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9일에 있는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들은 저마다 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 e스포츠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누구는 군인 e스포츠 팀을 만들겠다고 하고, 또 다른 후보는 e스포츠 팀을 지역 연고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는 젊은 세대, 특히 MZ세대의 게임에 대한 관심에 편승한 결과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간에 e스포츠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e스포츠 연구자로서 환영한다. 하지만 MZ세대의 관심을 끄는 것과 그들을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사실 e스포츠를 알지 않고서는 MZ세대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MZ세대를 이해하기란 마치 나의 자녀를 이해하는 것과 같기 때문. 그러나 e스포츠의 경험은 MZ세대의 사고, 태도, 행동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에서는 다들 동의할 것이다.
20년의 e스포츠 역사에서 e스포츠의 경험과 재미는 MZ세대만의 의식과 시각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특히 그 중에 대표적인 e스포츠종목인 롤(LOL)은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과 행동 그리고 세계를 보는 인식의 틀을 형성했다. 인간의 활동과 인식태도는 개인의 유전자, 의지, 태도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살아온 문화적 환경 또한 무시할 수 없다. MZ세대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한 세대다. MZ세대의 e스포츠 경험은 그들의 세계관 형성에 영향을 미쳤고, 이는 기존 사회 문화적 현상에 보는 인식의 틀을 형성했다.
첫째, MZ세대는 계층의 위치를 인정한다.
e스포츠는 인종, 성별, 국가,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계층이라고 불리는 티어(tier)의 순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에 로스터된 10개의 프로 팀에 팀당 선수가 넓게 잡아 10명이라고 한다면 전체 선수는 100명이다. 챌린저에 속하는 인원이 정확히 3백명인데, 이는 전체 롤 사용자의 0.005%를 차지하는 챌린저 티어의 수보다 더 적은 수치이다. 그들을 인간의 얼굴을 한 신(神)이라고 불려야 한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공부를 잘하는 것도 친구의 부러움을 불러일으키지만, e스포츠를 잘하는 것도 그것 못지않은 존경과 부러움을 받는다. 그들이 승취한 위치의 결과, 즉 다이아몬드,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 챌린저 등 각각의 등급을 통해 그들 자신의 노력이 개입된 위치를 인정하게 한다. 이런 부분은 MZ세대의 인식관에 암묵적으로 영향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이는 젊은 세대가 개인의 능력에 대한 인정, 그것의 부산물인 계층(tier)의 인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연결된다.
리그오브레전드 랭크 티어, 단계, 사진=공식 홈페이지
둘째, MZ세대는 평등성을 전제로 한 노력의 결과물에 박수를 보낸다.
e스포츠 플레이어들은 그들의 노력과 위치를 존중한다. 모두가 공평하게 시작해서 나온 결과에 따른 부의 차등에 대한 존재인식을 MZ세대는 e스포츠를 통해 갖게 된다. 예를 들어 100미터 달리기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출발기회를 준다. 그러나 그 결과는 메달의 색깔로 구분된다. 100미터 달리기 경기의 가장 공평한 사실은 꼴찌보다 1등에게 더 많은 환호, 박수, 상금을 주는 것이 당연시 된다는 것이다. 이는 뛰어난 선수들이 고액의 연봉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70억이 넘는다는 '페이커' 이상혁의 연봉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더 많은 프로e스포츠선수들이 연봉을 위해 팀을 옮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프로e스포츠선수들의 고액연봉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더라도, 그것이 e스포츠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페이커 이상혁, 사진=스튜디오바이블 제공
셋째, MZ세대는 자신만의 자유로운 선택을 한다.
e스포츠의 특징은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롤 경기에서 플레이어는 150명이 넘는 챔피언가운데 주도적으로 자신의 아바타를 선택하고 경기에 참여한다. 경기를 위한 챔피언의 선택은 자신의 기호, 감정, 의지를 포함한다. 선택 과정에서 외부적인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자신이 선택하고 그 능력을 키워나가고자 한다. 또한 주도적인 참여로 인한 과정과 결과를 자신의 전적, 리플레이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상세계에서 발휘되는 주도적 능력은 현실세계와 다르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그 의미를 파악하기란 힘들다. 넷째, MZ세대는 상호 수평적 관계에서 명확한 지시와 답을 요구한다.
e스포츠의 피지컬적 능력에는 멀티태스킹, 조준의 정확도, 반응속도, 상황판단 등이 요구된다. 특히 조준의 정확도와 즉각적인 반응의 경험은 경기의 영역을 넘어 일상생활에도 적용이 된다. 이를 통한 명료한 지시, 정확한 사실, 결과의 과정에 대한 인식의 경험은 고스란히 MZ세대에게 흡수된다. 이는 필자의 아들에게도 들었던 이야기다. MZ세대는 권위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호수평적인 관계에서 명확한 내용의 설명과 답을 찾을 수 있는 이야기를 원한다. 이 모든 것은 MZ세대의 디지털 경험이 그들의 의식구조를 결정한다는 중요한 방증이다.
2022 LCK 챌린저스 2추자 DK VS BRO 경기, 사진=lolesports.com
이와 같이 MZ세대에게 롤(LOL)을 중심으로 한 e스포츠의 경험은 MZ세대의 인식구조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러므로 MZ세대 이해의 출발 또한 주어진 환경, 문화, 그들의 인식구조를 파악할 때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다.
우리 자신의 사고와 판단의 기준은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조정되고 형성된다. '라떼는 말이야'라고 불리는 기성세대의 사고는 그들의 문화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를 기성세대가 이해하려면 기성세대가 직접적으로 e스포츠를 해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물론 기성세대에게 디지털 기기는 익숙하지 않고, 하물며 롤(LOL)과 같은 경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잘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 그 자체가 그들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모르면 자신의 자녀 또는 조카들에게 물어보자. 그들은 충분히 가르칠 능력이 있으며, 기꺼이 기성세대의 요구에 즐겁게 반응한다. 이런 사소한 대화가 세대 간의 소통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이는 e스포츠가 세대를 이해하는 소통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롤(LoL)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시간이 부족하고 배우기 힘들면 꼭 롤이 아니더라도 다른 e스포츠 경기 종목에 대통령 후보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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