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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의 성과와 과제

게임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05 18: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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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40개의 정식종목에 최초로 e스포츠가 포함됐다. 한국은 e스포츠 7개 종목에서 4개 종목에 참가하여 전부 메달을 획득했다. 참가한 종목에서 전부 메달을 획득했다는 사실은 한국 e스포츠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 게임의 성공이 우리 e스포츠의 성공과 미래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축적된 e스포츠 성과가 반영된 결과이지, 그것이 미래의 한국 e스포츠를 규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e스포츠의 현실은 그렇게 장밋빛 전망만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e스포츠 경기에서의 성과가 지속 가능한 e스포츠 발전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아시안 경기에서 보여준 성과와 과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제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대한민국 LoL 국가대표팀 사진 /아시아e스포츠연맹


필자가 생각하기에 e스포츠에서 보여준 한국 선수들의 경기 성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보여주었다. 아시안 게임의 e스포츠 종목 부분에서 최초의 금메달은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44살의 리자드(닉네임, 도마뱀) 김관우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과거 오락실에서 했던 1987년에 출시된 추억의 게임인 확장판으로 '스트리트 파이터 5'에서 최고령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로 기록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V 김관우 금메달 /AESF


현재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최우제, 서진혁, 이상혁, 정지훈, 박재혁, 류민석 선수)'에서는 2018 팔렘방 아시안 전시 종목 은메달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는 4강에서 중국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는 한국이 대표적인 e스포츠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강국임을 보여준다. 여기에 모바일 e스포츠인 '배틀그라운드(권순빈, 김동현, 김성현, 박상철, 최영재 선수)'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마지막으로 아시안 게임 첫 번째 e스포츠 메달인 동메달을 FC온라인(곽준혁 선수)에서 획득했다. 

비록 중국이 4개 종목에서 우승했지만, 우리에게 생소한 주최국의 재량이 개입되어 선정된 경기에서 획득한 메달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은 아직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은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e스포츠 종목은 주최국의 입장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있더라도 e스포츠를 보고 즐기는 플레이어와 관객이 있다면, 한국 e스포츠의 위상은 지속될 것이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대한민국 대표팀이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수여받았다. (왼쪽부터


둘째, 즐기는 비디오 게임을 넘어 스포츠 종목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제 비디오 게임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시안 게임 종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의 논란은 이번 아시안 정식종목이 되면서 더 이상의 언급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e스포츠는 오랜 시간의 노력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경기에서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단순히 즉각적인 반응이 전부가 아니다.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며, 선수들 간의 호흡과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동한다. 무엇보다도 관객의 지속적인 관심은 다른 아시안 종목을 넘어선다. 이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유일하게 추첨 방식으로 e스포츠 경기 입장권을 판매했다는 사실에서 이를 잘 보여준다. e스포츠는 주어진 제도 하에서 자신의 승부를 겨룬다. 경기에서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고 선수의 화려한 기술에 찬사를 보낸다. 페이커 이상혁을 보기 위해 공항에 모인 팬들은 그의 뛰어난 기술에 대한 감동의 결과이다. 

셋째, e스포츠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 이번 아시안 게임의 성과와는 별도로 한국에서는 아직 e스포츠에 대한 시간낭비, 중독, 과몰입, 폭력성 등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이 아시안 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e스포츠가 주어진 규칙 하에서 인간의 움직임을 통해 승부를 내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선수들의 뛰어난 경기력에 관중이나 관객은 찬사를 보낸다. 여기에 e스포츠는 디지털 특성상 상대적으로 편파 판정이 개입될 여지는 없는 종목이다. 한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 '10개 팀에 속한 선수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e스포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더욱이 e스포츠가 젊은 세대만이 하는 것이 아닌 것을 금메달을 획득한 김관우 선수가 보여주었다. 그는 즐기는 것이 경기에서 승리로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결승전이 끝난 소감에서 그는 "재밌었다. 게임을 왜 하겠나? 우리다 재밌으려고 하는 거다. 재미있었다."라고 했다. 즉 경기를 재미로 즐긴다는 것은 승부를 초월하여 경기에 참여하는 진정한 스포츠인의 자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넷째, 올림픽 경기 종목으로서의 가능성 확대다. e스포츠는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e스포츠 종목선택은 아시안 게임을 넘어, 올림픽 종목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있다. IOC는 올해 6월 싱가포르에서 올림픽 e스포츠 위크(Olympic Esports Week)를 선정하여 10개 종목의 e스포츠 경기를 개최했다. 아직까지 IOC는 폭력성, 신체 움직임, 윤리성 등에 근거하여 e스포츠를 정식종목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2023년 9월 IOC 위원회에서 IOC 의장인 토마스 바흐는 "가상 스포츠는 전통적인 올림픽 스포츠를 보완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선수들과 팬들이 올림픽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청소년들의 관심과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른 e스포츠의 등장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활의 등장으로 양궁 경기가 이루어졌고, 총의 대두가 사격으로 나타났듯이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의 발달은 e스포츠 경기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의 정식종목 선택이 e스포츠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e스포츠는 단순히 하나의 경기 종목을 넘어서야 한다. 경기 종목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e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첫째, e스포츠 주도국의 위치를 점유하기 위한 스포츠 외교의 역량 확대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필자는 저번 기고문에서 한국이 e스포츠 경기와 관련된 주도국의 위치를 보여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스포츠의 종목선정이나 운영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는 아시안 전자스포츠연맹(Asian Electronic Sports Federation, AESF)에서 한국은 6개 나라의 부회장 국가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에 비해 스포츠의 외교적 위상과 역할이 부족함을 보여준다.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에서 종목선정과 관련하여 스포츠의 외교능력 확대에 제도권 스포츠계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둘째, e스포츠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이번 아시안 게임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체육국 소속의 제 2차관 소속이다. 반면에 e스포츠의 지원은 콘텐츠 정책의 제 1차관의 소속이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대한 체육회의 준가명단체인 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주도로 참가하였다. 아시안 경기 종목으로 성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지원, 관리, 감독을 위해 위해서는 명확한 영역 구분이 필요하다. 저자는 저번 기고문에서 e스포츠의 선수양성, 선발, 교육과 관련된 대한체육회와 한국e스포츠 협회와의 관계설정의 문제, "한국e스포츠협회가 체육단체인가 아닌가?"라고 하는 근본적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덧붙여 스포츠영역에서 e스포츠를 받아들인다면, 국민체육진흥법에서 e스포츠의 지도자 자격증이 도입되거나 새롭게 추가되어, e스포츠와 관련된 선수의 권리나 미래의 안정적 직업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했다.

셋째, e스포츠를 단지 경기만을 위한 종목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e스포츠의 아시안 게임의 경기종목은 e스포츠의 특성상 언제든지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금은 인기 있는 롤이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스포츠 종목도 마찬가지다. 대중에게 인기 없는 종목은 사라지고 젊은 세대에 많은 관심을 받는 종목은 새로운 종목으로 편입됐다. 즉 과거 뒷골목의 춤으로 여긴 브레이킹이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과 2024 파리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e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e스포츠는 젊은 세대가 지금 즐기는 하나의 문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누구나 즐기는 생활문화와 생활 e스포츠가 전제되어야 제2의 페이커와 리자드가 탄생할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선수들의 과도한 연봉, 게임종목사의 투자 감소 등으로 e스포츠 산업의 수익성이 점차 축소되는 상황 속에서 하나의 경기 종목을 넘어 e스포츠문화로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또한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e스포츠 경기에 참여하여 메달을 획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자신만의 e스포츠 종목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는 주도적으로 변함없는 e스포츠 경기종목 유지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넷째, e스포츠의 학문적 영역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저자는 저번 기고문에서 e스포츠의 학문적 토대 없이 지속 가능한 e스포츠를 기대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e스포츠와 관련된 한국의 전문대학과 대학의 교육은 e스포츠 전문 선수와 산업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커리큘럼의 빈약함과 e스포츠에 대한 깊이 있는 학문적 근거 부족은 사실이다. 그러나 2018년 한국e스포츠학회가 설립되었고, 필자가 속한 경성대 e스포츠연구소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2019년에 인문사회연구소로 선정되어 올해 5년차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e스포츠는 학제적 연구이며, 혁신적인 새로운 연구 분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하나의 산업으로 의미를 갖는다. e스포츠는 디지털 미디어, 공학, 비즈니스, 인공지능, 게임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등이 결합된 새로운 미래 교육을 만들어 나가는 학제적 연구의 영역이다. 이를 위해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에서 선도적으로 학문적 영역 구축을 위한 e스포츠학과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경성대학교 e스포츠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이상호
저서: e스포츠의 이해, e스포츠의 학문적 이해
역서: 보이지 않는 e스포츠  


경성대학교 이상호 연구교수 / 이상호 연구교수 제공



▶ [기고] 대학 e스포츠 학과 설립의 가능성과 과제▶ [기고] 지속 가능한 e스포츠의 조건▶ [기고] e스포츠는 게임이 아니라, e스포츠로 존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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