억원(471만2939주) 규모의 14회차 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 이 CB의 전환가액은 4668원이며, 신주의 상장 예정일은 30일이다. 발행 대상자는 코스닥 상장사 엔켐으로 중앙첨단소재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이다. 중앙첨단소재의 최대주주는 아틀라스팔천인데, 이 법인의 최대출자자는 오정강 엔켐 대표이사다. 결국 오 대표가 중앙첨단소재를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구조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앙첨단소재에 대해 "리튬염 사업 매출이 전무한 상황에서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1년 만에 10배 넘게 폭등하며, 영업이익이 수천만원에 불과한 회사가 시가총액 1조2000억원대까지 올랐다"며 "이런 가운데 CB 전환청구권 행사가 대규모로 이뤄지면서, 향후 오버행 물량이 출회될 수 있어 투자자들은 주가 흐름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첨단소재는 PVC 제품 및 건축자재의 제조업과 분양대행 사업, 통신기기 및 장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자회사 이디엘을 통해 2차전지 소재 신사업에 진출했지만, 아직까지 관련 매출은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해 중앙첨단소재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2% 감소한 263억원, 영업이익은 4694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말 매출은 19.5% 하락한 37억원, 영업손실은 25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