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3일, 메이플스토리 및 버블파이터 운영사인 넥슨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 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정위는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이용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렸다고 판단했고, 이 행위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거짓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소비자와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제재는 공정위가 전자상거래법을 적용하여 국내 게임사에 대해 산정한 역대 과징금 중 최다 금액입니다. 이번에는 공정위에서 부과하는 과징금이란 무엇이고, 어떤 근거로 부과되는지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국내 게임회사에 부과된 공정위 과징금 사례 및 주요 판례를 살펴보고, 이러한 선례에 비추어 이번에 넥슨에 내려진 과징금 부과 결정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과징금이란 무엇일까?
이번 넥슨 과징금 사건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먼저 과징금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겠습니다.
과징금이란 무엇일까요? 법에서는 금전적 제재에 대해서 벌금, 과료, 과태료, 과징금, 범칙금 등 다양하게 구분하고 있는데요, 이 중 과징금은 사법상의 형벌이 아니라 전과가 남지 않는 행정처분이라는 점에서 벌금이나 과료와 다릅니다.
아울러 과징금은 부당이득에 대한 환수조치라는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주정차위반이나 교통신호 위반 등 비교적 가벼운 행정상 질서를 위반한 경우에 부과되는 과태료와도 구분됩니다.
즉, 이번에 공정위에서 넥슨에 부과한 과징금은 사법상 형벌에 해당하는 벌금은 아니지만, 넥슨이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하여 얻은 경제적 이득을 일정 부분 환수하기 위한 행정처분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116억 과징금은 어떻게 산출된 것일까?
그렇다면, 공정위에서는 어떻게 116억이라는 과징금을 산출하였을까요?
기본적으로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제34조 및 시행령 제38조, 공정위 고시 등에서 정한 상세한 기준과 방식에 따라 정해집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히 줄인다면, 과징금 액수는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가 발생한 기간에 발생한 매출액 일부인데요, 다만 매출액을 계산할 수 없다면 최대 5,000만 원으로 정리됩니다.
이번에 넥슨에 부과된 과징금 116억 원은 5,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입니다. 이 말은, 공정위에서 넥슨이 전자상거래법 위반을 통해 얻은 매출액을 계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인데요, 한편으로는 너무 당연한 말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가 많습니다.
위 표는 지금까지 공정위에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하여 국내 게임사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취한 조치 내역입니다.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듯 지금까지 공정위에서 5,000만 원을 초과하는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까지 공정위에서는 5,000만 원을 초과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요. 명확한 매출액을 산정할 수 없었던 배경에 대해서는 2019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선고된 2018누53070 판결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정위와 넥슨의 첫 번째 과징금 분쟁
지난 2018년 공정위는 넥슨에 서든어택 확률형 아이템 확률 기망행위(사람에게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행위) 등에 대하여 과징금 9억 3,900만 원을 부과하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했습니다. 5,000만 원이 넘는 금액이기에 당시 공정위에서는 위법 행위가 발생한 기간에 판매된 확률형 아이템 전체 매출액을 계산하고, 그 일부를 과징금으로 부과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면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퍼즐조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에 공정위는 해당 기간 아이템 매출액에서 부과가치세를 제외한 금액을 관련 매출액으로 산정하여 과징금 규모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넥슨은 곧바로 법원에 공정위 과징금 부과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이 소송에서 넥슨 측은 퍼즐이벤트와 무관한 혜택을 위해 아이템을 한 매출도 포함되어 있기에 퍼즐이벤트 기간 동안 판매된 아이템 매출 전부를 관련매출액으로 산정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습니다. 즉, 전체 매출 중 어떠한 부분이 위법행위와 관련되어 있는지 산정할 수 없기에 이 경우에 부과할 수 있는 정액 과징금인 5,000만 원만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넥슨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정위에서 해당 확률형 아이템 매출액 전부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한 것은 잘못되었다’라고 판단했고, 공정위는 2018년 넥슨에게 잠정적으로 부과한 9억 3,900만 원 규모의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했습니다.
이후, 공정위는 넥슨에 같은 위반내용을 이유로 과징금 4,5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이는 다르게 말하자면 공정위에서 서든어택에서의 위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매출액을 계산하는 것을 포기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정위와 넥슨 사이에 벌어진 확률형 아이템 과징금과 관련된 첫 번째 분쟁은 넥슨이 승리했습니다.
4년 뒤 다시 시작된 공정위와 넥슨의 과징금 분쟁 2라운드
그리고 약 4년이 지난 지금, 공정위는 다시 넥슨에 과징금 116억 원을 부과하기로 잠정 결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넥슨도 소송으로 다툴 것이라 밝힌 상황입니다. 넥슨이 승소한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가 열리는 셈이죠.
공정위 입장에서 보자면 앞으로 일어날 소송은 지난 패배를 만회할 수 있는 설욕전입니다. 아무래도 공정거래 주무관청인 만큼 과징금과 관련된 많은 준비 및 조사를 했을 것이고, 이번 큐브 사태는 지난 서든어택 사건과는 규모도, 그 내용도 다른 만큼 이번에야말로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넥슨 입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무기 즉, 유리한 근거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확률을 공지한 이후에도 유저들이 계속 확률형 아이템을 결제했다는 점, 메이플스토리에서 정기적으로 판매하는 큐브팩과 같은 패키지형 상품 등을 모두 큐브 매출로 볼 수 없다는 사실, 게임사 내부에서만 가지고 있을 많은 정보를 고려하면 이전처럼 과징금 처분이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또한, 넥슨은 지난 9일 이번에 문제가 된 큐브를 더 이상 유료로 판매하지 않고, 게임 내 무료 재화인 메소로 대체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대응을 취한 주된 이유는 유저 신뢰를 되찾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러나 흥미 차원에서 생각을 조금 바꿔보면, 넥슨의 이번 조치는 다가올 소송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이런 식입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 매출액에서 큐브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8%입니다. 넥슨 입장에서는 공정위 조사 결과에 대해 반박할 필요가 있는데요, 여러 방법이 있겠으나, 그 중 하나가 큐브를 아예 판매하지 않았을 때 매출액 감소분이 공정위가 주장하는 28%보다 현저히 적게 나는 데이터를 제출하는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흥미 차원에서 생각해본 것이지만, 매출액 감소분은 소송 과정에서 분명 증거로 제출될 수 있습니다. 재판부에서 게임 내 시스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판결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간단하게 소송이 진행되지도 않을뿐더러, 넥슨에서 이 부분까지 노리고 큐브판매를 중단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이렇듯 게임 매출과 관련하여 광범위한 정보를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고, 이러한 정보가 향후 일어날 과징금 관련 소송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예시를 들어본 것입니다.
과징금과 관련된 공정위와 넥슨 사이의 분쟁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빨라도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공정위와 넥슨 모두 이미 소송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필자 또한 넥슨 게임을 즐기는 유저로서, 이번 분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그 결말을 유의 깊게 지켜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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