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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게임 속에서도 오물은 소독이다! 세기말의 패자 '화염방사병'

게임조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0.28 02: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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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만화/애니메이션 '북두의 권'에서 모히칸이라고 불리는 세기말 양아치들은 심심하면 악행을 일삼다가 권법가들에게 걸려서 탈탈 털리는 게 일상이라 게임으로 치면 일종의 잡졸 역할이다.
 
보통은 강약약강의 자세로 무고한 일반 시민들을 괴롭히고 착취하며 자신들의 악행을 정당화하는 억지 논리의 대사들을 내뱉다가 그대로 응징당하는 것이 패턴이지만 그 와중에 화염방사기를 들고 민간인을 괴롭히면서 외친 대사 중 '오물은 소독이다!'는 너무나도 찰지고 적절한 용례 때문에 각종 매체 전반에서 자주 패러디되고 있다.
 
그런데 점차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실은 화염방사기를 들고 있는 캐릭터 중에 정신이 멀쩡한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모히칸이 화염방사기를 들고 망언을 내뱉었다'는 사실이 이제는 '화염방사기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도구라서 모히칸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개그스럽게 왜곡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대체 화염방사기를 들고 다니는 캐릭터들은 어떤 모습이길래 이런 밈이 생겨나게 된 것일까?
 
■ 오예, 가스 냄새가 향기롭습니다
 


저글링 학살은 역시 파뱃 평균 ㅋㅋ
 
스타크래프트 1편 기준으로 테란 자치령에서 병력으로 운용하는 대부분의 인적 자원은 크든 작든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로 교화 프로그램을 이수한 다음 사회복귀를 명목으로 최전선에서 온갖 외계 생물들과 맞닥뜨리고 있다.
 
테란 보병대의 구성원 중 화염방사병(파이어뱃)은 그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인물들을 병사로 활용한 것으로 명성(?)이 높다. 테란 자치령에서 제공하는 교화 프로그램의 정체가 사실상 세뇌인 것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군대의 엄격한 명령 체계는 따를 수 있는 수준으로 사회화를 시켜놓았을 테지만, 네이팜 냄새가 향기롭다고 하거나 지휘관(플레이어)을 상대로 바베큐 재료로 쓰이고 싶냐고 협박하는 것은 물론 프로판 가스에 대한 예찬론을 펼치는 것을 보면 전쟁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가능할지가 의문이다.
 
심지어 CMC-660 전투복의 설정에서는 발화성 가스가 종종 전투복 내부로 유입된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들은 전투복을 입고 있는 상태라면 높은 확률로 가스를 마시고 취해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가스를 마시고 정신이 혼미할 수도 있는 상태에서 전투 자극제(스팀팩)까지 이중 도핑한 와중에 용케도 아군을 오인사격하지 않고 저그 군단이나 프로토스 집행자들에게 정확히 화염방사기를 퍼붓는 비결이 궁금할 지경이다.
후속작인 스타크래프트 2에 들어서 중장갑 보병의 포지션을 계승하는 불곰은 범죄자가 아닌 일반 시민도 징집 대상이기 때문에 예전처럼 전투 자극제를 기본 사양으로 탑재하지 않고, 비슷한 역할을 맡는 화염차-화염기갑병도 허세가 좀 심한 대사는 있어도 사람 자체가 맛이 갔다는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야전교범에서 '신뢰할 수 있는 믿음직한 병사'라고 소개하는 내용과 달리 대부분의 테란 병사들은 화염방사병을 반쯤 미친 사람으로 취급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CMC-660 전투복의 문제점을 알고도 자진해서 그걸 입고 가스를 마시는 화염방사병을 믿느니 차라리 범죄를 수차례 저질러서 교화 프로그램을 여러번 이수한 사람이 낫다나 뭐라나...
 


스타크래프트 설정집인 '야전교범'에 나오는 파이어뱃 페이지
화염방사병은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군인이다(firebats are stable, reliable soldiers)라는 총평을 비웃고 있다
 
 
■ 어서오세요 불꽃나라 꿈동산에
 


(...)
 
팀 포트리스 2에 등장하는 병과 중 의외로 가장 미스테리한 인물은 스파이가 아닌 파이로다. 공식 프로필 내에서는 이름도 성별도 출신지도 불명인데다가 본인의 가치관이나 취향을 나타내는 좌우명도 무앙무앙(Mmph mmmph)이라고 적혀 있는 의미불명의 웅얼거림이라서 제대로 된 정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캐릭터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티저 영상 시리즈 '팀원을 만나다(Meet the Team)'의 파이로 편이 공개되면서 평가는 반전됐다. 다른 팀원의 영상에서는 심심하면 죽어나가는 엑스트라에 가까웠던 파이로가 모든 팀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사람이 아닌 무언가로 취급받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평소에는 아무 말 없이 과묵하게 불을 지르며 전장을 제압하는 그 듬직한 모습은 파이로의 시선에서 보면 꿈나라 마법동산에서 요정친구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무지개를 뿌리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일절의 죄악감도 없이 모든 것을 태우고 끝장내는 것을 어린아이 장난 치듯이 하하호호 즐기는 실체를 보면 그 광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물론, 다른 '팀원을 만나다' 시리즈와 달리 '파이로를 만나다' 에서는 게임 내에서 실제로 나올 수 있는 장면을 최대한 활용하는 고증이 다소 무시되어 있고 캐릭터 성격 묘사 관련해서도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파이로의 광기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요정에게 사탕을 주듯이 소방용 도끼로 상대를 찍어버리고 선물 상자에 숨은 메딕 요정을 찾기 위해 무지개를 뿌리듯이 건물을 통째로 태워버리는 것이 미친 사람이 아니라면 달리 누가 미친 사람인 것일까?
 


파이로의 꿈동산 장면에서는 브금도 아동용 애니메이션 같이 경쾌하고 희망찬 가사의 노래가 나와서 더 무섭다
 
 
■​​​​​​​​​​​​​​ 진짜로 오물은 소독한다
 


비뚤어진 신념을 가진 사람은 무섭다
 
톰 클랜시의 디비전을 플레이 해보면 가장 많이 손꼽는 초보 학살자는 바로 화염방사병인 클리너다. 게임의 스토리를 깊게 파고 들지 않고 단순하게 접근하는 플레이어들에게 클리너는 국가의 부름을 받은 특수 요원들에게도 쉬이 뚫리지 않는, 더럽게 튼튼하고 아픈 화염방사병일 뿐이지만 그 실상은 굉장히 섬뜩하다. 왜 그들의 명칭이 클리너냐고 한다면 진짜로 그들의 직업이 뉴욕의 '환경미화원(Cleaner)'이기 때문이다.
사실 달러를 통해 감염되는 바리올라 키메라 통칭 '그린 플루'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뉴욕이 봉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고 환경미화원들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입장이다. 일자리도 잃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극한 상황에 놓여 있으니 그들이 빌런이 되는 동기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클리너의 무서운 점은 생존 또는 격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아니라 오염된 모든 것을 불로 정화한다는 비뚤어진 신념 때문이다. 자기 확신에 가득찬 이 광신도들은 처음에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시체를 태우는 일들을 하게 됐지만 지속적으로 시체를 태우는 일을 하다가 정신이 나가버린 것인지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모든 것을 태워서 소독해야한다고 믿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엄연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 국토전략부 디비전 요원까지로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매개체로 간주하기 때문에 발견 즉시 불부터 지르고 본다.
대놓고 나 범죄자요 하고 광고하는 듯한 다른 적대 세력과는 달리 처음 접하면 소방대원이나 환경미화원임을 할 눈에 알수 있는 복장을 하고 나오기 때문에 경계심 없이 지나가다가 크로스헤어 조준점이 찍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이미 오물로서 소독될 예정이다.
만약 운이 좋아 죽지 않았다면 빠르게 빠져나와 클리너의 가스통을 노려 연료째로 터뜨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일 것이다.
 


오물은 소독이라고? 가스통에 불이 붙은 넌 이미 죽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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