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로맨스 비주얼 노벨 '연애기담', 짧지만 강렬한 재미를 주는 '편집장', 분노유발 도시계획 시뮬레이션 '레일그레이드', 귀여운 종이인형 스타일의 로그라이트 '통신방', 한층 화끈해진 '포스탈4'다. 화제가 되었던 '액션 대마인'은 10월 31일 출시다.
■ 연애기담 ~ 존재하지 않는 여름
'연애기담 ~ 존재하지 않는 여름'은 고등학생들이 도시괴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밝혀지게 되는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체와 그 안에 감춰져 있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의 비밀을 다룬 비주얼 노벨 게임이다. 인기 버추얼 스트리머와 그녀를 연기하는 사람, 그녀를 찾는 사람, 그에 얽힌 괴담에 관한 내용이다. 연애보다는 추리 쪽 비중이 조금 더 크고 이야기 구성도 꽤 훌륭해 이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도 부담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조작과 정보 수집도 이 게임만의 특징이다.
평범한 주인공과 빼어난 주변인물들. 돋보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고민하던 주인공은 어느날 특이한 소녀와 만나 연애를 시작한다. 평범남과 미스터리한 소녀의 로맨스라는 다소 진부한 형태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곧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소녀는 사라지고, 주인공 일행은 이상한 일을 겪는다. 평범남이 연애를 시작하는 시점까지는 식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저그런 평범한 미연시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당연히 로맨스도 있지만, 그 너머에는 오컬트적인 부분과 철학적인 내용, 흥미로운 추리 요소도 가득하다.
■ 편집장
'편집장' 주제의식도, 그걸 풀어내는 방법도, 게임 형태나 방식도 모두 새롭다. 레트로해보이는 그래픽이 주는 첫인상과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끼는 감상이 이렇게 극적으로 바뀌는 게임도 흔치 않다. 편집장은 고전풍 어드벤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범사례로 불러도 무방할 작품이다.
'편집장'은 언론사 편집장이 되어 의도에 맞게 기사를 편집하고 출판하는 게임이다. 그렇게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옴니버스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종국에는 모두 얽혀있어 플레이어를 더 거대한 음모와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자신의 안전, 사회적 성공, 그리고 진실 중 무엇을 선택할지를 계속해서 강요한다. 하지만 촌스럽지 않다. 도덕 대 부도덕의 단편적인 갈등과 선택이 아니라 철로를 이탈한 전차의 딜레마처럼 무엇이 올바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억지로 옳은 말, 좋은 말을 주입시키려 하지 않아 더 좋다. 분량은 짧지만 그만큼 강렬한 재미를 주는, 주말을 불태울 수 있는 작품이다.
편집장 /스마일게이트
편집장 /스마일게이트
■ 레일그레이드
원산지와 공장, 도시까지 철도 물류망을 구성하고 화물을 운송하는 시뮬레이션 게임. 철도망을 구성하고 필요한 물건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공장에 자원을 공급한 후 생산된 물건을 다시 철도를 통해 도시에 공급하거나 항구로 수출해야 한다.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자원의 종료가 많아지고 가공 단계도 늘어나 철도망이 더 촘촘하고 복잡해진다.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경로를 구성해 시간 안에 가공-생산-이동까지 전부 수행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게임은 단순하지 않다. 단순히 복잡해지는 수준이 아니라, 대체 공장을 왜 이자리에 넣었나, 항구나 도시는 왜 여기에 두었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레일그레이드는 시뮬레이션 게임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재미요소를 모두 담고 있다. 극복할 수 없어 보이는 부조리한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하나씩 하나씩 준비하고 맞춰가며 쌓아가는 재미. 최종적으로 의도한 대로 모든 것이 완성된 모습을 보는 재미. 그리고 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재미. S등급을 받은 스테이지에서 철도가 이동하며 물건이 배송되는 모습을 멍때리고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분노가 사그라든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레일 그레이드 /스마일게이트
레일 그레이드 /스마일게이트
■ 통신방-신선의 길
탄막 슈팅 로그라이트 게임이 무협과 만났다. 종이인형을 잘라놓은 듯한 귀여운 그래픽이 시선을 끌고, 탄탄한 게임성과 색다른 시스템이 새로운 재미를 준다. 가격도 저렴하다. 50시간 100시간까진 아니더라도 20~30시간은 확실하게 즐길 수 있는 부담없는 분량도 강점이다. 이 장르에 익숙한 사람도, 처음 해보는 사람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통신방은 동 장르에서도 스트레스가 적다. 이 장르를 처음 해보는 사람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난이도를 제공한다. 직관적인 시스템도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일조한다. 1단계는 일단 게임을 해보고, 2단계는 조합과 캐릭터의 특성을 익히는 식으로 난이도를 높여가며 차츰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게임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어려운 스테이지도 정복할 수 있으니 난이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적다.
귀여운 그래픽도 매력 포인트. 만화풍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와 적들이 귀엽다. 움직일 때도, 방향을 전환할 때도 종이 인형이라는 느낌이 들어 귀여움을 더한다. 또 하나 주요한 매력 포인트는 바로 전략성. 한 번에 가질 수 있는 무기는 최대 6개이다. 무기 2개의 조합 효과인 '신통'도 어떤 무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바로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빠르게 무기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물론, 캐릭터의 특성과 능력치도 고려해야 한다. 원하는 무기를 뽑을 수 있도록 재굴림도 많이 제공하지만, 무기 종류가 많다보니 그만큼 많이 굴려야 하는 상황이 잦다. 멍 때리고 굴리다가 필요한 무기를 놓칠 때의 분노는 소소한 재미요소다.
통신방 /스마일게이트
통신방 /스마일게이트
■ 포스탈4 : 후회는 ㅇ벗다
포스탈 듀드가 한글로 돌아왔다. 한층 더 찐하고 짠내나고 쩔어주는 모습으로. 평범한 직장을 구해 안정된 삶을 살고 싶었던 한 남자의 처절한 생존기.... 라고 하기에는 이 친구, 시종일관 유쾌하고 쾌활하다. 머리가 꽃밭으로 그득하다 못해 긍정주의가 척추를 타고 필터링 없이 온몸에 흐른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산으로 가는 상황과 그 모든걸 쿨하게 넘기는 대사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만사 뭣이 중허냐 소리가 절로 나온다. 세계 평화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정의로운 행동만 하는 게임이 식상하다면 정답은 포스탈이다. 머리를 비우고 뭐가 됐든 신나게 휘갈기다보면 뭐가 됐든 개운해진다.
일단 경고. 포스탈 시리즈는 누군가에게는 불쾌할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에는 이유가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게임이다.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인 만큼 잔혹한 표현도 서슴없이 나온다. 하지만 오히려, "무슨 약을 했길래 이런 생각을 하셨어요?"가 절로 나오는 온갖 설정과 상황들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것은 게임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주지시킨다. 보면 볼수록 이 친구, 사고방식이 조금 특이할 뿐 나쁜 사람은 아니다. 나쁜건 조종하는 우리다. 절대 잊지 말기를. 이것은 게임이다.
전작에 비해 발전된 그래픽과 더 심화된 근본없는 게임 플레이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포스탈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어처구니 없는 무기도 이번 작에서 더 독하고 풍성하게 돌아왔다. 걸걸하고 섹시한 포스탈 듀드의 목소리도 추천 포인트. 신명나고 화끈하게 쏘고 부수고 불태우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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