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집권기간에 좋지 못한 시간을 보냈다. 당시에는 게임을 '사회악'으로 취급하며 각종 규제법안들이 잇따라 통과되기 일쑤였다. 심야시간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이용을 원천 금지한 '셧다운제도'와 술·도박·마약·게임을 함께 규제한 '4대 중독관리법'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커져갔다.
시장은 자연스럽게 위축됐다. 국내, 특히 서울시의 게임 산업체 수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더불어 2017년 게임업계 종사자는 8만명 가량으로, 셧다운제도가 본격 시행되기 직전인 2011년에 비해 약 1만 5,000명이 줄었다. 세계 게임시장이 규모와 활동범위 양면에서 연일 성장을 거듭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지표였다.
◇ 문 정부에서의 게임산업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디지털경제 국가전략 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여러 규제 때문에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아지면서 한국의 게임 산업이 중국 등에게 추월당했다. 규제를 풀어준다면 게임 산업은 다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 = 게임와이 DB
게임업계의 규제완화를 거론하며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것. 대선 당시 위정현 현 게임학회장을 비롯한 게임산업인들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이유였는데, 현재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게임 산업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과 다르게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산업 육성 예산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체부 게임산업 육성 예산은 지난 2018년 부터 2020년 까지 3년 연속 하향 곡선을 그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콘텐츠산업 3대 전략 발표회', 스웨덴 순방 등에 게임사 대표들과 자리를 나란히 하며 게임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강조하는 등 대통령이 나서 게임 산업을 육성시키려는 의지를 보였지만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어 의아하다는 지적이 쇄도했다.
당시 업계에는 "정치적인 액션 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데 예산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게임업계를 말로만 지원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원하는 특정 분야에만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라는 비판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후보자 시절 게임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게임 규제와 관련 자율규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17년 하반기에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임규제개선 협의체'가 꾸려졌고, 이 협의체 논의의 결과로 2018년 3월 한국게임산업협회와 문체부 사이에 건강한 게임이용문화 조성, 게임생태계 발전·청소년보호를 위한 협약서가 체결됐다.
이후 2018년 11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기구이자 게임계 최초의 자율규제기구인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출범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게임법 전면 개정안이 국회에 제안됐다. 2006년에 제정된 현행 게임법이 급변하는 게임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지원책이 모호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를 다수 담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했다.
게임문화 및 게임산업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게임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며, 불합리한 제도를 정비하는 등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것이 제안 이유였다.
◇ 셧다운제 폐지와 게임법 전부개정안 공청회
그리고 지난 2월 10일, 첫 법안 발의 후 약 423일 만에 '게임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공청회가 진행됐다.
사진 = 게임와이 DB
지난 2020년 발의 후 이렇다 할 진척이 없던 게임산업진흥법 전부개정법률안(게임법 개정안)의 공청회가 진행된 것.
이번 공청회의 쟁점은 확률형아이템 규제에 관한 것이었다. 출석한 진술인은 게임법 개정안에 포함된 확률형아이템 규제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심야 게임 규제인 게임 셧다운제가 2011년 11월 도입된 이후 10년만에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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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작년 9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11건의 법률안을 상정·심사했고, 그 중 7건의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10건의 법률안을 의결했다.
이 날 의결된 7건의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심야시간대(오전 0시∼오전 6시) 인터넷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법적 근거를 삭제하고, ▲ 인터넷게임'중독'청소년에 대한 낙인 효과 등을 고려하여 '중독'과 '과몰입'을 병기하며, ▲ 인터넷게임 중독·과몰입 피해 청소년뿐만 아니라 피해 청소년가족도 상담·교육 및 치료와 재활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했다.
◇ 20대 대선의 MZ세대와 게임산업
이번 20대 대선은 좀처럼 보기 드물던 MZ세대의 마음을 노린 유례없는 정책들이 주목받았다. 특히 게임산업의 경우 블록체인, NFT를 시작으로 확률형 아이템과 e스포츠 활성화 방안 등 관련된 후보들의 공약이 다각도로 조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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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슈와 메타버스, 블록체인과 같은 급변하는 환경 속 게임산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것과 주요 표심으로 떠오른 2030세대의 투표권이 주요 원인이었다고 해석되지만, 각축을 벌이던 당시 양 당 대선 후보들은 단순 표심을 위한 공약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 윤석열 당선인과 게임산업
이에 윤석열 당선인 또한 선거 전 최근 게임 관련 공약들을 쏟아냈다. 윤 후보는 지난 1월 전체 이용가 게임물에 대해서 본인 인증 의무 대상을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의 '온라인 게임의 본인 인증 절차 개선'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윤 당선인는 지난 1월 게임 시장의 불공정 해소를 위한 4대 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게임을 질병으로 보던 기존의 왜곡된 시선을 바꿔야 한다"며 "게임 정책의 핵심은 유저가 우선이고, 지금까지 게임 이용자에게 가해졌던 불공정 문제도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윤 당선인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게임 소액 사기 전담 수사기구 설치 ▲e스포츠 지역연고제 도입 ▲장애인 게임 접근성 불편 해소 등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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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확률형 아이템이 대해서는 "그 동안 확률형 아이템이 불공정 행위로 유저에게 피해를 줬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완전 공개하고 이용자위원회를 설치해, 게임사의 불공정 행위를 국민이 직접 감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스포츠가 수도권에 편중되지 않도록 지역연고제를 도입하겠단 계획도 밝혔는데, 프로야구처럼 아마추어 e스포츠 생태계가 지역을 기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 게임아카데미를 설치하고, 게임접근성진흥위원회를 설립해 장애인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다만 P2E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NFT, P2E 등은 모두 게임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환전성 부분에 대해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진 = 윤석열 당선인 페이스북
사진 = LCK 갈무리
윤 당선인의 게임 관련 공약은 마찬가지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선 완고한 규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e스포츠에 대한 활성 방안도 다각도로 접근했다. 다만 P2E 게임 관련 언급은 미온적이었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를 통해 게임 정책을 준비하면서 취임 후에도 게임 산업 지원에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LCK 개막전을 찾아 T1과 광동 프릭스의 경기를 관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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