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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바나스 윈드러너는 'Nothing'이 되었을까?...실바나스 정체성 논란

게임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2.15 18:04:30
조회 133 추천 0 댓글 1
실바나스 윈드러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대표하는 캐릭터다. 본래도 그럴 목적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나긴 와우의 역사속에서 스토리를 다방면으로 손보고 발전시키며 마스코트에 준하는 캐릭터로 거듭났다. 그런데 그런 실바나스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리자드는 9일, 와우 공식 유튜브를 통해 시네마틱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실바나스의 영혼은 분열되었다'는 우서의 발언을 통해 시작되며, 우주의 질서를 재구성하려는 간수 조바알의 계획을 막기 위해 우서가 직접 실바나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그녀를 깨운다는 내용이다.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살펴보면, 실바나스는 4대 성약의 단과 나락 방랑자를 필두로 한 주인공 세력에게 붙잡혀 포로가 되었고 때문에 무장을 해제당했는지 평범한 복장으로 변했다. 신규 대장정에서 안두인을 구하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태도를 보이는데, 그녀에게 여러모로 당한 기억이 있는 제이나는 매우 불쾌하다.

인게임 시네마틱 영상이 유출되며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드러났다. 우서와 마찬가지로 실바나스 역시 서리한에 의해 영혼이 조각이 난 상태였다는 것. 우서의 경우처럼 선함, 악함으로 딱 나눠서 분리할 수는 없지만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랄한 밴시 여왕으로서의 모습과 고결한 순찰대 사령관의 모습으로 나뉘어져서 나온다.

간수는 지배의 성소 엔딩 당시 실바나스에게 조각난 영혼을 돌려주었다. 하지만 이는 실바나스에게 정말로 이를 돌려주려는 의도가 아니었고 조각난 두 영혼이 서로 반목하고 실바나스 스스로가 자신이 일으킨 죄악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여 파멸에 이르게 할 목적이었다.

이 때 마찬가지로 자신의 조각난 영혼의 과거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영혼의 상처를 치유했던 우서가 그녀의 영혼과 교감을 하여 실바나스의 영혼이 자신의 모든 과거를 받아들이도록 하게 한다. 이 때 실바나스는 자신의 죄악에 대해, "아서스가 내 얼굴을 한 밴시로 나를 다시 일으켜세웠다"라며 행위를 부정하지만, 우서는 "그 모든 결정을 너 또한 보았을 것"이라고 한다.

이에 실바나스는 우서에게 "너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반발한다. 그러자 우서는 마찬가지로 자신의 조각났던 이탈자로써의 영혼을 보여주며 자신의 과거와 죄가 분명한 자신의 것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간수가 원하는 대로 될 뿐이라며 설득한다.

실바나스는 이에 자신은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행동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납득한다. 우서 역시 과거를 바꿀수도, 미래에 용서를 구할수도 없지만 자신을 위해서라도 무엇이든 해야한다고 답한다.

현재까지 공개된 부분에 대한 스토리 평가는 그다지 좋은편이 아닌데, 이는 개발진이 근 10년 동안 실바나스는 간수의 부하가 아니고 그와 동등한 협력자이며 그녀만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고 몇 년 동안이나 말해왔기 때문.

물론 우서는 조각난 영혼은 어느 쪽이 선이고 악이며, 정확히 자신의 어떤 부분이 조각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밴시 여왕으로서의 실바나스와 순찰대 사령관으로서의 실바나스는 선악이 명확하게 분리되어있다. 영혼이 조각나서 고결함과 연민을 잃어 방향이 크게 엇나갔을지언정 여전히 정의를 표방한 이탈자 우서의 경우와는 다른 느낌이다.

여기까지의 비판점은 카리스마의 소실과 지금껏 저질러왔던 악행에 대한 세탁과 동시에 사라지는 매력적 빌런의 상실, 끝으로 이 모든것을 아우르는 날로 먹으려는 개연성 등 여러가지다. 


실바나스는 기존에도 PC 성향이나 과한 행적 등 여러 이유로 비난을 받는 상황이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이어지는 스토리가 실바나스의 근간조차 흔들어버리는 세탁 구조라는 것에 있다.

실바나스는 자신을 밴시로 만든 아서스에 대한 복수와 자신이 만든 단체 포세이큰의 구원을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해온 인물이다. 뒤틀렸지만 신념을 가지고 이상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이 다수의 팬덤을 형성하며 와우를 대표하는 인기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완벽하다고 말하기는 힘든 스토리였지만 실바나스는 밴시 여왕으로써 '매력적 빌런'으로 인기를 모아왔다.


하지만 어둠땅 스토리가 진행되고, 영원의 끝의 트레일러가 공개되면서 작중 실바나스의 행적은 그녀의 자유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고, 간수에 의해 영혼이 조각나서 그랬던 것이라는 것이 비난측의 주장이다.

실바나스는 실버문의 고결한 순찰대 사령관이었다. 사후에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복수귀가 되었다. 하지만 여군주의 목걸이 퀘스트나 어린이 주간에서 호드 고아와의 대화에서 보이는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 버림받은 자들에게는 동정심을 드러내는 등의 모습은 그녀를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팬들은 그녀의 이러한 입체성에 끌린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인게임 시네마틱을 통해 우리가 매혹됐던 그녀의 매력이, 오롯한 그녀의 것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다만 영상에서도 공개됐듯 우서의 대사를 통해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하는 실바나스의 고찰을 살펴볼 수는 있다. 이 부분에서 실바나스 서사에 대한 의견이 양립되는 상황이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공개된 영상에는 밴시 실바나스와 하이엘프 실바나스가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서리한에 베이면 영혼이 나뉜다는 설정이다.

실바나스가 아서스에게 죽을 당시 영혼이 나뉘어졌고, 이를 조바알이 가지고 있다가 다시 돌려줌으로써 두 영혼이 공존하게 됐다. 이후 우서의 도움으로 사령관 실바나스가 밴시 실바나스의 악행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는다는 묘사를 보여주면서 선역으로의 전환을 암시했다. 


간수


이에 대한 비난측의 반응은 와우에서 흔히 보여주는 '신분 세탁' 형식의 고전적 전개가 또 이루어진다는 의견이다. 이전까지 팬들이 지지했던 '빌런 실바나스'의 모습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으며, 사실은 간수에게 이용당한 피해자에 불과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선역으로의 전환으로 매력적인 빌런으로써 실바나스가 사라지는 것 뿐만 아니라 전쟁과 학살 등 셀 수도 없는 악행을 저질러온 과거까지 세탁되려 하고 있다는 점 또한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렇게 되면 실바나스는 자신이 저질렀던 그 모든 악행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금치산자는 벌하지 않기 때문. 도덕적으로는 오히려 동정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고결했던 순찰대 사령관이 비록 자의는 아니지만 그 모든 악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충격이 크겠는가?" 

하지만 동시에, 실바나스는 그녀의 모든 매력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게 되었다. 유튜브 댓글에서 한 유저는 "이 스토리가 왜 별로냐면, 워3부터 어둠땅까지의 실바나스라는 캐릭터 전체를 Nothing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영화 평론에서도 자주 보이는 비판인데, 과거 세탁이나 스토리 서사의 변화를 너무 쉽게 가져가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간단한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면 세상 그 어떤 스토리에도 개연성을 부여할 수 있다.

커뮤니티 반응도 뜨겁다. 관련 게시물을 작성한 게시자는 "블리자드는 실바나스로부터 그녀의 죄악을 씻어내면서, 그녀의 모든 매력도 씻어버렸다"라며, "그녀는 이제 자기 자신이 그렇게 외쳐대던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와우의 모든 매력도 씻겨 내려간 것처럼 느껴진다"며, "내가 사랑했던 와우는 진작에 사라지고 없었는지도 모르겠다"라는 심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다시 와우를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실바나스가 죄가 없다거나 하는 전개가 아닌 스스로 죄악을 받아들이는 장면은 유저들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의 기대감을 주고 있기는 하다. 물론 이대로 실바나스를 향한 죗값이 안두인을 구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식의 전개가 진행된다면 많은 유저들에게 혹평을 들을 것은 뻔하다. 최종적으로 실바나스가 9.2 스토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죗값을 치르게 되는지, 또한 최종적으로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개발진의 언급에 따르면 간수를 쓰러뜨리는 과정에서 실바나스가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개발진은 한국 공동 인터뷰에서 "지난 9.1 업데이트에서 '실바나스'에 대한 스토리 결말이 엉성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혹시 9.2 업데이트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추가적인 내용이 다뤄질 예정인가요?" 라는 질문에

"어둠 땅은 세 가지 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배의 성소는 전반적인 스토리의 마무리 시점이 아니고 업데이트 예정인 영혼의 끝이 마무리 시점이다. 때문에 액션이 더 빠르게 전개될 예정이고 간수가 도망 이후 레이드에서 실바나스가 어떻게 참여하게 될지 확인할 수 있고 캠페인을 통해서도 그녀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좀더 추가적인 이해가 가능하게끔 되어있다"

라고 대답한 바 있다. 납득할만한 무언가를 보여준다면 논란은 일단락 되겠지만, 현재로써는 불거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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