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어릴때 부터 경제적으로 부족하진 않았음
어머님은 공무원이었고 아버님은 은행다니셨고

강남은 아니지만 나름 교육열 높은 도시의 학군에서
나는 초중고 내내 학원과 과외를 적당히 받았고
또 적당히 포카 중 한곳에 들어갔음
학교들어가자마자 나는 적당한 부모님의 교육열과
나의 노력의 산물로 입학까진 했지만 진짜 천재인 애들이 보여서
현실적인 선택으로 학부만 졸업하고 대기업 들어갔음

동생은 나름 국내 인기스포츠 (야구/축구 중 하나) 를 해왔고
사람들이 알지 모르겠지만 내가쓴 비용보다 훨씬 많은 돈을썼고
고등학교 졸업후 바로 드래프트로 가진 않았지만 대학을 골라갔음
내가 동생을 봐서아는데 공부해서 서울대 가는거 보다
운동해서 해당 운동 명문대 진학하는게 10배는 더 어려운게 확실함

문제는 동생이 1학년 올라가자마자 큰부상을 두번 당하고
거의 프로선수로는 복귀가 불가능한 상황에 왔고
(군복무도 면제받을정도의 부상이었음)

운동으로 재기하겠다는 희망과 복귀불가라는 현실에서
몇년을 희망고문하면서 버티다 결국 29나이에 운동을 포기하고
일반학과로 전향했지만 운동으로는 명문이지만 일반학과는 평이했고
30이 넘은 나이에 중견기업 입사도 힘들어서

공무원 공부를 시작해서 하다가
올해 아버지가 그냥 자영업준비를 해보라며
창업 준비로 방향을 틀었다

난 부모님께 받은게 대학입학까지 교육비 지원정도와 생활비가 전부
동생은 운동 하면서 지금까지 못해서 최소 10억은 들어갔다

와이프는 가끔 어머님 아버님이 너무하시다며
나도 자식이고 첫째인데 너무 도련님만 아끼신다 하지만

종종 본가에 찾아뵐때면 한참 술에 취해 아버지가
미안하다며 이해해 달라시는 모습에 원망이란 마음이 생기지도 않는다
자기도 애비인데 자식이 둘있이면 둘모두 적당히 행복했으면 하지
칼같이 반반 지원해주는건 도저히 못하겠다고 미안하다 하신다

나도 올해 둘째가 생겼다
첫째랑 두살터울인데 첫째와 둘째가 함께있는 모습을 보자면
우리아버지와 같은 마음이 든다

분명 누군 좀더 운이좋고 평안한 삶을 살건데
내 자식이라면 둘 모두 어느정도 비슷한 행복을 느꼈으면 하는마음
엊그제 밤새 내린비에 그냥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나서

아무생각없이 문자로 내 자식이 둘이 되어보니
아버님이 어떤 마음이셨을지 너무 잘 알겠다고
섭섭함이란 1도 없으니 걱정마시라 문자를 드렸었는데

조금전에 담담한 어조로
고맙다
세글자 문자가 왔는데 먼가 눈가가 시큼해져서
화장실로 도망와서 뻘글 하나 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