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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지각을 했다.

남부장(119.196) 2011.06.23 14:07:50
조회 328 추천 3 댓글 11

나는 오늘 지각을 했다.

나는 대한민국 6만 공익근무요원 중 한명이다. 현재 전체 2년중 1년을 조금 넘게 복무중이다.

뭐, 다른 근무지들 사정은 잘 모른다만, 내가 2년을 보내게 된 이 곳은 병무청의 공익근무 복무규정에 철저히 의거해 9시 출근과 6시 퇴근을 준수한다.

장애인복지관이란 곳이니 참 올곧다.

라고 처음엔 생각했다.

복지관이라고 하기에, 사랑이 넘치고 베푸는 공간일 것이라는 나의 기대가 무색할 정도로 이곳은 답답하고 비논리적이고 비도덕적이다. 그들은 눈에만 보이는 “유료봉사”를 하고, 실적만을 올리기 위한 불필요한 운영으로 예산과 후원금을 낭비하고, 인도의 카스트 제도 버금가는 서열제도를 따르고 숭배하며, 부하직원의 인신은 마구 공격하면서 상사직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라면 이빨에 낀 고춧가루도 뾰족한 이쑤시개 끝을 안전하게 마모시킨 후 예의바르게 두손으로 시원하게 쑤셔줄 기세다. 이런 사람들이 뭔 개놈의 복지를 한다는 건지.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그들은 곧 있을 보건복지부에서의 평가를 준비하기 위해 너도나도 머리를 맞대고 3년치 실적을 최대한 창의적이고 합리적으로 창작해 내고 있다.

나 같으면 차라리 그 시간에 대한민국 최초 사회복지 미스테리 스릴러 코메디 범죄 퓨전소설을 써서 출판을 하겠다. 아마 이게 돈도 더 되고 창의력도 덜 요구할 것이다.

이런 이들이 나에게 성실함을 요구한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거란다.

난 이 “당연히”가 맘에 안든다.

누군가에게 어떤 것을 요구한다는 데에는 “당연히”가 없다.

성실함이란 것은 나의 필요함 또는 원함에 의해 나오는 것이다. 의무가 아니라는 뜻이다. (예전 무릎팍도사에서 성시경이 했던 “겸손은 미덕이지 의무가 아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 곳의 직원들은 생계를 위해서 취직을 했고 필요함 또는 원함에 의해서 성실하게 일도 하고 관장이란 사람의 똥도 닦아주고 하는거다. 어떠한 직원이 불성실하다면 그 것은 그가 “잘못”을 하는게 아니라 이 곳에 불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일 뿐이다.

공익근무요원은 병역의 의무로서 병무청에 소속되어 타 기관에 장기간 파견이 되는 사람들이다. 나 또한 그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우리의 의무는 공익근무요원 복무규정을 준수하여 업무를 도와주는 것이다. “성실”이란 것은 규정에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것이다.

지난 1년간 난 성실했었다. 필요함이 아닌 원함에 의해서. 복무규정에 접촉되는 업무들도 군말없이 했었고 시키지 않은 일도 도맡아 했었다.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팀장이라는 사람이 나에게 얘기했다.

“지각이 잦네. 매번 3분 5분씩 지각하고 말야. 일 할때 보면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줄 알았더니 겉으로만 성실했고만?”

겉으로만?

실무의 능력보단 정시에 출근을 하는 것이 당신에겐 더 중요한 것인가?

그럼 반대로, 실무는 설렁설렁 대충해도 출근만 정시에 하면 진정한 성실함이라는 것인가?

성실함 = 근태우수? 정말 비논리적이다. (물론 지각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슬프게도, 아마 지각에 대한 이런 시선은 이 복지관 뿐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에 뿌리박힌 관념인 듯 하다.

초.중.고등학교에서 개근상을 주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엔 없을 것이다. 학생들은 아무리 아파 쓰러져도 일단 출석은 하고 조퇴를 한다. 이쯤 되면 학업을 위한 출석이 아닌 출석을 위한 출석을 하게 된다. 심지어 대학에서까지 출석체크를 하니 성인이 되어서 출석이 실무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밖에. 이러니 출근만 제때 하고 일은 대충 할 밖에.

화는 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사람들이 불쌍하다.

비도덕적인 공간에서 도덕을 행사하고 비논리적인 공간에서 논리정연하게 보고서를 쓰려니 얼마나 머리 아플까.

또 다른 팀장이라는 사람이 방금 한마리의 발정난 개마냥 시뻘게져서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전화가 몇 번 울리고 있는데, 그 것 때문인가 보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은게 그렇게나 화가 날까? 내 자리엔 전화기도 없을 뿐더러, 난 분명 한 직원의 팩스를 보내는 업무를 도와주며 공익근무요원으로써의 임무를 다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본인 바로 옆에 있는 전화기로 받아도 아무 문제 없고 오히려 더 간편한 것을...  

정말 이런 사람이 우리나라의 복지를 책임지고 있다니... 국회의원들 욕하기 전에, 사회복지정책을 논하기 전에, 사회복지사 자격증 시험부터 다시 만드는게 좋겠다.

여튼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동감을 했다면, 나를 위해 한번만 기도해 주길 바란다. 남은 일년 동안 내 몸에 이들의 냄새가 베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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