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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게임다운 게임'을 통한 정공법...게임 트렌드의 변화 과정

게임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01 08:21:34
조회 2181 추천 4 댓글 10
게임은 음악, 영화, 드라마, 만화, 책 등과는 다르게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에 참여하고 체험한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는 일반 창작자와 달리 이용자가 최상의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한다.

게임업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눈에 띄는 발전 속도를 보여 왔다. 1년, 2년, 3년 전으로 돌아갈수록 완성도나 트렌드, 문화 등이 지속적으로 바뀌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게임업계 트렌드는 2024년 현재까지 시시각각으로 변해왔다. 그리고 국내 게임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훌륭한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의 트렌드에 이르기까지 어떤 변화의 과정을 거쳐왔을까?

◇ 2017년, 대 리니지 라이크의 시대

"업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게임의 등장"


리니지M / 엔씨소프트


2014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은 모바일 액션 RPG '블레이드'가 차지했다. 이는 게임 역사상 모바일 게임이 처음으로 대상을 받은 역사적 사건으로 꼽힌다.

당시 황금시간대 TV 광고를 차지했던 자동차·아파트 광고는 그 자리를 모바일 게임에 넘겨줬다. 실제로 뮤 오리진의 장동건(웹젠), 이데아의 이병헌(넷마블게임즈), 고스트의 이정재(로켓모바일), 슈퍼셀 클래시 오브 클랜의 리암 니슨(슈퍼셀) 등 톱스타들은 모바일 게임 광고 모델로 등장하며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

최근 액션 RPG에 필수 요소가 된 '자동 전투' 역시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이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었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며 진입 장벽을 낮췄다. 그러나 동시에 전투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없어지고 오직 결과와 성과만을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여실 없이 나타냈다는 평이다. 

그리고 2017년, 리니지M이 등장한다. '리니지 라이크'라는 장르가 태동하는 순간이다. 이때 리니지M을 기준으로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두 배가량 증가한다. 이후 공고히 다져진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까지 연타석 홈런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다만 이러한 엔씨의 성공을 지켜본 많은 기업들이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을 우후죽순 쏟아냈고, 시장을 갈라먹기 시작했다. 결국 해당 장르는 소위 '캐시 카우'로서 그 입지를 다져나갔다. 국내 시장에서 '돈이 되는' 형태의 게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현재까지 대부분의 업체들이 리니지 라이크를 찍어내고 있다.

엔씨소프트라는 선구자를 필두로 이를 따라가는 유사 장르들이 득세하며 시장을 장악, 그 이미지가 급격히 내려가기 시작하지만 이미지가 어떻든 돈은 잘 벌었다.

◇ 2020년, 원신 라이크의 득세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여는' 시대..."서브 컬쳐도 돈이 된다"


2020년, 호요버스의 대표작 '원신'이 글로벌 시장을 강타했다. 이를 필두로 서브컬쳐 게임의 득세가 시작되며 그 이미지가 급격히 개선됐다.

원신에 영향을 받은 유사 장르의 게임들이 하나 둘씩 생기면서 '원신 라이크'는 점차 확산됐다. 모두 공통적으로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에서 나왔던 요소들을 따르고 있다. 해당 게임과의 지나친 유사성으로 표절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지만, 타워 오브 판타지, 명조: 워더링 웨이브 등, 야숨에 원신식 BM을 결합한 게임들이 출시되면서 점차 '원신 라이크'라는 장르로 굳어지고 있는 추세다.

'야숨'과 같은 오픈월드 형식의 게임성 역시 주요하겠지만 이는 원신 라이크 게임에 해당되는 이야기에 그친다. 기타 서브컬쳐 게임들 역시 강세인 것으로 미루어 중요 포인트는 '수집형 게임의 매력'과 '게임의 매력'이다. 원신 이후로도 싸이게임즈의 '우마무스메'나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 시프트업의 '니케: 승리의 여신', 원신에 이어지는 호요버스의 '붕괴: 스타레일'과 '젠레스 존 제로', 쿠로게임즈의 '명조: 워더링 웨이브' 등 수많은 서브컬쳐 게임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이들 게임을 통해 서브컬쳐에 대한 진입장벽은 낮아지고, 이미지는 개선되기 시작했다. 원신과 같이 캐릭터를 뽑는 것이 주요 BM인 수집형 서브컬쳐 게임들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들겠다"라는 기조를 이어갔다. 기초적인 과금 모델의 구조는 손대지 않고, 캐릭터의 매력을 강조하며 그 숫자를 늘려갈 뿐인 단순한 구조다. 

이용자는 이러한 게임에 대해 "이런 퀄리티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겠다"라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는 곧 '경쟁을 위한 소비'가 아닌 '나를 위한 소비'라는 풍조를 만들어 나갔다. 문화 콘텐츠를 영위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방향성은 어쩌면 당연한 형태일지도 모를 일이다.

◇ 브랜드 이미지와 '호감작'의 중요성


로스트 아크 금강선 CCO / 게임와이 DB


리니지라이크가 득세하며 이용자들의 지탄을 받기 시작했을 때, 확률형 아이템 논란까지 지펴지며 대한민국 게임업계는 대 혼돈의 시기를 걷기 시작했다. 굴지의 게임과 게임 업체들이 정부에 지목되며 게임을 모르는 사람을 포함한 전 국민이 해당 사태를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이때 이용자와 소통하는 '착한 게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 주자가 바로 '로스트 아크'와 금강선 전 디렉터다. 금강선 디렉터는 쇼케이스 때마다 혁명적인 프레젠테이션 능력과 소통 능력으로 이용자들의 마음을 녹이기 시작했다. 로아온 미니, 로아온 윈터 등 정성들인 쇼케이스와 불가능해 보이는 업데이트 일정을 소화해내며 지금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MMORPG로 자리하고 있다. 

로스트아크의 성공 요인 중 가장 큰 부분은 게임사의 소통 방식이다. 개발사과 유저가 힘을 합쳐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고쳐가며 게임으로 완성해 가는 형태였다. 크리스마나와 새해에 디렉터가 직접 게임에 출현해 공지를 통해 유저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로스트아크가 보여준 소통의 형태는 많은 게임사의 본보기가 됐다. 이렇듯 '로스트아크'는 2021년 상반기 확률형 아이템발 연쇄 파동의 수혜를 입으며 낭만있는 '겜잘알' 디렉터의 착한 게임으로 승승장구했다.

이후 강원기 전 디렉터, 윤명진 전 디렉터 등 국내 내로라하는 전통 MMORPG의 디렉터들이 발 벗고 소통에 나섰다. 게임을 향해 날아오는 비난과 지탄 역시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과하며 잘못된 부분은 수정해 나가는 쌍방향 소통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후 대부분의 게임사는 게임을 출시할 때마다, 혹은 기념적인 이벤트를 개최할 때마다 직접적으로 나서 솔직하게 소통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용자와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며 게임을 올바른 방향으로 함께 키워나가는 이러한 방향성은 시대의 흐름과 부합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향상시켰다. 

아울러 코로나 사태가 겹치며 많은 게임사들이 온라인으로 저마다의 소통을 펼쳐 나갔고, 코로나의 공식적인 종식 선언 이후 이러한 흐름은 오프라인 행사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팝업 스토어를 차리고 이용자와 소통하거나 간담회를 개최해 게임 개발과 관련된 직접적 대화를 이어갔다. 이제는 리니지 라이크를 찍어내는 업체에는 덮어놓고 비난을, 서브컬쳐나 MMORPG, 인디 게임, 콘솔 플랫폼을 이용한 게임 등에 도전하는 업체에는 찬사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 '박리다매?' 글로벌 시장으로의 도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P의 거짓, 데이브 더 다이버, 퍼스트 디센던트, 스텔라 블레이드


글로벌 게임 시장의 흐름은 국내 매출 순위의 절대강자 리니지 라이크나 일본식 가챠(뽑기) 수집형 게임이 아닌 패키지 게임의 판매다. 잘 만든 게임에 가격을 책정하고, 이를 전 세계 모든 게이머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정석적인 방법이다.

또 패키지 게임이 아니더라도 게임성으로 중무장해 글로벌 시장의 바다로 뛰어드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 과도한 비즈니스 모델을 짜내 특정 VIP 이용자로 매출을 올리는 방식, 혹은 게이머들의 경쟁 심리를 부추겨 소득을 올리는 방식이 아닌 잘 만든 게임을 많은 사람들에게 파는 정공법이 대세가 된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호감작', 서브컬쳐 수집형 RPG의 '캐릭터의 매력'과 이어지는 내용이다. 콘솔이나 스팀 플랫폼을 통한 PC 타이틀을 위주로 게임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춰 게임을 출시하면 이는 곧 '브랜드 이미지'의 상승과 '매출'의 상승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 된다. 결국은 이용자, 즉 게이머의 인식 변화에 따라 시장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네오위즈의 'P의 거짓', 넥슨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가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 매출과 브랜드 이미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이후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가 등장하며 많은 이들의 편견을 깨부순 대성공을 거뒀다. 이를 기반으로 상장한 시프트업은 현재 시가총액 3조 8000억의 기업이 됐다.

넥슨은 데이브 더 다이버 이외에도 루트슈터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를 크게 성공시키며 다른 글로벌 루트슈터 강자들을 잡아냈다. 이 역시 게이머들의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성과다. 스텔라 블레이드와 퍼스트 디센던트는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그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크래프톤을 대기업 반열에 올려준 '배틀그라운드'는 리니지M이 처음 등장한 2017년에 출시됐다. 배틀그라운드라는 PC게임으로 시작해 꾸준히 같은 방향성을 지향해온 크래프톤 역시 현재 시가총액 14조의 대기업이 되어있다.

글로벌 게임 기업의 입지는 단단하고, 시장의 벽 역시 높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게임만 판매하는 기업이 아닌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 소니 등은 제외하더라도 닌텐도가 시가총액 100조를 돌파한 상황이다. 또 넷이즈는 88조, EA 56조, 테이크투인터랙티브와 로블록스 36조, 이어 넥슨이 20조다. 이외에도 반다이남코, 코나미, 캡콤 등 굴지의 글로벌 게임사들이 존재한다.

◇ '캐시 카우'가 있으면 '작품'도 존재해야

게임사, 개발사 역시 기업체다. 이익을 추구해야 함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돈이라는 것은 땅을 파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사가 리니지라이크 장르의 게임을 출시하는 것에 있어 훌륭한 작품을 위해서라고 한다면 어느정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이용자 역시 존재한다. 또 이제와서 게이머가 일부러 리니지 라이크 게임을 찾아가 비난기도 입 아픈 실정이다. 다만 납득 가능한 이유로 캐시 카우를 선정했다고 한들 그 이후의 행보를 게이머는 항상 주목하고 있다. 게임사는 게임성과 작품성을 지닌 게임을 통해 장르의 다양성을 꾀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입증해야 한다.

미디어 콘텐츠의 범람을 통해 정보 습득이 쉬워지고 누구나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학습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는 비단 게임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 걸친 전방위적인 이야기다. 소비자는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고 기업의 행보를 일일이 지켜보고 있다.

정공법이란 '교한 꾀나 모략을 쓰지 아니하고 정정당당히 공격하는 방법'을 뜻하는 단어다. 이제는 모략을 통한 돈벌이가 아닌 정공법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단기간의 매출과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보다 먼 미래를 바라보는 사업적 정책이 보다 중요해진 시대라는 것. 2024년의 게임 트렌드는 바로 '소통'과 '게임 다운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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