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잼 조영종 대표는 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인물이다. 업력이 23년을 넘어가고 있으니 그럴 만하다. 그는 이온소프트와 판타그램, EA코리아, 엔씨소프트 등 다양한 게임사를 거쳤다. 그리고 직접 운영한 법인만 해도 4곳이다.
또 쏠잼의 유일한 게임 '골든 나이츠'에는 많은 사연이 있다. 벌써 4번째 선보이는 서비스다. 특히 이번 메타버스 버전은 그에게는 독특한 의미가 있다. 회사 비전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회사 이름은 바뀌어 왔지만 게임 이름은 그대로다. 변하지 않는 게임 이름 속에서, 3전 4기 끝에 깨달은 그의 인생철학은 어떤 것일까?
서울시 강남구 선릉역 근처, 인테리어를 해서 깔끔한 분위기의 사무실에서 조영종 대표를 만났다. 대화를 나눠보니 웃음기가 가득한 그는 상당히 낙천적인 성격이다. 최근 '골든 나이츠'의 P2E 버전을 선보였지만 갑자기 시장이 폭락해 버린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장기전을 준비하겠다'며 게임과 사업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쏠잼 조영종 대표, 게임와이 촬영
◇ 솔직한, 쏠쏠한 재미의 의미를 담은 '쏠잼'
조 대표는 2002년 그래픽 디자이너로 게임 업계에 입문했다. '샤이닝로어', '천상비2', '배틀필드 온라인' 등 추억 돋는 게임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2012년 모바일 SNG '바이킹 아일랜드'로 대박을 터트렸고, 이후 '어둠의 군주' 등의 작품들을 계속 개발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골든 나이츠다. 이 게임은 오리지널 작품에 이어 오리진, 유니버스, 클래식(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서비스 종료와 재탄생을 3번 이상 겪었다. 조 대표의 얘기를 듣고 보니 우려먹기는 아니다. 그때마다 사연이 있었고, 마음이 약해서인지 게임 서비스를 계속해달라는 이용자들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해서였다.
'골든 나이츠'로 검색을 해보면 3종의 게임이 나오지만 대부분 종료된 게임이다. 최근 배급사와의 해외 서비스 계약도 끝나고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은 클래식(메타버스) 1종뿐이다.
조 대표는 2021년 신규 법인 쏠잼을 설립했고, 이 게임의 블록체인 버전인 '골든 나이츠: 메타버스'로 후오비와 클레이스왑 오지스 등으로부터 엔젤 투자를 받았다. 메타버스와 NFT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듯 작년 11월 무렵이다. 현재 인원은 12명이다.
'쏠잼'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물었더니 '솔직한 재미', '쏠쏠한 재미'의 의미란다. 사업을 오래 운영하다 보니 결국 진심으로 대해야 이용자들이 안 떠난다는 것. 그 의미를 담아 오래 가기 위해 회사명을 '쏠잼'으로 지었단다.
쏠잼 조영종 대표, 게임와이 촬영
◇ 자동 모드가 가장 발달한 게임 '골든 나이츠'
게임은 평범한 수집형 RPG다. 조 대표에게 P2E 요소 말고 이 게임의 다른 특장점이 있냐고 물었다. 그것은 '편안함'이라고 한다. 2016년에 출시됐으니 7년차인 게임이고, 과금력이 있는 3040 세대들이 향수를 찾으면서 편하게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 '리니지'가 그렇고 '미르'가 그렇듯이 말이다.
새로운 것을 넣으려는 시도도 많이 해 봤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MMORPG처럼 컨트롤이 수반되는 실시간 모드를 넣어봤지만 도리어 이용자들로부터 욕을 먹었다. 자동 눌러놓고 잠깐 수확하는 재미로 하는 게임에 컨트롤이 들어가니 이용자들의 성향과 전혀 맞지 않았던 것.
그래서 컨트롤과 새롭게 추가했던 것을 다 뺐다. 조 대표는 '골든 나이츠'를 두고 "자동 모드가 가장 발달한 게임"이라고 자랑한다. 일부 이용자들이 돌리던 매크로 내용을 모두 게임 속에 넣었고, 세팅의 맛을 살렸다는 것. 해 보지 않아도 어떤 느낌일지 감이 오는 대목이다.
조 대표는 이용자들의 반발 덕분에 계획했던 것의 반도 구현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하고 싶었던 것들은 대부분 공식 카페에 로드맵으로 나와 있다. 30분 정도 집중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이용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내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쏠잼 조영종 대표, 게임와이 촬영
◇ '쌀먹'과 '성장' 다른 목표를 가진 이용자 사이에서의 고민 해결 방법
게임 이름의 부제가 메타버스인 이유가 있다. 이 게임 자체만으로는 메타버스가 될 수 없다. 다만 메타버스의 시작이 이 작품이라고 하니 그럴 듯하다.
쏠잼이 추구하는 메타버스는 더 큰 개념이다. 마블 유니버스처럼 스토리가 연결된다. 현재 기획중인 소셜 게임과 현재의 '골든 나이츠'의 세계관이 공유되는 것이다. NFT를 비롯한 블록체인 요소는 그 세계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연결고리가 된다.
그 시작점이 28일 진행된 글로벌 P2E 서비스다. 확인을 해보니 국내는 이렇다 할 지표가 안 보인다. 글로벌 지표가 어떤지 물었더니 인도네시아에서 특히 인기가 있다고 한다.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인구를 지닌 인도에서도 들어오고 있고, 필리핀과 방글라데시 등 일명 '쌀먹 국가'에서의 유입이 많다는 것.
하지만 조 대표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가 생겼다. 이들 국가에서는 '쌀먹' 때문에 유입량은 훌륭하지만 과금력이 부족하다는 것. 조 대표의 말에 따르면 동남아 국가의 과금력은 한국의 1/10에 불과하다.
현실적인 문제도 생겼다. 채팅 창에서 동남아 이용자들의 썰먹에 대한 대화 내용이 게임 성장에 포커싱된 국내 이용자와 섞이면서 마찰이 생긴 것. 그래서 채널을 분리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그렇게 '쌀먹'과 '성장'이라는 다른 목표를 지닌 이용자를 분리하여 문제를 해결했다.
쏠잼 조영종 대표, 게임와이 촬영
다만 최근의 시장 상황이 반영된 탓인지 폭발적인 유입은 없었다. 작년 11월 비트코인이 8천만 원이던 시기 사업을 준비했고, 6월 28일 P2E 버전 출시 때는 전쟁과 금리 인상, 암호화폐 시세 하락 등 온갖 악재가 겹쳤다. 조 대표는 "6개월 만에 어마어마한 사건들이 일어났다"며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조 대표는 낙담하지 않는다. '장기전'을 언급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조 대표는 "10년 후에도 게임이 있었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가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골라(GOLA, 게임 내 코인)를 다른 게임도 연동해서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제품이 있으니 백서만 가지고 시작하는 기업보다 낫다. 이것으로 깃발을 꽂았다고 본다"며 만족해 했다.
게임과 블록체인을 연동시키고, 자체 암호화폐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백서가 필수다. 로드맵까지 명확하게 나와야 한다. 조 대표에게 백서를 꼼꼼하게 잘 만들었다고 했더니 "공부하면서 만들었다. 특히 시장 상황이 안 좋아 힘들었다. 중간쯤 하다가 잘 못 건드렸나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멘탈 붙잡고 묵묵히 하다보면 된다고 믿는다"며 3전 4기 끝에 깨달은 인생철학을 얘기한다.
'골든 나이츠'의 기본 화폐 중 하나인 가디움은 출금이 가능한 골라(GOLA)로 교환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교환까지는 가능해도 출금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골든 나이츠의 블록체인 메인넷은 이더리움이다. 비트코인은 화폐라 제외시키고, 기능적인 면에서 이더리움은 가장 안정적인 메인넷으로 꼽힌다. 한편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자체 골라(GOLA) 코인은 거래소에 상장할 계획도 있다고 한다.
최근 쏠잼은 P2E 버전의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에어드롭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벤트로 인한 홍보 효과가 있었냐고 물었더니 에어드롭은 일상적인 이벤트일 뿐이고, 그보다는 '가치'가 중요하다고 한다. 블록체인이 서로간의 약속이듯이 회사와 제품에 대한 신뢰가 더 큰 홍보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것. 조 대표는 "아무리 이용자들에게 '잘할게'라고 한들 안 먹힌다. 결국 시간과 운영의 싸움"이라고 강조한다.
◇그 어떤 블록체인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교환 비율'
쏠잼은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 수익의 일부를 환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의미를 물었더니 "게임을 열심히 하면 일정 부분 코인으로 환원한다"는 내용이다. 일상적인 얘기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주 독특한 '교환 비율'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게임 내 'OO토큰=OO코인'과 같이 일정 비율로 교환이 가능한데, 골든나이츠에서는 교환 비율이 유동적이다. 게임 내 토큰 개념의 '가디움'을 암호화폐인 '골라(GOLA)'로 교환하는데 있어 가디움 양이 많아지면 교환 비율도 커진다. 가령 가디움 10만개를 골라(GOLA) 2천개로 교환하면 50:1의 비율이다. 하지만 어느 날 그 10배인 가디움 100만개를 더 집어넣으면 500:1의 비율이 된다.
일명 쌀먹을 위해 이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라면 절대 납득하기 힘든 이 '교환 비율'은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조 대표는 "500:1의 비율이 되면 너무 적어지지만 코인의 가격이 올라가면 해결되는 문제"라면서 "소각과 NFT 매출 등으로 (코인 가격을 올려서) 투자자들의 가치를 보존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게임 내에서도 이 비율과 관련한 이의 제기는 전혀 없다고 한다.
조 대표는 최근 블록체인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것과 관련, "최근 시장이 안 좋다. 그것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 대혼란의 시대다. 정리가 될 것이다. 솔직한 재미, 쏠쏠한 재미를 목표로 뚝심 있게 밀어 붙이겠다"면서 장기전에 대한 각오를 보였다.
◇ 쏠잼의 목표는 소셜 게임, 그리고 '유니버스(메타버스)'
사실 7년간 같은 게임을 서비스하다보면 신작 게임에 대한 갈망이 클 수밖에 없다. 쏠잼이 개발 중인 게임은 없는지, 회사의 목표는 무엇인지 물었다.
조 대표는 "4개 타이틀을 서비스하는 동안 이용자들은 그만뒀다가도 다시 돌아왔다. 친정집 같이 말이다. 구글 20위권까지 올랐다가 3개월을 버티며 60억 원의 매출이 났던 게임이다. 괜찮은 게임이다. 미련이 남는다. 손절하고 헤어져야 하지만 이용자들이 못 그만두게 한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겠 됐다"며 '골드 나이츠'를 계속 서비스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물론 만들고 싶은 게임도 있다. 소셜 게임, SNG(소셜 네트워크 게임)다. 조 대표의 대중적이면서도 첫 명작이라 부를 만한 타이틀은 '바이킹아일랜드'다. 같은 장르의 게임을 기획중이라고 한다. 또 미니게임들도 만들어 각각의 스토리를 가진 하나의 유니버스를 만드는 것이, 조 대표의 목표이자 회사의 목표다.
그가 만든 SNG 중에서 조 대표를 충격에 빠트린 게임이 있다. 바로 '학교2014'라는 SNG다. SNG에서는 성장을 위해 건물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특히 여성 이용자들이) 한 건물이 예쁘다고 업그레이드를 안 하더라는 것. 예쁜 것이 중요했던 여성 이용자의 감성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학교2014, 사진=넷마블
그래서 회사가 구상중인 유니버스에서는 이용자 위주로 바꿀 계획이다. 이용자에게 NFT 민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저작권까지 줄 생각이다. 또 자신이 디자인한 건물을 누군가 임대를 하면 배니핏을 주는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조 대표는 쏠잼이 '친정집 같은 회사'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정직하고, 뚝심 있게 가만히 있을 테니, 다른 게임을 하다가도 다시 돌아오라는 의미에서다. 사명까지 '솔직함'의 의미를 담은 '쏠잼'이 어떤 감동과 재미를 줄지 주목된다.
쏠잼 조영종 대표, 게임와이 촬영
[조영종 대표]
2010년 엔곤소프트 설립, 바이킹아일랜드 개발 2012년 라쿤소프트 설립 2016년 폴라게임즈 설립 2021년 쏠잼 설립 2022년 골든나이츠 P2E 버전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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